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한보라 기자]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가 SK하이닉스의 인공지능(AI) 시대 대응을 두고 과거 경험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SK하이닉스는 2011년 SK그룹으로 인수되기 전까지 채권단 관리를 받는 등 수많은 고비를 넘겨왔다. 이 같은 위기를 극복하면서 혁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DNA가 조직원들에게 형성됐다는 게 곽 대표의 설명이다. 

곽 대표는 23일 오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인촌기념관에서 열린 '제117회 학위수여식 특별강연'에서 "2000년대 초 제가 몸담은 회사는 채권금융기관(채권단)의 관리 하에서 매우 어려운 시간을 겪었다"며 "남은 임직원들이 회사를 살리기 위해 절실한 마음을 다한 결과가 반도체 역사에 길이 남을 혁신을 만들어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곽 대표는 "투자 없이도 차세대 메모리를 생산할 수 있는 방법, 공정 수를 대폭 축소해서 원가를 줄이면서도 칩 내부 구조와 회로를 혁신해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D램을 성공적으로 만들어낸 게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치킨게임 속에서 손바뀜이 잦았던 회사다. SK하이닉스의 전신은 1983년 출범한 현대전자다. 외환위기 직후 현대그룹에서 떨어져 나온 현대전자는 무리한 투자의 후폭풍으로 채권단 공동관리(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이후 채권단이 매각을 시도하면서 미국 마이크론, 효성그룹 등에 팔려갈 뻔했으나 무산됐다. 

풍파 속에서도 SK하이닉스 임직원들은 자구책을 마련하기 위해 기술 개발에 매진했다. 노사 협력을 통해 순환 휴직을 실시했다. 스위스 ST마이크로와 협업해 낸드플래시 메모리를 개발, 관련 사업에 진출한 것도 이때다. 결국 2012년 2월 SK그룹에 인수가 결정되며 지금 같은 안정적인 경영환경을 누릴 수 있게 됐다. 

그는 "가혹한 조건을 이겨낸 가치는 상상 그 이상"이라며 "이렇게 어려움을 이겨내며 위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와 혁신적인 방법들을 발굴하는 문화가 우리 회사 DNA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곽 대표 언급한 '가혹한 조건을 이겨낸 가치'의 대표적인 사례가 고대역폭메모리(HBM)다. HBM은 대표적인 커스터마이징 제품이다.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고객사 요구에 맞게 제작해야 한다. SK하이닉스는 GPU 제조사 AMD와 협업, 2013년 세계 최초로 HBM 개발에 성공했다. 가능성만 보고 전체 시장의 1% 미만을 차지하는 프로젝트에 매진한 것. 

곽 대표는 올해 고려대 졸업생들에게 "때로는 망가질지라도, 어떤 어려움이라도 극복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세상 흐름에 올라타라"며 삶에 대한 절실한 애정으로 무장한 채 자신의 미래를 만들어 나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본격적으로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우리 사회는 굉장히 빠르게 진화할 것"이라며 "AI 시대에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게 여러분들이 사회에 나가면서 맞이할 가장 큰 첫 번째 숙제"라고 했다. 

1965년생인 곽 대표는 고려대학교에서 재료공학과 학사에 이어 석·박사를 모두 수료했다. 1994년 SK하이닉스의 전신인 현대전자 공정기술실에 입사했다. 이후 SK하이닉스 청주FAB담당(전무), 제조·기술담당(부사장)을 역임했다. 2022년 3월부터 현재까지 SK하이닉스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