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강지수 기자] 올 상반기 크로스보더 거래(국가 간 거래) 규모가 지난해 상반기의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강달러와 고금리 여파로 거래가 줄어든 여파다. 다만 상반기 신규 거래액이 늘어나고 조 단위 거래도 속속 등장하는 등 시장이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하반기에는 크로스보더 거래액이 증가세로 돌아설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5일 '딜사이트 자본시장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완료 기준으로 10조9633억원 규모의 크로스보더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작년 상반기(20조2655억원)과 비교하면 절반 가까이 줄어든 규모다. 

올해 크로스보더 거래액이 크게 줄어든 이유는 지난해 강달러와 고금리 여파로 국가 간 거래 자체가 크게 줄어든 탓으로 분석된다. 상반기 잔금납입이 완료된 빅딜 대부분은 지난해 거래가 체결된 건이었는데, 지난해 국가 간 거래 규모나 건수가 2021년 대비 크게 줄어들면서 올해 상반기 거래 규모도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 조 단위 거래 2건 그쳐…'빅딜' 대부분 아웃바운드

올 상반기 잔금납입이 완료된 거래 중 조 단위 거래는 두 건에 그쳤다. 네이버가 북미 최대 C2C(개인 간 거래) 커뮤니티 포쉬마크를 인수하는 2조3442억원 규모의 거래와 체외진단 시약 업체 에스디바이오센서가 미국 진단기업 메르디안바이오사이언스를 인수하는 2조원 규모의 거래 등이다.

이밖에 SK㈜와 SK이노베이션이 미국 테라파워에 7억5000만달러(약 9767억원)를 투자하는 거래, SK E&S가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로부터 735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거래 등 사업재편을 추진 중인 SK그룹과 관련한 거래 또한 상위권을 차지했다. 

올 상반기에도 인바운드 거래(국내 인수주체에 해외 기업들이 투자하는 거래)보다 아웃바운드 거래(국내 기업이 해외 인수주체에 투자하는 거래)가 많은 추세가 이어졌다. 지난 상반기 아웃바운드 거래 규모는 8조8867억원, 인바운드 거래는 2조666억원이었다.

거래액 기준 상위권에 위치한 거래 또한 대부분 아웃바운드 거래가 차지했다. 인바운드 거래에서는 KKR의 SK E&S 지분투자(7350억원), 사우디 국부펀드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지분투자(5770억원) 등이 상반기 잔금납입이 완료된 건 중 비교적 큰 딜로 꼽혔다.

◆ 상반기 어나운스 딜 6.6조···하반기 회복 기대

하반기 들어서는 거래액이 다시 상승 추세로 돌아설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올해 상반기 계약이 체결된 신규 크로스보더 거래(어나운스 딜)가 늘어나고 있어서다. 상반기 크로스보더 어나운스 딜은 총 6조6646억원으로, 같은 기간 완료 기준 거래액의 절반 수준까지 올랐다. 

상반기 공표된 거래 중에는 스웨덴 발렌베리그룹 계열의 PEF 운용사 EQT파트너스가 SK쉴더스 경영권을 2조원에 사들이는 거래, 미국 의료기기 기업인 메드트로닉이 이오플로우를 인수하는 1조원대의 거래, 에어퍼스트가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하는 1조1200억원 규모의 거래 등 조 단위 거래도 눈에 띄었다.

M&A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당시 국가 간 거래에 제약이 생기면서 얼어붙었던 크로스보더 거래가 방역 완화에 따른 리오프닝 효과로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