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진배 기자] SG프라이빗에쿼티(SG PE)는 지난 2012년 설립된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다. 산은금융지주 재무를 담당했던 김진호 대표와 베넥스인베스트먼트 펀드 운용을 맡았던 최창해 대표가 손잡고 창업했다. 두 사람은 KTB투자증권(현 다올투자증권)에 함께 근무하며 연을 맺었다. 당시 SG PE로 합류한 이승호, 임현성, 현상진, 조현일 본부장 등도 KTB투자증권 시절부터 함께한 인물들이다.
SG PE는 신생 운용사로는 드물게 창립 때부터 곧바로 펀드를 운용했다. 최 대표가 베넥스인베스트에 재직하던 시절 담당했던 펀드를 SG PE로 이관했기 때문이다. 이 작업은 펀드 출자자(LP)들의 동의를 거쳐 진행됐는데, 기존 운용사(GP)인 베넥스인베스트의 대표가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되며 회사가 공중분해 될 위기에 놓이자 모두 최 대표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로부터 12년이 지난 현재, SG PE는 국내 중형PE로 우뚝 성장했다. 설립 이후 결성한 펀드는 20개에 달하며 누적 운용자산(AUM)도 2조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해 중순부터 이어진 펀딩 한파 속에서도 올 초 4500억원 규모의 4호 블라인드펀드를 결성하는 저력을 보였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로부터 구조혁신펀드 위탁운용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펀드는 하반기 중 약 3000억원 규모로 조성될 전망이다. 두 펀드가 결성되면 올 들어서만 AUM이 7000억원 가량 증가하게 되는 셈이다.
◆ 성공적인 회생기업 투자이력, 펀드 조성 밑거름
LP들이 자금 출자를 꺼리는 상황에서도 SG PE가 무난하게 블라인드펀드를 결성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구조조정에 특화된 '투자이력'이 꼽힌다. 총 50건이 넘는 포트폴리오 중 상당수가 재무구조 개선 또는 회생이 필요한 중소·중견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투자다. 이들 중 대다수가 SG PE의 지원을 받은 뒤 경영 정상화를 이뤘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산화티타늄 생산업체 코스모화학 투자 건이다. 지난 2015년 SG PE는 케이스톤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330억원을 투자, 코스모화학 지분 100%를 인수했다. 당시 코스모화학은 장기간 업황 부진을 겪으며 수년째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던 시기였다. 인수 직전년도에 기록한 영업손실만 361억원에 달했다.
SG PE는 회사를 인수한 이후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사업재편을 실시했다. 수익성 뛰어난 제품 비중을 높이고, 인천공장 매각 및 본사 세일즈앤리스백(매각 후 재임대)을 통해 부채를 최소화했다. 그 결과 2년 뒤인 2017년 회사는 영업이익 206억원을 기록하며 턴어라운드(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회사를 정상화시킨 SG PE는 약 800억원에 모든 투자금을 회수했다. 내부수익률(IRR)은 약 33%를 올렸다.
2015년 투자한 금형업체 재영솔루텍은 지금까지도 가장 높은 IRR을 기록한 포트폴리오로 꼽힌다. 코스모화학 투자와 마찬가지로 케이스톤파트너스가 함께 했다. 당시 북한 개성공단에 공장을 두고 있던 재영솔루텍은 개성공단 폐쇄와 개방이 반복되며 실적 부침이 있었다. 회사를 정상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다른 지역에 공장을 신설할 필요가 있었고, 결국 SG PE로부터 120억원을 지원받아 베트남에 공장을 지었다.
이 과정에서 SG PE는 2017년 투자금을 한 차례 회수하기도 했으나, 회수금 전액을 재투자하는 등 끝까지 조력자 역할에 충실했다. 회사가 흑자전환한 2018년부터는 수차례에 걸쳐 자금을 회수했다. IRR은 51%에 육박했다.
'구조조정 특화' 투자이력은 지난 2020년 한국성장금융이 주도한 '2호 기업구조혁신펀드 조성사업'의 운용사(GP)로 선정되는 밑거름이 됐다. 성장금융은 5개 회사에 총 5015억원을 출자했는데, 당시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한투PE)와 컨소시엄을 구성한 SG PE는 약 900억원을 출자받았다. 이후 민간 LP로부터 추가자금을 매칭(matching)해 2550억원 규모의 블라인드펀드를 결성했다.
◆ 세대교체, 미래를 내다본 포석
창업자인 김 대표와 최 대표는 KTB 때부터 인연을 맺어온 운용인력들을 중심으로 회사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왔다. 하지만 회사가 성장하는 과정 속 인력 매니지먼트 측면에서 일부 성장통이 생겼다. 결국 김 대표가 투자 일선에서 물러나 전략기획부문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 대표의 빈 자리는 2020년 임현성 본부장이 대표로 승진하며 채웠다. 같은 해 현상진 본부장이 떠난 자리에는 CJ제일제당 및 마이다스PE 출신인 김양우 대표가 영입돼 새로운 '3인 대표 체제'를 완성했다.
SG PE는 이 때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AUM이 1조원을 넘어가게 되면서 회사 운영 전략을 새롭게 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기 때문이다. 3인 대표들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회사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젊은 인력들을 키워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1세대로 꼽히던 창립멤버들은 전면에 나서기보다 2세대로 꼽히는 운용역들이 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힘썼다. 과감하게 젊은 인재들을 채용하기 시작한 것도 이 때부터다. 그간 직접 펀드를 운용하던 임 대표가 새로운 인력들이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도록 인사관리체계를 정비하는 중책을 맡아 성공적인 변화를 이끌었다.
펀드운용 전략에도 변화가 있었다. 그간 두각을 나타내 온 메자닌 이외 바이아웃(경영권인수) 투자를 늘리기로 했다. 마이너리티(소수 지분) 투자만으로는 펀드 규모를 키우는 데 한계가 있고, LP들도 경영권을 인수하는 방식의 투자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바이아웃 투자는 새로 영입된 김 대표가 주도하기로 했다.
성과는 즉각 나타났다. 2020년 액상소석회 생산업체 상우기업을 인수했다. 구주 전량을 매수하고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등 총 400억원을 투입했다. 올 초에는 1500억원을 투자해 수년간 공들인 한국특수가스를 인수했다. 블라인드펀드와 프로젝트펀드, 투자파트너(원익투자파트너스) 등을 고루 활용해 인수금융을 최대한 낮췄다. 해당 투자는 단일 회사 대상 최대 규모다.
IB 업계 관계자는 "SG PE는 자금이 필요한 중소·중견 기업들을 지원하며 빠르게 성장해 온 운용사"라며 "지난 몇 년 동안 세대교체를 성공적으로 진행했고 앞으로의 10년을 잘 준비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1세대와 2세대 인력간의 세대차이가 크다보니 중간다리 역할을 해줄 인물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며 "앞으로 이 간극을 잘 극복한다면 대형 운용사로 한 걸음 다가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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