

[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교보생명 풋옵션 분쟁 해소 과정에서 일본 SBI그룹이 신창재 회장의 구원투수로 등판하면서 그 배경에도 시선이 몰린다.
SBI그룹은 과거 교보생명 지분을 보유한 적이 있는 데다 사업적으로도 여러 번 손을 잡았다. 신 회장과 기타오 요시타카 SBI그룹 회장의 사이도 각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의 차남 신중현 교보라이프플래닛 디지털전략실장이 SBI그룹의 자회사에서 근무했던 사실도 눈길을 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교보생명 재무적투자자(FI)인 글로벌 사모펀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는 보유하고 있던 교보생명 지분 9.05%를 SBI그룹에 매각하기로 했다. 또 다른 FI인 싱가포르투자청(GIC)의 교보생명 지분 4.5%는 신한투자증권 등이 만든 특수목적법인(SPC)에 매각한다.
특히 교보생명 지분 매입 주체로 SBI그룹이 나선 점을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말 국제상업회의소(ICC)의 2차 중재판정 이후 신 회장에게 자금 지원을 해줄 백기사 후보에 관심이 몰렸는데 SBI그룹은 후보로 거론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선 신 회장이 신한투자증권 등 금융사와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등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중에서는 MBK파트너스, 베인캐피탈 등이 후보로 거론됐다.
SBI그룹의 등판은 교보생명과 돈독한 관계에서 비롯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당장 신 회장과 기타오 요시타카 SBI그룹 회장은 사이가 각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은 상대 국가를 방문하면 따로 시간을 내 같이 밥을 먹는다고 알려졌다.
두 그룹은 SBI그룹이 교보생명 지분을 매입했던 것을 시작으로 사업적으로 협력 관계를 이어왔다. 2007년 SBI그룹은 교보생명 지분 4.9%를 매입했다가 2년 뒤인 2009년 외국계 기관투자자에 매각한 것으로 전해진다.
2019년에는 교보생명과 SBI그룹 계열사인 SBI홀딩스가 컨소시엄을 꾸리고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추진한 적이 있다. 교보생명은 2015년에도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관심을 보였었는데 당시 신 회장은 시장 조사와 투자자 유치 등 목적으로 SBI그룹 계열의 인터넷전문은행인 SBI 넷뱅크를 방문하기도 했다.
지난 2022년에는 SBI그룹과 동남아시아 벤처캐피탈(VC) 투자를 위한 펀드를 결성하고 운영한 바 있으며 지난해에는 디지털금융 분야 협력강화를 위해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당시 협약이 체결된 배경으로 신 회장과 기타오 요시타카 회장의 관계를 주목하는 시선도 적지 않았다.
신 회장의 차남인 신중현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 디지털전략실장이 사회 초년생 시절 일본 SBI그룹 계열사에서 업무 역량을 쌓았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신 회장은 디지털 전환을 중요하게 보는 등 점에서 기타오 요시타카 회장과 가치관이 비슷하고 SBI그룹도 높게 평가한다.
1983년생인 신 실장은 2020년 교보라이프플래닛에 입사하기 전 SBI금융그룹 계열사 인터넷 전문은행 SBI스미신넷뱅크와 SBI손해보험 등에서 경력을 쌓았다.
2012년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싱가포르투자청, IMM PE, EQT 등은 컨소시엄을 꾸리고 교보생명 지분 24%를 매입했다. 이때 컨소시엄은 신 회장과 교보생명이 2015년까지 기업공개(IPO)를 못 하면 교보생명 지분을 다시 사준다는 내용의 풋옵션 계약을 맺었다.
교보생명 IPO가 이뤄지지 않자 어피너티컨소시엄은 2018년 10월 주당 41만원에 풋옵션을 행사했고 신 의장이 이를 거부하면서 국제 중재 소송을 이어왔다. 그러다 지난해 말 국제상업회의소(ICC)는 신 회장이 30일 이내에 주식 공정시장가치(FMV)를 산정할 감정평가기관을 선임해야 한다고 판정했다.
사실상 어피너티컨소시엄의 풋옵션이 행사된다는 의미였다. 이후 신 회장은 기존 FI와 협의하는 동시에 새로운 투자자를 물색했다. 올해 2월 사모펀드 어펄마캐피탈이 보유 중인 교보생명 지분 5.33%를 되사왔고 SBI그룹 등 등판으로 우호 지분세력을 확보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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