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보람 기자] 나춘호 예림당 회장이 주가 하락 덕분에 티웨이항공 최대주주 티웨이홀딩스의 지배력을 굳건히 지킬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지배구조에 문제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됐던 신주인수권부사채(BW) 투자자들이 주가 부진을 이유로 권리행사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커져서다.

티웨이홀딩스는 2020년 10월 당시엔 자회사였던 티웨이항공의 유상증자에 참여키 위해 300억원 규모의 BW를 발행했다. 오는 22일 행사가 만료되는 해당 BW의 최초 행사가액 및 행사에 따른 신주발행 물량은 각각 902원, 3325만9423주로 설정됐으나 주가 하락 등으로 현재 행사가는 595원, 신주 발행가능 물량은 4906만7274주로 조정됐다.

나춘호 회장은 이 BW로 인해 그룹의 지배구조 약화 우려를 사왔다. 행사 물량에 따라 예림당의 티웨이홀딩스 지분이 크게 희석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6월말 기준 예림당이 보유한 티웨이홀딩스 지분은 39.9%로 안정적인 편이지만, BW 행사 물량이 전량 신주로 발행되면 지분율이 종전보다 12.2%포인트 하락한 27.7%로 낮아진다.

시장은 나 회장이 BW로 곤욕을 치를 것으로 예상하기도 했다. 연초만 해도 실적 개선 기대감으로 티웨이항공을 비롯한 LCC(저비용항공) 상장사 주가가 크게 뛰었단 점에서다. 이에 지난 1월 티웨이홀딩스 신주인수권증권(티웨이홀딩스 24WR)의 매매가는 379원까지 올랐다. 티웨이홀딩스 24WR 매입가에 더해 BW 행사가(595원)를 지출해도 이익이라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많았던 것이다.

하지만 티웨이홀딩스 주가는 BW 행사만기를 앞둔 최근 하락세를 타며 나 회장의 지배력을 굳건하게 하는 재료가 됐다. 지난 24일을 기점으로 회사 주가는 BW 행사가액을 밑돌았으며 6일 종가는 541원을 기록했다. 투자자 입장에선 권리행사 직후부터 상당한 평가손실을 떠 앉아야 하는 셈이다. BW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지다 보니 티웨이홀딩스 24WR는 이날 기준 5원에 그치기도 했다.

티웨이홀딩스 한 주주는 "오너 지배력 강화를 위해 주가를 억눌렀나 싶을 정도로 하락 타이밍이 절묘하지 않나"라며 "주가가 떨어진 가운데 BW로 행사로 대량의 신주가 발행되지 않는 건 일반주주에게도 그나마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장은 BW 행사 이후로 예정돼 있는 티웨이홀딩스의 전환사채(CB) 투자자들이 어떤 결정을 할지도 관심사로 꼽고 있다. 이 회사는 작년 3월 경영난 타개를 목적으로 65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했으며 6월말 현재 전환 가능물량은 824만주다. 전량전환 시 예림당의 티웨이홀딩스 지분은 39.9%에서 37.1%로 2.7%포인트 하락하며 주가 하락에 따라 전환가액이 조정될 경우에는 3%포인트 이상 축소될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