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정은 기자] HL D&I한라가 신한벽지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며 자본금 증가에 힘을 보탰다. 신한벽지가 안정적인 수익을 내며 업계서 자리를 잡아가는 만큼 선제적인 투자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신한벽지는 국내 3대 벽지 전문 업체로, 2022년 HL D&I한라의 사촌기업 격인 KCC그룹으로 편입됐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HL D&I한라는 올해 상반기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특수목적기업(SPC)인 케이씨더블유의 43억7500만원 규모의 주식을 매입했다. 케이씨더블유는 신한벽지 인수를 위해 2022년 설립된 특수목적기업(SPC)이다. 당시 HL D&I한라는 KCC와 KCC글라스 등과 함께 1470억원을 들여 신한벽지 100%를 인수했다.
HL D&I한라는 케이씨더블유의 설립 당시 100억원을 출자했으며, 25%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케이씨더블유의 주주지분 구성은 ▲KCC 38.5% ▲KCC글라스 16.25% ▲HL디앤아이한라 25% ▲정태선 신한벽지 대표 20%다. 정태선 대표는 고(故) 정인영 한라그룹 명예회장의 손자다. 정 대표는 한라그룹이 아닌 2018년까지 9년 동안 사촌회사인 KCC에서 상무로 재직했다. 그 이후 신한벽지 대표자리에 올랐다.
이번 유상증자는 기존 주주가 지분율에 따라 자본을 추가 투입한 것으로, 지분 비중에는 변화가 없지만 신한벽지의 자본금을 늘려 재무구조를 개선했다. HL D&I한라의 케이씨더블유 내 자본금도 143억7500만원으로 늘었다.
HL D&I한라와 KCC는 모두 범현대가로 분류되는 기업으로, 정몽진 KCC 회장과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은 사촌지간이다. 두 기업은 기업 인수 시 힘을 합치며 시너지를 발휘했다. 신한벽지 인수 당시에도 HL D&I한라는 인수 목적 컨소시엄에 출자기업으로 참여하면서 자금을 대주는 역할을 했다.
신한벽지가 벽지 제조 기업인 만큼 이와 관련된 사업을 영위하는 범현대가 계열의 기업이 힘을 합친 셈이다. 건설사인 HL D&I한라와 건축 자재 기업인 KCC, 건자재 기업인 KCC글라스가 출자기업으로 참여하면서 지분을 확보하면서 협업 시너지를 기대한 것이다.
신한벽지는 KCC그룹으로의 편입 이후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2022년 약 61억원, 지난해 64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신한벽지는 넉넉한 이익잉여금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신한벽지의 이익잉여금은 2022년 449억원, 지난해 412억원에 달했다, 이에 배당금을 크게 올리며 HL D&I한라와 KCC그룹의 현금 유동성 확보를 위한 역할을 하기도 했다.
실제로 신한벽지는 편입 전인 2021년에는 총 배당금으로 사용한 비용이 10억원이었지만 2022년에는 그 규모가 90억원으로 늘어났다. 2022년의 주당 배당금은 5만2500원으로 편입 이전인 전년에 비해 320% 올랐다. 또 중간배당을 도입하기도 했다. 중간배당금은 주당 11만2500원으로 책정돼 주주들에게 별도로 배분됐다.
신한벽지는 이익잉여금이 전년에 비해 줄어듦에 따라 배당금을 축소하기는 했지만 지난해에도 중간배당과 연차배당을 통해 주당 7만5000원과 5만원을 지급했다. 총 배당금액은 102억원에 달했다. HL D&I한라는 지난해 신한벽지의 배당금 수익으로만 4억원 상당을 거둬들였다.
HL D&I한라는 신한벽지의 3대 주주로서 지분율에 따라 43억7500만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하며 주식이 1400주 더 늘어났다. 이에 따라 올해 수취할 배당금은 그만큼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HL D&I한라 관계자는 "신한벽지가 사업성이 좋은데다 배당금이 높은 만큼 관련 주식을 추가로 매입했다"며 "이번 추가 매입은 KCC그룹의 경영권 등과 관련 없으며, 지분 투자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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