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홈플러스유통법 규제 강화 촉각...대형마트에 '독'

[딜사이트 김민희 기자] 홈플러스 사태로 유통법 규제가 더 강화될 지에 촉각이 쏠리고 있다. 작년 티메프 파장 때에도 독과점 플랫폼 규제가 강화된 전력이 있는 탓이다. 이미 대형마트에 대한 강한 규제가 시행되고 있고 온라인 플랫폼들이 득세하고 있는 가운데 유통법 규제가 더 강화된다면 대형마트의 설 자리는 더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달 4일 홈플러스 기업회생 절차가 개시되면서 일부 증권사에서는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반사이익을 가져갈 수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 회생 여파가 장기화될 경우 홈플러스 자체 영업력 약화가 불가피하고 소비자들이 타 마트로 이동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업계의 반응은 사뭇 다르다. 오히려 홈플러스 사태가 단초가 돼 대형마트 규제가 더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 최근 홈플러스가 발행한 유동화전단채 투자 피해자들이 단체행동에 나서자 정치권 개입까지 이뤄지기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달 12일 제20대 민생의제 발표회에서 대형마트 규제 방향을 논의했다.
정치권이 개입하게 될 경우 홈플러스 사태는 과거 티메프 파장과 비슷한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당시 국회와 정부는 재발 방지를 근거로 이커머스 및 플랫폼 규제 강화에 속도를 냈다. 주목할 점은 당시 티메프 사태의 원인이 큐텐의 관리·감독 실패와 긴 주기의 정산시스템이였는데 이와 상관없는 플랫폼 규제 조항들도 덩달아 법안에 포함됐다는 것이다. 강화된 온라인플랫폼법의 경우에도 독점규제, 갑을관계를 중심으로 하는 법률로 정산 지연과는 무관하다.
대형마트는 이미 10년이 넘는 기간 강력한 규제를 견뎌왔다. 2012년 유통법이 개정된 이후 대형마트는 매월 둘째 주, 넷째 주 일요일 두 차례 의무휴업을 해야 하고 심야영업도 제한됐다. 영업제한시간에는 온라인 주문 배송서비스도 할 수 없고 전통상업보존구역 반경 1km 내에는 출점도 불가했다. 유통법 규제 영향으로 대형마트 3사(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의 2013년 총매출은 26조9418억원에서 2014년 19조7996억원으로 1년 만에 26.51% 감소하기도 했다.
여기에 이번 홈플러스 사태로 유통법이 강화되면 대형마트의 설 자리는 더 좁아질 수 있다. 최근 쿠팡과 네이버 등 이커머스의 급성장으로 대형마트의 입지는 상당히 쪼그라든 상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작년 전체 유통업체 매출 중 온라인 비중은 50.6%까지 확대됐다. 반면 대형마트 비중은 11.9%에 그쳤다. 대형마트의 업황 악화는 대규모 인력 감축으로 이어졌다. 실제 롯데마트는 2021년 상·하반기, 2023년 연말에 걸쳐 세 차례나 희망퇴직을 시행했고 이마트도 작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 사태로 정치권이 강하게 개입하는 등 상황이 장기화될수록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 강화 움직임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오히려 홈플러스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규제를 완전 철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시장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대형마트의 경쟁력 약화다"라며 "오히려 대형마트에 적용됐던 규제를 완전히 철폐해 제2의 홈플러스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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