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모레퍼시픽이 올해 80돌을 맞는다. 1945년 창립한 아모레퍼시픽은 1960년대 '오스카'라는 브랜드로 첫 해외 수출을 시작했다. 그리고 같은 해 '아모레' 브랜드를 내놓으며 국내 화장품 업계를 대표하는 거목으로 성장해나갔다. 2011년 본격적인 그룹체제로 전환했지만 사드 보복과 코로나19라는 큰 파고를 겪으며 지난 몇 년간 체질개선에 고삐를 쥐었다.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부침을 딛고 양적, 질적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목표점을 수립했다. 이에 딜사이트는 아모레퍼시픽의 목표 달성을 위한 선결과제를 짚어봤다.

[딜사이트 노연경 기자] 아모레퍼시픽이 중국과 북미를 넘어 새로운 타깃으로 유럽 공략에 나서며 글로벌 영역 확장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경쟁사인 LG생활건강이 생활용품과 음료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한 것과는 달리 화장품 외길만 걷고 있는 아모레퍼시픽은 해외시장 다각화를 통한 중국발 위기 상쇄가 가장 큰 과제가 될 전망이다.
아모레퍼시픽의 전체 매출에서 해외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40% 수준을 차지한다. 다만 그 동안 이 회사는 해외 매출을 철저히 중국시장에 의존해 왔다. 설화수가 국내 화장품 단일 브랜드로는 최초로 매출 1조를 기록한 것도 아모레퍼시픽의 주가가 한때 40만원선에서 거래됐던 이유도 모두 중국 매출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중국시장은 아모레퍼시픽의 성장을 책임지는 시장이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코로나19)을 기점으로 상황은 달라졌다. 중국의 경기침체와 자체 화장품 브랜드 득세 여파로 지나치게 높았던 중국 의존도는 회사의 발목을 잡았다.
이때부터 아모레퍼시픽은 해외시장 다각화에 본격적으로 힘쓰기 시작했다. 그 결과 아모레퍼시픽의 해외 권역별 매출 비중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2019년 3%에 불과했던 북미를 비롯한 서구권 매출은 지난해 3분기 기준 40%까지 올라왔다. 반대로 76%에 달했던 중화권 매출은 31%로 낮아지며 의존도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아모레퍼시픽의 다음 행보는 북미시장의 성과를 토대로 유럽시장에 안착하는 것이다. 특히 영국 매출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아모레퍼시픽의 지난해 유럽 매출은 영국을 주축으로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
유독 같은 유럽에서도 영국에서 매출이 크게 증가한 이유는 영국이 같은 영미권 나라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유럽 전역에 퍼져 있는 멀티브랜드숍 세포라와의 협업 역시 유럽시장 안착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지분 100%를 인수한 코스알엑스도 북미를 넘어 유럽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선 상태다.

아모레퍼시픽은 작년 인사를 통해서도 유럽시장 공략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 회사는 작년 7월 중국과 북미, 일본에 이어 유럽 법인장을 교체하는 강수를 뒀다. 특히 3년 만에 교체된 유럽법인장은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의 비서실장을 지낸 이준식 상무다. 전문 경영인이면서 서경배 회장의 '복심'까지 파악하고 있는 이 상무를 유럽법인장으로 낙점한 것만 봐도 아모레퍼시픽이 유럽시장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아모레퍼시픽은 2025년 회계연도(2024년 7월~2025년 6월)에는 미국, 유럽 그리고 '4차 한류붐'이 불고 있는 일본 3개 권역에서 해외 매출의 50% 이상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관건은 새롭게 공략하고 있는 시장이 중국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느냐다. 아모레퍼시픽의 해외 매출과 영업이익 변화를 보면 중국 매출 비중이 높았던 2019년 1~3분기(매출 1조5205억원·영업이익 1008억원) 대비 지난해 동기간 매출(1조1496억원)과 영업이익(614억원)은 각각 24.4%, 39.1% 감소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시장에서는 질적 성장에 집중해 흑자전환을 이뤄내고 나머지 신규시장에서 양적 성장에 집중한다는 목표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중국사업은 수익성 개선이 최우선 과제"라며 "올해 상반기까지 법인 전반의 수익 중심의 체질구조 개선에 집중하면서 중국 내 주력 브랜드인 설화수, 려의 상품 및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해 질적 성장에 초점을 맞춰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해외사업은 현재 서구권을 중심으로 유의미한 양적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미국, 일본, 영국, 인도, 중동 등 글로벌 핵심 성장 권역을 중심으로 집중하며 글로벌 리밸런싱(재조정) 가속화를 이루어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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