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성희 기자] 제25대 농협중앙회장 선거가 눈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호남권 표심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전국 1111개 농협조합장이 직접 참여하는 직선제로 치러지는 이번 선거에 유권자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전라도 출신 후보가 한 명도 없어서다. 이에 전라도 지역 조합장들이 한 후보에 표를 몰아줄 경우 해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급격히 올라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제25대 농협중앙회장 후보는 총 8명이다. 각각 ▲1번 황성보 경남 동창원농협 조합장 ▲2번 강호동 경남 합천 율곡농협 조합장 ▲3번 조덕현 충남 동천안농협 조합장 ▲4번 최성환 부경원예농협 조합장 ▲5번 임명택 전 NH농협은행 언주로지점장 ▲6번 송영조 부산 금정농협 조합장 ▲7번 이찬진 전 여의도연구원 정책자문위원 ▲8번 정병두 전 국회의원 예비후보 등이다.

이 중 황성보 후보와 강호동 후보, 최성환 후보, 송영조 후보가 영남권 출신으로 표 분산 우려가 나온다. 지역 구도가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지만, 결국 전국 단위에서 표를 많이 끌어오는 것이 중요하다. 

2021년 농협법이 개정되면서 이번 선거부터 전체 조합장이 참여하는 직선제가 시행된다. 또 '부가 의결권' 제도가 새로 도입됨에 따라 조합원 수 3000명 미만 조합의 조합장은 1표, 3000명 이상 조합의 조합장은 2표를 각각 행사할 수 있다. 선거에 참여하는 조합장은 1111명이지만, 전체 표 수는 1252표(조합원 3000명 이상 조합 141개)가 된다.

전국 유권자 분포를 보면 경북이 14.4%로 가장 비중이 크고 다음으로 경기(14%), 전남(13%), 충남(12.7%), 경남(12%), 전북(8.6%), 강원(6.6%), 충북(6%), 제주(2.8%), 서울(1.6%), 대구(1.6%), 울산(1.4%), 인천(1.5%), 부산(1.2%), 광주(1.2%), 대전(1.1%) 순이다. 

영남과 호남, 충청권 표 비중만 전체의 66.7%에 달해 이들 지역의 표심에 따라 차기 회장 당선의 향방도 갈릴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경북과 경남, 부산, 대구, 울산 등 영남권의 경우 전체의 30.6%에 달한다. 하지만 이 지역 출신 후보만 4명이라 어쩔 수 없이 표가 분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어 전남과 전북, 광주 등 호남권이 22.8%, 충청권이 19.8%로 뒤를 이었다. 

충청권의 경우 충남 동천안농협의 3선 조합장인 조덕현 후보가 선거에 나섰다. 조 후보가 회장에 당선될 경우 최초의 충청 출신 회장이라는 타이틀을 달 수 있다는 점에서 지역을 기반으로 빠르게 인지도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때문에 지역 후보자가 없는 호남권 표심의 향방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호남에서 유력 후보로 꼽혔던 유남영 정읍농협 조합장이 이번 선거에서 출마를 포기했다. 

일각에서는 지역 구도에 따른 구태적 선거가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의견도 나온다. 최초의 직선제인 만큼 투표권을 가진 각각의 조합장들이 농협 발전과 혁신을 이끌 적임자에 소신 투표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편 농협중앙회장 당선인은 투표권 총수의 과반수 투표와 투표자의 투표권 총수의 과반수 득표로 결정된다. 1차 투표에서 과반 이상을 얻은 후보자가 없을 경우 1차 투표의 1, 2위 후보자를 대상으로 재투표가 이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