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보람 기자] 내년 초 가동을 앞둔 ㈜한진의 대전 메가허브터미널에 대해 회사와 물류업계가 상반된 시각을 내비치고 있다. ㈜한진은 물동량 처리능력 및 효율제고에 따른 마진확대를 기대하고 있지만 업계는 택배산업의 성장둔화, 고정비 부담 등으로 회사가 투자비 회수에 애를 먹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한진은 내년 1월 대전 메가허브터미널을 완공을 계기로 네트워크 통폐합, 처리능력 확대 등을 앞세워 택배부분의 수익성 제고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현재 10개로 구성된 전국 물류망을 6개로 간소화하는 한편 일간 택배 처리량을 190만 박스에서 288만 박스로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일단 시장은 대전 메가허브터미널이 ㈜한진의 영업이익 증대에 한몫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네트워크 개편, 처리 물량 확대로 박스당 간선 비용과 조업비가 각각 10%, 12% 감소할 전망"이라며 "㈜한진 택배부문의 연매출은 약 550억원, 영업이익은 240억원 증가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진 또한 이번 투자가 수익성 뿐 아니라 그간 발목을 잡아 온 재무구조 개선 효과도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연말 대전 메가허브터미널 준공으로 그 동안 진행된 대규모 투자 관련 자금소요가 줄어든다"며 "허브 앤 스포크(물류 허브에서 지점으로 물량을 처리하는 방식)체제를 본격 운영함에 따라 택배사업의 운영 효율도 향상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다만 물류업계 일각에선 메가허브터미널이 실제 ㈜한진 택배부문 수익성에 기여할 몫은 제한적일 거란 시선도 견지 중이다. 먼저 감가상각비 등 고정비용 발생분이 되레 마진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 6월말 기준 ㈜한진이 인식하고 있는 건설 중인 자산(대전 터미널 등)총액은 2523억원으로 연말에는 2800억원 수준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회사는 건설 중인 자산이 완성 된 시점부터 감가상각비를 반영해야 하며 통상 건물·구축물의 감가상각 연수는 40년이다. 이 경우 ㈜한진이 영업비용에 산입해야 할 감가상각비는 매년 70억원 수준이다. 이는 ㈜한진 택배부문의 작년 영업이익(117억원)의 59.6%에 해당하는 액수다.

물동량이 폭발적으로 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시장에서 우려를 표하고 있는 이유다. 통계청에 따르면 3분기 누적기준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2021년 138조1907억원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엔 154조5717억원으로 11.9% 증가했다. 하지만 올 들어선 증가율이 7.5%로 다소 둔화된 모습이다. 엔데믹에 따른 대면쇼핑 활성화, 경기침체 등이 뒤섞인 결과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물류업계는 ㈜한진이 메가허브터미널 준공 이후 물량 확대에 애를 먹을 시 현재 1%대에 그치는 영업이익률이 더 떨어질 수 있단 반응도 내비치고 있다.

택배업계 한 관계자는 "허브터미널 효과를 보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물동량이 확대돼야 하는데 현 시점에선 팬데믹 때와 같은 성장세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업계 내에선 ㈜한진이 대전 터미널의 정상 가동을 위해 저가 마케팅에 나설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 경우 현재의 영업이익률을 수성하는 데도 애를 먹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