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딜사이트가 취합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벤처투자는 올 하반기 진행한 모태펀드 출자사업에서 총 74곳의 위탁운용사를 선정했다. 글로벌 분야를 제외하고 국내에서 12개의 출자사업을 벌인 결과다.

한국벤처투자는 하반기 모태펀드 출자금으로 총 7737억원을 배정했다. 이를 통해 최소 1조7522억원 규모의 자펀드를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위탁운용사들이 민간에서 끌어와야 하는 자금은 9785억원. 거의 1조원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문제는 최근 펀드레이징 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세계 경기 침체와 고금리가 지속되며 '큰손'들이 대체투자 비중을 줄인 까닭이다. 지난 4월 모태펀드 1차 정시 출자사업에 선정된 운용사 가운데 일부는 결성시한을 연장하고도 아직 펀드를 결성하지 못했을 정도다.

지난달 프리미어파트너스를 대체자로 낙점한 보건계정 출자사업도 비슷한 사례다. 2022년 8월 출자사업 공고 후 1년 넘게 자펀드 결성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다른 곳보다 투자심리가 위축된 바이오 업종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결성시점이 지나치게 늘어지고 있단 평가다.

모태펀드 자펀드 결성시한은 일반적으로 출자사업 선정일로부터 2~3개월 안팎이다. 여기에 부득이한 경우 협의를 통해 결성시한을 3개월 연장할 수 있는 조건을 포함한다. 최장 6개월 정도를 펀드 결성시한으로 보는 셈이다.

이를 적용하면 지난 6~7월 위탁운용사 자격을 획득한 벤처캐피탈들은 늦어도 내년 1월말까지 자펀드를 결성해야 한다. 하반기 자펀드 전체 결성목표액(1조7522억원)의 69.7%인 1조2220억원을 두 달 안에 조성해야 하는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매칭자금 확보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일례로 최근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과 IBK기업은행이 주관한 수시 출자사업에는 운용사 22곳이 지원해 약 3대 1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밖에 지자체 출자사업에도 지원서가 대거 몰린 것으로 전해진다.

울며 겨자 먹기로 대안을 찾는 곳들도 있다. 조달하지 못한 자금을 운용사출자금(GP커밋)으로 충당하거나, 모기업에 손을 벌리는 방식 등이다. 어찌됐건 펀드를 결성하지 못할 경우 받는 불이익(패널티)을 최소화하는 게 우선이라는 판단에서다.

벤처캐피탈 한 관계자는 "모태펀드 1·2차 정시 출자사업에 선정된 운용사들이 같은 시기 펀드레이징에 나서면서 가뜩이나 쉽지 않은 자금조달이 더욱 어려워졌다"며 "운용사의 투자 이력도 물론 중요하지만, 최근엔 기한 내 펀드 결성 여부가 캐스팅보트가 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