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부품계열사인 현대위아가 정재욱 대표 2기 체제를 맞았다. 정 대표 체제 아래에서 현대위아는 연매출 8조5000억원을 달성하는 등 외형 성장을 일궈내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정 대표는 단순 실적으로는 드러나지 않은 여러 과제를 안고 있다. 4년 만에 '트리플A' 타이틀을 거머쥔 현대차의 주요 부품사에 걸맞게 정체된 신용등급을 끌어 올려야 한다. 모빌리티 시장의 피할 수 없는 흐름인 EV(전동화)에 맞춰 체질개선도 일궈내야 하는 현대위아의 현안과 과제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현대위아의 중국 사업이 주거래처인 현대차의 사업 축소와 맞물려 어려움이 가중하고 있는 모양새다. 중국에서 등속조인트와 엔진 등 생산허브 역할을 하고 있는 현지 법인 2곳(강소현대위아유한공사·산동현대위아기차발동기유한공사)이 연이은 적자로 인해 손상차손(평가손실)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위아의 중국 법인인 강소현대위아유한공사(지분율 100%·강소법인)는 지난해 연말 424억원의 손상차손을 인식했다. 또 다른 현지 법인인 산동현대위아기차발동기유한공사(43%·산동법인)도 326억원의 평가상 손실을 입었다. 손상차손이란 유·무형자산의 시장가치가 급격히 하락한 경우 이를 회계적으로 반영하는 것을 말한다.
특히 이 가운데 강소법인(Jiangsu Hyundai-Wia Co., Ltd)은 이번 손상차손으로 인해 법인의 가치가 최초취득가액 밑으로 떨어졌다. 지난 2004년 1월 현대위아가 970억원의 비용을 들여 설립한 해당 법인의 장부상 값어치는 871억원이다. 불가피하게 해당 법인을 매각하게 될 경우 원금도 못 건질 여지가 큰 셈이다.
중국 강소성 장가항시에 위치 강소법인은 등속조인트(CVJ)를 비롯해 공작기계와 주물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16년 7월에는 현대위와의 효자 제품군인 등속조인트 라인을 증설해 연간 40만대이던 생산능력을 70만대로 확대했다.
산동법인(Shandong Hyundai Wia Automotive Engine Company)의 경우 그마나 사정이 나은 편이다. 해당 법인은 장부상 가치가 최초 취득 시점 보다 높아져 있던 터라 이번 손상차손의 여파가 비교적 적었다. 지난 2006년 9월 현대위아가 725억원을 투자해 설립한 산동법인은 지난해 3분기까지만 해도 장부상으로 1820억원의 가치가 인정됐다. 하지만 4분기에 326의 평가손실이 반영되면서 1493억원으로 하향 조정됐다. 중국 산동성 일조시에 위치한 산동법인은 현지에서 엔진 생산을 전담하고 있다.
현대위아가 두 법인에 손상차손을 인식한 것은 중국에서 부품 사업이 적자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강소법인은 지난 3년(2021년~2023년)간 영업손실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 기간 누적 손실액은 134억원에 이른다.
산동법인은 지난 2020년 현대위아의 종속회사로 편입된 이후 한 번도 흑자를 보지 못했다. 2020년 11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뒤 ▲2021년 42억원 ▲2022년 711억원 ▲2023년 650억원의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주요 공급처인 현대차의 중국 사업이 축소되고 있는 현실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현대차는 중국에 마련해 놓은 생산시설을 정리하는 수순을 밟고 있다. 5개(베이징1~3·창저우·충칭)이던 중국 공장은 2개로 축소해 운영된다. 지난 2021년 베이징 1공장을 매각한 데 이어 지난해 연말에는 충칭 공장을 처분했다. 올해 안으로는 창저우 공장도 매각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위아 관계자는 "중국 사업의 부진이 이어지면서 강소현대위아유한공사와 산동현대위아기차발동기유한공사의 자산 가치를 재평가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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