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권준상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세계 1위 전기차(EV) 제조사인 테슬라에 대배 불공정한 자동차 매매약관을 시정하도록 했다. 

공정위는 테슬라 자동차 매매약관 중 5개 유형의 불공정약관 조항을 시정하도록 했다고 18일 밝혔다. 공정위가 테슬라에 대해 자동차 매매약관을 시정하도록 한 배경에는 급속도로 판매가 확대되면서 발생하는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다. 

테슬라는 세계 최대 전기차 제조·판매사로 지난 2017년 6월부터 한국시장 판매에 돌입했다. 지난해 보급형 '모델3'를 선보인 뒤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2017년 283대에 그쳤던 판매량은 2019년 2420대로 확대된 데 이어 올해 6월 기준 7078대로 증가했다.  

  

공정위는 먼저 사업자의 손해배상 면책과 범위를 제한하는 조항을 꼬집었다. 테슬라는 직접손해를 제외한 사업자의 모든 간접손해와 특별손해 책임을 면책하고 손해배상의 범위를 주문수수료 10만원으로 제한하고 있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해당 약관조항은 사업자의 배상범위를 주문수수료로 제한하고 있고 특별손해와 우발손해를 면책해 불공정하다"며 "고의·과실 책임원칙을 규정하고 특별손해에 대해서도 테슬라가 이를 알았을 경우 책임지도록 수정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차량 인도기간이 경과한 뒤 발생한 모든 손해를 고객에게 전가하는 조항도 지적했다. 테슬라는 차량 인도기간 경과 뒤 발생한 모든 손해를 고객이 부담하고 이 경우 사업자는 차량 인도의무를 부담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기존 조항은 인도기간이 지났다는 이유만으로 귀책여부와 관계없이 고객의 차량에 발생한 모든 손해와 위험을 고객에게 전가시키고 있다"며 "인도기간에 인수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최고 또는 계약해지 절차도 없이 사업자의 인도의무를 면탈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테슬라는 해당 약관조항에서 고의·과실에 따른 책임을 지도록 수정하고 인도의무 면탈조항을 삭제했다.

불명확한 취소 사유를 들어 고객의 주문을 일방적으로 취소하는 조항도 수정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기존 조항에는 '악의'라는 추상적인 사유로 사업자가 취소를 규정해 주문을 취소할 수 있었다"며 "이는 고객에게 불리한 조항으로 주문 취소 사유를 구체적으로 규정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테슬라가 고객 의사와 관계없이 언제든지 계약을 계열사에게 양도할 수 있도록 한 규정도 시정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기존 약관조항은 고객에게 통지 없이 사업자가 재량으로 양도할 수 있도록 규정해 고객이 양도의 사실을 몰라 이중으로 비용을 부담할 위험이 있었다"며 "민법, 개인정보보호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이뤄지도록 조치했다"고 말했다. 민법과 자동차 매매 표준약관은 고객이 반대의사를 표시한 경우 양도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정위는 테슬라에게 사업자에게 유리한 재판관할 조항도 시정하도록 했다. 기존에 테슬라는 고객과의 모든 분쟁에 대한 재판관할을 사업자 소재지를 관할하는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정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서울중앙지방법원을 관할법원으로 정하면 서울에 주된 사무소를 두고 있는 사업자에게는 유리하지만 거리가 먼 고객은 응소 등에 큰 불편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민사소송법에 따라 관할을 정하도록 해당 약관의 시정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한편 테슬라는 지난 14일부터 시정한 약관의 시행에 돌입했다. 더불어 고객의 선택을 넓히는 차원에서 차량 인도방식을 기존 출고지 인도뿐만 아니라 고객이 정한 장소로 인도하는 비대면 위탁운송방식을 도입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