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리스크 관리를 위한 충당금 적립 강화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에 따른 손실 인식 등을 주문하면서 증권사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단계적으로 충당금 적립을 확대하고 우량 사업장 선별을 위한 기준을 강화하는 등 부동산 PF로 인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작업이 한창이다. 다만 실적 저조에 따른 재무 부담은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이에 딜사이트는 자본적정성·자산건전성 등 지표를 통해 증권사들이 리스크를 적절하게 관리하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딜사이트 정동진 기자] 하이투자증권의 자산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이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화에 따른 손실 인식 등을 주문하고 있어서다.
그동안 부동산PF 부문으로 크게 매출을 올렸던 하이투자증권으로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최근 하이투자증권의 PF 익스포저가 줄었지만 여전히 시장의 우려가 크다는 점에서 향후 부동산PF 부실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8일 DGB금융그룹 실적발표에 따르면 하이투자증권의 PF 익스포저는 2023년 말 기준 1조595억원으로, 자기자본 대비 79% 수준이다. 이는 작년 말 기준 업계 평균 추정치인 33% 대비 높다. 또 전체 PF 익스포저 중 부동산PF 비중은 8920억원으로 84%에 달한다.
높은 부동산PF 비중은 실적 부담으로 이어졌다. 하이투자증권은 지난해 별도기준 영업손실 56억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고, 당기순이익은 2억원에 그쳤다. DGB금융 관계자는 "영업수익의 상당부분을 부동산PF 충당금으로 적립하면서 영업적자가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높은 부동산PF 비중 탓에 하이투자증권의 자산건전성 지표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역시 과도한 부동산PF 익스포저가 건전성에 부담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S&P는 이날 보고서에서 "하이투자증권의 부동산PF 익스포저는 자기자본 대비 많은 수준"이라며 "사업 초기 단계에 있는 상업용 부동산 개발사업의 리스크가 크다"고 평가했다.
대표적인 자산건전성 지표인 고정이하자산비율, 순요주의이하자산비율을 보면 시장의 우려가 현실화하는 모양새다. 2020년 말 1.33%였던 하이투자증권의 고정이하자산비율은 2021년 말 2.56%, 2022년 말 6.91%로 상승했다. 작년 9월 말 기준 7.56%로 국내 증권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였다. 아직 공시가 나오지 않아 정확한 수치를 알 수 없지만 작년 말 기준 고정이하자산비율은 더욱 상승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자산건전성 위험에 직접적으로 노출된 자산의 비율을 뜻하는 순요주의이하자산비율도 2020년 말 2.4%, 2021년 말 0.4%, 2022년 말 7.6%, 2023년 3분기 9.9%로 최근 2년간 가파르게 상승했다. 1개월 이상 연체된 대지금금과 채무보증금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2020년 말과 비교해 늘어난 연체 대지급금과 채무보증금은 각각 840억원, 1182억원이다.
눈길을 끄는 건 대지금금의 변화다. 대지급금은 증권사가 부동산PF 등에 지급보증을 하는 동안 문제가 발생하면 대신 변제해주는 항목을 말한다. 사업장의 부실화가 커질수록 연체 대지급금 설정 규모도 커진다.
하이투자증권의 대지급금은 2020년 9월 말 497억원에서 2023년 9월 말 1371억원으로 175% 늘고, 같은기간 연체비율은 37%에서 97%로 늘었다. 부동산PF의 부실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모습이다.
하이투자증권이 보유한 부동산PF의 현장 상황이 좋지 못하다는 점도 자산건전성을 우려하는 이유다. 하이스톰메이커십육차(400억원), 하이레전드드라이버십이차(200억원) 등 하이투자증권이 가장 많은 유동화단기사채(ABSTB)를 발행한 서동탄역 랜시티 현장은 지구단위 승인계획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의 경우 브릿지론 비중이 높다는 점도 변수다. 브릿지론의 경우 지역·용도·LTV·변제순위 등을 고려했을 때 사업성이 낮아 자산건전성이 지속적으로 악화될 수 있어서다. 이는 작년 하이투자증권의 대손충당금 적립 규모로 엿볼 수 있다. 하이투자증권의 지난해 충당금 적립액은 1324억원으로 대구은행의 1085억원 보다 많은 규모다. 특히 충당금 적립 목적이 전액 부동산PF 때문이었다.
낮아진 순자본비율(NCR)도 고민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의 NCR은 2020년 말 514%, 2021년 말 539%, 2022년 말 532%로 500%대를 유지하고 있었으나, 2023년 말 425.9%로 급격히 하락했다. 금감원은 증권사의 적정 NCR 비율을 의무비율인 150% 대비 3배 이상 높은 500%로 보고 있는데, 이보다 낮아진 것은 3년 만에 처음이다. 부동산 PF 상황이 악화될수록 하이투자증권의 재무건전성과 손실 흡수 능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하이투자증권은 브릿지론의 셀다운(Sell-Down)을 통해 PF 익스포저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예컨대 2023년 12월 인천 서구 왕길동 개발사업과 관련된 PF를 모두 처분하며 포지션을 줄였다.
하이투자증권 관계자는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위험 익스포저 비율이 100~130%에 달하기도 했으나 많이 줄인 상태"라며 "내부적으로 전체적인 사업 규모를 줄이는 등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면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지속적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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