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최유라 기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3조6000억원의 대규모 유상증자 추진 계획을 밝히면서 모회사 ㈜한화가 참여 여부를 두고 고심에 빠졌다. 시장에서는 유증 규모가 큰 상황에서 주주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서는 최대주주인 ㈜한화가 적극 나서야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별도기준 ㈜한화의 현금흐름은 그닥 좋은 편이 아니라 유증 참여가 부담이 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대해 한화는 유증 참여에 대해 이사회를 통해 결정될 사안으로 결정된 바 없다며 한발 발을 뺀 모양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한화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보유 지분율은 33.95%(1547만5456주)다. 2대 주주는 7.43%를 가진 국민연금이다. 그밖에 총발행주식수의 54%를 소액주주가 들고 있다.
계열사가 대규모 유증에 나서면 모회사가 책임경영 차원의 의지를 드러내기 위해서라도 계열사 유증에 참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일 기업설명회(IR) 컨퍼런스콜에서 ㈜한화의 유증 참여 여부를 묻는 질문에 "㈜한화 이사회에서 결정할 부분이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말씀드리긴 적절치 않다"고 답했다.
㈜한화도 22일 참여 의사를 묻는 딜사이트에 "㈜한화의 금번 유상증자 참여 여부는 ㈜한화 이사회에서 결정되며 아직 확정된 바가 없다. 이사회 등 내부 절차에 따라 구체적인 내용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일부 증권가에선 모회사 유증 참여 여부가 불확실한 점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날 이동헌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리포트를 통해 ▲㈜한화의 불확실한 참여 여부 ▲3조6000억원의 대규모, 15% 할인으로 주주부담 가중 ▲2024년 영업이익 1조7000억원, 영업현금흐름 1조4000억 등 성장세에서의 증자 등을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일각에선 ㈜한화의 현금성자산이 여유로운 편이 아니기에 유증 참여를 고심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실제 ㈜한화의 지난해 말 별도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기타금융자산 포함)은 3506억원으로 넉넉하다고 보긴 어렵다. 특히 지난해 영업활동현금흐름은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2023년 3379억원에서 지난해 -3385억원으로 현금흐름이 악화됐다.
주식가치 희석 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은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유증을 단행하면 최대주주 등 주주의 지분율이 희석된다. ㈜한화 역시 마찬가지이고 이는 모회사의 지배력과 연결된다. 다만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소액주주 비중이 50% 이상에 달한다. 현재 전체 발행주식수는 4558만1161주이며 595만500주를 신주 발행하면 전체 주식 수는 5153만1661주로 늘어난다. ㈜한화가 증자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가정했을 때 지분율은 33.95%에서 30.03%로 소폭 줄어들게 된다. 신주 발행 후 지분희석도 크지 않은 데다, 소액주주 지분율이 높아 앞으로도 모회사의 입지와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유상증자는 기존 주주의 지분율을 희석시킬 수 있어 단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한화도 증자에 참여하지 않으면 지분희석이 있겠지만 지배력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한화가 유증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기업마다 이사회를 통한 독립적 의사결정을 보장하기 때문에 이사회 결정이 나기 전에 유증 참여 의사를 대외적으로 언급하는 것 자체가 부담될 수 있다"며 "결국 모회사가 자회사 유증에 참여해 사업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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