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서재원 기자] 사상 초유의 계엄령 선포 사태가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 미칠 파장에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향후 '탄행정국'으로 이어질 경우 국내외 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자금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규모 외부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조단위 거래의 경우 영향이 클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인수합병(M&A)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은 이번 계엄령 사태가 향후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무려 44년 만에 이뤄진 계엄령 선포가 다행히 6시간 만에 일단락되긴 했지만 앞으로 이뤄질 탄핵정국으로 자본시장 내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현재 국내 M&A 시장에는 대기업들의 구조조정 작업이 한창 이뤄지면서 관련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이례적으로 비주류 계열사뿐만 아니라 알짜 계열사들도 매물로 등장하고 있다. 매각 규모도 조 단위에 달한다. SK스페셜티(매각가 약 4조원), CJ제일제당 바이오사업부(약 6조원), 효성화학 특수가스 사업부(약 1조원) 등이 대표적이다.
SK스페셜티의 경우 한앤컴퍼니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 연내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목표로 실사를 진행 중이다. CJ제일제당 바이오사업부는 원매자를 물색하는 단계로 MBK파트너스와 칼라일, 블랙스톤 등이 거론되고 있다. 효성화학은 최근 IMM PE-스틱 컨소시엄과 진행하던 매각 협상을 중단하고 새롭게 매각 플랜을 꾸리고 있다.
문제는 이번 사태로 국내 M&A 시장이 위축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내외 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차갑게 가라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통상 인수대금의 절반 이상을 프로젝트펀드 및 인수금융 등 외부에서 조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자금조달이 어려워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어떤 개별 기업에 영향을 받는다고 쉽게 전망하기는 어렵지만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진 것은 맞다"며 "이 경우 국내외 투자자들이 프로젝트펀드 출자를 꺼리는 등 외부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탄행정국 등으로 이어져 환율이 장기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시장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해외 기관들이 국내 기업(펀드)에 투자 후 회수를 하는 과정에서 결국 달러로 환전이 이뤄진다. 다만 원화 약세가 지속된다면 결국 투자금회수(엑시트) 과정에서 해외 재무적투자자(FI)들이 투자 성과와 무관한 손해를 감당해야 하는 셈이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해외 투자를 주력으로 하거나 해외 투자를 유치해야 하는 경우 모두 고민이 많은 상황이다"며 "특히 환율이 장기적으로 오를 경우 해외 투자자가 국내 기업 투자를 위한 펀드 출자 등을 꺼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엑시트 과정에서 원화를 달러로 바꿔야 하는데 원화가 계속 약해지면 투자 성과와 무관하게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3일 오후 10시30분쯤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했으나 이날 새벽 국회에서 곧바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통과됐다. 윤 대통령은 4일 오전 4시30분께 국무회의를 통해 이를 의결하며 비상계엄을 해제했다. 다만 야당의 탄핵 요구 등이 거세지면서 국정 혼란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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