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허영수 기자]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경영권을 쥐고 있는 기업들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자산 유동화 전략을 택하고 있다. 경영 실적 악화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사업 환경을 둘러싼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며 뚜렷한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종합 가구·인테리어 회사 한샘은 최근 서울 서초구 소재 '한샘디자인 파크 방배점' 건물 및 토지 일체 매각을 결정하고 부동산 개발 시행사 등과 협상을 진행 중이다. 한샘디자인파크 방배점은 지난 1997년 한샘의 가구 사업 런칭과 함께 최초로 오픈한 오프라인 사업장이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매각액은 300억~400억원 수준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한샘이 상징성이 큰 부동산 매각을 감안할 만큼 최근 경영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샘은 지난해 영업손실 216억원으로 상장 후 첫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3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누적 영업손실은 9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 폭이 86% 확대됐다. 

한샘은 방배 전시장 매각 대금을 디지털 등 신사업 투자와 물류 효율화 자금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한샘은 지난 9월 이사회에서 가구·건재 등으로 물류센터를 특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물류센터 재배치 계획'을 승인한 바 있다. 

이 같은 계획은 최대주주인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 주도 하에 이뤄졌다. IMM PE는 지난 2021년부터 총 두차례에 걸쳐 1조6000억원을 들여 한샘의 지분 36%를 확보했다. 앞서 진행된 이사회 또한 한샘 기타비상무이사로 등재된 이해준 IMM PE 대표 주재로 열렸다. 이 밖에도 IMM PE는 최근 3개로 나눠져 있던 한샘의 마케팅실을 1개 조직으로 통합하는 등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한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홍콩계 PEF 운용사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어피너티)가 최대주주로 있는 생활용품 판매 기업 '락앤락'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락앤락의 누적 매출은 348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 감소했고, 2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락앤락의 실적 부진은 전체 매출의 30%를 차지하는 중국의 경기 침체 영향이 컸던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락앤락의 중국 매출은 지난해 1900억원으로 전년 대비 42%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실적 악화가 장기화되자 어피너티는 구조조정을 통한 유동성 확보에 돌입했다. 지난 2021년 충남 아산에 위치한 락앤락 공장을 경동나비엔에 매각했다. 이달 6일에는 안성 공장 생산도 중단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락앤락이 안성 공장에서 생산하던 제품을 베트남 및 중국 공장으로 이전 시킬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인건비 절감'을 통한 비용 축소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어피너티가 락앤락을 인수한 건 지난 2017년이다. 당시 특수 목적법인(SPC) 컨슈머스트랭스를 통해 창업주인 김준일 락앤락 전 회장 지분 57.8%와 김창호 전 락앤락 사장 지분 10.8%를 6293억원을 들여 인수했다. 어피너티가 락앤락을 인수할 당시 주당 매입가가 1만8000원에 육박했지만, 연이은 실적 부진을 겪으며 현재 락앤락 주가는 6300원으로 내려앉은 상태다.

IB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유동성 확보에 나선 것은 경영난 장기화에 대한 불안감 때문으로 보인다"며 "락앤락과 한샘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는데, 뚜렷한 타개책이 보이지 않아 자산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