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규연 기자] 사우디아라비아가 '게임 강국'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국 게임사에도 잇달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넥슨과 엔씨소프트에 투자했고 강소 개발사인 시프트업과도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16일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사우디아라비아는 국부펀드(PIF)와 국부펀드 산하 기업인 사비게임스그룹(이하 사비)을 앞세워 게임과 e스포츠 관련 사업에 전체 378억달러(약 50조원)를 투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는 게임 개발사와 퍼블리셔 대상의 투자와 인수 역시 포함됐다. 특히 사비는 전략적 개발 파트너가 되기 위한 게임 퍼블리셔 인수 예산으로 133억달러(약 17조4230억원)를, 소수 지분 투자에 186억달러(24조3753억원)를 각각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는 '탈석유' 기조 아래 석유 외 산업 육성을 목표로 스마트시티 '네옴시티' 건설 등 각종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는 콘텐츠 산업도 포함되는데 특히 게임 쪽에서 사우디아라비아의 투자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는 이전부터 액티비전블리자드, 일렉트로닉아츠(EA), 테이크투인터랙티브, 닌텐도, 캡콤, 스퀘어에닉스 등 글로벌 대형 게임사에 잇달아 투자해 지분을 확보했다. 일본 게임사였던 SNK의 경우 아예 기업을 인수해 산하에 편입하기도 했다.

한국 게임사 역시 사우디아라비아의 투자를 받을 유력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 게임사들이 게임 개발과 퍼블리싱 경험이 풍부한 데다 최근 글로벌 비중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것과도 잘 맞아떨어진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는 올해 1분기에 넥슨 일본법인 지분 5.02%를 샀고 연이어 엔씨소프트 주식 9.26%를 확보했다. 이를 바탕으로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는 넥슨 일본법인의 사실상 3대 주주이자 엔씨소프트의 2대 주주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당시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는 단순 투자를 목적으로 넥슨 일본법인과 엔씨소프트 주식을 사들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부펀드를 이끄는 무하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게임 산업 육성에 관심이 많은 점을 고려하면 장기적 협력도 고려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넥슨과 엔씨소프트는 한국 최대 규모의 게임사이자 개발과 퍼블리싱 능력을 모두 갖춘 회사로 평가된다.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등 자체 IP(지식재산권)를 육성하고 확대하는 데도 일가견이 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런 점에 주목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빈 살만 왕세자와 사우디아라비아 관계자들이 11월 방한했을 때도 사우디아라비아 투자부 차관 일행이 한국 게임사인 시프트업을 직접 탐방하기도 했다. 그 뒤 시프트업은 사우디아라비아 투자부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기업들 중 유일한 게임사로 이름을 올렸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시프트업이 규모는 작지만 서브컬처 게임 장르에서 '데스티니 차일드'와 '승리의 여신: 니케' 등 IP화가 가능한 게임들의 성공을 이끌어왔다"며 "사우디아라비아도 이런 점에 주목해 시프트업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