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현대차와 기아가 글로벌 완성차 판매 성장률이 둔화된 가운데서도 우수한 이익창출력과 재무체력을 앞세워 하반기에도 안정적인 신용등급을 이어나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송민준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23일 열린 '2024 KIS 웹세미나'에서 "올해 상반기 완성차 판매량 성장률은 2% 내외로 둔화된 데다 전기차 성장률도 높은 가격과 인프라 부족으로 상당 폭 낮아졌다"며 "여기에 업체 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지만 현대차와 기아는 우수한 수익성과 재무구조를 시현하고 있는 만큼 하반기 신용 전망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앞서 한신평은 현대차와 기아의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AA+/안정적(Stable)에서 AA+/긍정적(Positive)로 상향한 바 있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글로벌 완성차 누적 판매량은 3496만대로 전년 동기(3430만대) 대비 1.9% 증가했다. 판매량 자체만 놓고 보면 소폭 늘었지만 성장률은 둔화된 모습이다. 지난해 1월부터 5월까지 글로벌 시장에서 완성차는 총 3430만대가 팔리며 전년 동기 대비 10.8% 성장률을 보였다. 전기차가 캐즘(일시적 수요감소) 국면에 빠져있는 것도 완성차 산업에 드리운 먹구름으로 지목된다.
한신평은 다소 가라앉은 글로벌 완성차 시장 분위기가 현대차와 기아의 크레딧 부담을 가중시키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제품 믹스 개선과 우호적 환율 여건 등 힘입어 견고한 수익성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다. 실제 2020년 6.5% 수준이던 현대차와 기아의 합산 영업이익률은 ▲2021년 9.7% ▲2022년 11.0% ▲2023년 13.7%로 3년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1분기에도 전년 동기와 동일한 10.9%의 높은 이익률을 기록했다.

우수한 현금력도 현대차와 기아의 하반기 전망을 밝게 보는 요인이다. 올해 1분기 기준 현대차는 차량부문에서만 16조2000억원 순현금을 보유하고 있을 만큼 곳간이 풍부하다. 기아의 사정은 더 나은 편이다.
지난 2019년까지만 해도 2조3000억원에 불과했던 기아의 순현금은 ▲2020년 2조8000억원 ▲2021년 6조6000억원 ▲2022년 11조7000억원 ▲2023년 16조4000억원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올해 1분기 17조2000억원 불리면서 현대차의 보유량을 넘어섰다. 송 실장은 "기아는 미래사업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면서도 영업현금흐름을 꾸준히 창출해 재무구조를 개선해 나갔다"고 설명했다.
현대차와 기아가 다각화된 지역 포트폴리오와 다양한 파워트레인 수요에 대응 가능한 생산능력을 토대로 글로벌 3위 제조사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올해 상반기 현대차와 기아의 글로벌 점유율은 7.6%로 도요타(10.8%)와 폭스바겐(9.7%)의 뒤를 잇고 있다. 현대차·기아 다음으로는 르노·닛산(6.7%)과 스텔란티스(6.3%) 순이다.
송 실장은 "현대차는 글로벌 시장지위를 비롯해 계열 전반의 경쟁력을 모니터링 해 나가겠다"며 "기아는 EV3, EV4 등 신차 출시 성과를 토대로 향상된 이익창출력과 재무안정성 등이 주요 점검 대상"이라고 전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