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박민규 기자] SK온이 합작 투자에 대한 대규모 출자를 연내 마무리 짓는 만큼 내년부터는 설비 투자(CAPEX) 규모가 대폭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존 생산 투자건 경우 건설까지는 계획대로 수행하겠으나, 수요 등 시장 상황에 따라 가동 규모나 시점을 조절할 방침이다.
김경훈 SK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4일 2024년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CAPEX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블루오벌SK(포드 합작 법인)와 현대자동차 합작 프로젝트의 주요 투자가 연내 집행될 예정인 데 따라 오는 2025년 이후 CAPEX 금액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BOSK를 통해 미국에 설립 중인 3개 공장 중 켄터키 2공장은 시장 상황을 고려해 양산 시작(SoP) 시점을 늦추고, 켄터키 1공장과 테네시 공장은 기존 일정대로 내년 내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와 합작 설립 중인 미 공장 또한 예정대로 2025년 말 전 가동을 목표로 하고는 있지만, 현대차의 생산 계획 또는 라인 운영 최적화 등에 따라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김 부사장은 설명했다.
더불어 김 부사장은 "국내외 정책 금융과 금융 기관 차입, 합작 파트너 대여금 등을 활용해 안정적 자금 조달과 조달 비용 최소화에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요 고객사의 전략 제품인 주행 거리 연장형 전기 자동차(EREV)가 배터리 수익성에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SK온은 오히려 현대차와 EREV에 대해서도 적극 협력 중이라는 설명이다. 전현욱 SK온 IR(Investor Relations) 담당은 "최근 EREV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현대차 경우 기존 엔진을 활용하면서 배터리 용량은 축소해 원가 경쟁력을 높이는 EREV 출시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며 "당사는 현대차의 주요 벤더로서 순수 전기차 뿐만 아니라 하이브리드(HEV)와 플러그인하이브리(PHEV) 등에 있어서도 가장 선도적인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현대차의 하이브리드 확대 전략에 따른 수혜도 가장 많이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전 담당은 "EREV 자체가 전체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거나 순수 전기차를 대체한다고 보기는 어렵고, 실제 일부 시장 조사 기관도 EREV는 과도기적 기술로서 전기차보다는 오히려 PHEV의 대체재로 보고 있다"며 "EREV는 PHEV 용량 이상의 배터리를 장착하므로 장기적으로도 배터리 시장에서의 부정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 외 SK온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다시 집권하더라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전면 폐지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따라서 정권 교체 여부과 상관없이 미국 내 투자 및 생산 능력을 강화해 중국 배터리 기업들에 맞서겠다는 전언이다.
전 담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한다면 전기차 보조금 축소와 연비 규제 완화로 전기차 전환 지연이 불가피할 수는 있겠지만, IRA로 인한 투자가 공화당 집권주에 집중돼 왔고 공화당 지지 세력 내부에서도 의견이 각기 다른 점을 고려하면 IRA의 전면 폐지는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IRA에) 비우호적 움직임이 있다 해도 보조금 대상 축소나 예산 제한 등 제한적 조치의 가능성이 더 높다"고 덧붙였다.
유럽의 탄소 배출 규체 등이 수요에 미칠 영향은 아직 예측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유럽연합(EU)의 상용차·승용차 탄소 배출 규제 강화 결정에 따라 내년부터 완성차 업체별 신규 차량에 대한 평균 탄소 규제치가 승용차 기준 약 20% 높아질 예정이다.
전 담당은 "현재 유럽의 전동화율이 약 15%인 것을 감안하면 예년 기준 순수 전기차만으로 대응할 경우 앞으로 약 25% 높아져야 한다는 의미"라며 "해당 규제 시행이 전기차 비중 확대에 도움이 된다고 볼 수는 있지만 최근 일부 유럽 고객 경우 (EU에) 규제 완화를 요구 중이거나 다른 제조사와 탄소 크레딧 계약을 맺는 등도 준비하고 있어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다만 EU 규제에 대응하려는 고객들과는 내년 유럽 공급량을 긴밀하게 논의 중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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