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태호 기자] 신생 유한책임회사(LLC)형 벤처캐피탈인 '오거스트벤처파트너스'가 3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한국영화 개봉촉진 펀드 서류심사에 단독으로 합격했다. 큰 이변이 없다면 위탁운용사(GP) 자격을 무난히 따낼 것으로 관측된다.

13일 한국벤처투자는 '모태펀드 2023 11월 수시 출자사업' 영화계정 한국영화 개봉촉진 펀드 출자사업 서류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사업은 창고에 쌓여있는 한국영화 개봉을 돕기 위해 기획됐다. 주목적 투자는 2022년 이전 크랭크업(촬영종료)된 작품에 펀드 약정총액 50% 이상을 집행하는 것으로 설계됐다. 모태펀드는 50억원을 출자할 계획이다.

'오거스트벤처'가 캐피탈원과 이크럭스벤처파트너스를 제치고 단독으로 통과했다. 운용사는 모태펀드가 제시한 펀드 결성 목표액보다 11억원 많은 111억원을 써냈다. 복수의 영화 배급사들이 출자 의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큰 이변이 없다면 오거스트벤처는 현장 실사와 프레젠테이션을 거쳐 GP로 최종 선정될 것으로 관측된다.

'오거스트벤처'는 지난해 8월 설립된 LLC형 벤처캐피탈이다. 현재 운용 중인 펀드는 없다. 운용사 수장은 송승엽 대표가 맡고 있다. 송 대표는 지난 2010년 캐피탈원에 입사해 대표직까지 지낸 벤처캐피탈리스트다. 캐피탈원에서 문화콘텐츠·해양수산 펀드를 운용했다. 이전에는 영화 '실미도'(2003) '왕의 남자'(2005) 등을 배급한 '시네마서비스' 등에 재직했다.

송 대표는 캐피탈원 대표직을 사임하기 직전까지 다수 영화에 투자했다. 포트폴리오인 '한산'(2022)은 극장 관객 726만명을 모으며 손익분기점을 넘겼고,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쿠팡플레이에 판매돼 넉넉한 부가수익을 올렸다. '모가디슈'(2021)는 코로나19 확산 기간 중 상영됐음에도 관객 361만명을 모았다. 이 작품은 극장 지원 등을 받아 BEP를 넘겼다.

송 대표는 독립·다양성 영화에도 투자, 한국영화 생태계 살리기에도 일조했다. 시청각 장애인을 소재로 한 '내겐 너무 소중한 너'(2021)의 메인투자를 맡아 자금을 대고 극장 개봉을 도왔다. 이 영화는 장르 특성상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했으나, 주영한국문화원이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 영국 국빈 방문 일정과 맞춰 개최한 특별상영회에 초청되는 등 유의미한 성과를 냈다.

한편 이번 출자사업 서류심사에서 고배를 마신 이크럭스벤처파트너스도 캐피탈원 출신 벤처캐피탈리스트가 설립했다. 이 운용사 수장인 김영호 대표는 캐피탈원 기업1부문 대표를 역임하며 딥테크 분야 투자 등을 주도한 바 있다. 이번 펀드 출자사업을 두고 캐피탈원과 캐피탈원 출신들이 설립한 운용사가 경쟁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