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현대트랜시스가 파업 장기화를 겪고 있으면서 더블 A급 수준의 신용도에 영향을 끼칠 지 주목된다. 현대트랜시스가 탄탄한 재무체력을 갖추고 있어 당장은 변동은 없겠지만 이번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실적은 물론 발생할 피해 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어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성과급 확대 등을 명분으로 내세운 현대트랜시스 노조의 파업이 한 달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8일 현대트랜시스의 충남 서산 지곡공장이 부분파업을 시작한데 이어, 같은 달 11일부터는 총파업으로 확대됐다. 1700여명이 근무하는 지곡공장은 연간 400만여대 분량의 변속기를 제조하는 현대트랜시스의 생산거점이다.
파업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국내 완성차 시장이 연쇄적 타격을 입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현대트랜시스 지곡공장에 자재와 부품을 공급하는 1~3차 중소 협력업체는 납품 차질로 자금 사정이 악화되면서 폐업, 도산 등의 위기에 몰려있다. 또한 현대트랜시스의 최대주주(41.1%)이자 주납품처인 현대차의 경우 변속기 재고가 떨어져 울산공장 일부 라인의 가동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진다.
파업이 지속되는 만큼 현대트랜시스가 입게 될 피해도 누적되고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영업적 손실과 더불어 대외 신용도 하락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크레딧 등급이 떨어지게 되면 향후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한 자금조달 과정에서 금리 부담이 커져 현대트랜시스의 재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현대트랜시스는 현재 국내 신용평가사 3곳(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나이스신용평가)에서 동일하게 AA-(Stable·안정적)를 부여받은 상태다. 지난 8월에 제47-1·2·3회차 무보증 공모사채를 발행하면서 한기평과 한신평 두 곳에서 AA-(안정적) 등급을 부여받았다. 앞서 지난 6월에는 나신평이 실시한 정기평가에서 AA-(안정적) 등급이 매겨졌다.
이번 파업으로 인해 현대트랜시스의 신용등급이 당장 하향조정을 받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크레딧 업계에서 파업이 증자나 감자와 같은 재무적 이슈와 직결된 사안이 아니라는 이유로 현대트랜시스에 대한 수시평가를 고려하지 않고 있어서다. 또한 현대트랜시스가 이번 파업으로 떠안게 될 피해 규모를 산정할 정보가 충분치 않다는 점도 등급 유지로 가닥이 잡힌 배경이다.
한국기업평가 관계자는 "몇 달 동안 공장이 셧다운 된 게 아닌 만큼 실적 부분에서 현대트랜시스가 막대한 손실을 봤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단계"라며 "향후 임단협 타결금이 지급된다면 그 규모 등을 따져봐야 이번 파업이 현대트랜시스 재무에 미칠 영향을 보다 구체적으로 파악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대트랜시스는 현금력이 우수한데다가 당장 추가적으로 차입을 일으킬 필요는 없다는 점도 주목해야 봐야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가장 최근 공시된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보면 현대트랜시스는 1조5802억원의 규모의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을 보유하고 있다. 부채비율은 167.8%에 그치며 차입금의존도는 27.9%를 기록하는 등 전반적인 재무안정성 지표가 양호한 편에 가깝다.
한기평을 제외한 신용평가사 두 곳에서도 현대트랜시스의 신용도와 관련해 현상유지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신평 관계자는 "파업으로 매출이나 이익에 일부 영향을 받았겠지만 현 시점에서 신용도를 조정할 만큼 심대한 타격을 입었다고 재단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나신평 관계자도 "이번 파업과 관련해서 특별히 현대트랜시스의 신용등급 조정을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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