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표그룹, 현대차그룹과 일감거래 감시 벗어난다
공정위 거래내역 보고 의무 종료, 눈치보기 '끝'…건설자재 거래 활발
이 기사는 2024년 04월 17일 16시 1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 (출처=삼표그룹 홈페이지)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삼표그룹이 현대자동차그룹(현대차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사정권에서 벗어날 전망이다. 삼표그룹이 2021년부터 매년 현대차그롭과의 거래 내역을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보고 중이지만, 올해를 끝으로 이 같은 의무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두 그룹 간 대규모 거래가 발생하더라도 외부에는 해당 내역이 공개되지 않게 된다.


◆'친족 독립경영', 현대차그룹 거래내역 보고 의무 올해 소멸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표그룹은 올해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대한 현대차그룹과의 거래 보고 의무가 사라진다. 삼표그룹은 공정위가 친족 독립경영(공정거래법 제3조의 2)을 인정한 2021년부터 거래내역 등을 공유 중이다.


앞서 삼표그룹은 현대차그룹이 동일인(총수)을 정몽구 명예회장에서 정의선 회장으로 변경하는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현대차그룹 대기업집단으로 편입될 상황에 처했다. 정의선 회장 부인인 정지선 씨가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의 장녀인 만큼 4척 이내의 인척 관계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도원 회장은 공정위가 제시한 계열분리 조건을 모두 충족하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친족 독립경영을 주장했다. 예컨대 정의선 회장이 보유한 삼표그룹 계열사 지분이 없을 뿐더러 정도원 회장이 보유한 현대차그룹 계열사 지분도 전무하다. 두 그룹 간 임원의 상호 겸임이나 채무보증 및 부당 내부거래 등이 없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공정위는 정도원 회장 측의 이 같은 주장을 수용했다. 다만 삼표그룹이 현대차그룹 기업집단에서 제외된 직후 3년간 거래 내역을 보고하도록 했다. 불공정 행위나 부당 지원 등 범법 행위가 발생할 경우 삼표그룹을 현대차그룹으로 편입시키기 위함이었다. 이 기간 동안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그 이후부터는 보고 의무가 소멸된다.


◆ 그룹간 거래 현재 진행형…일감몰아주기 의혹 여전


업계에서는 두 그룹이 공정위 감시망이 약화된 이후를 우려하는 분위기다. 현대차그룹이 여전히 삼표그룹으로 일감을 떼어주는 상황에서 법적 규제까지 풀릴 경우 일감 거래가 급증할 수 있어서다.


실제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건설은 지난해 ▲삼표피앤씨 ▲삼표산업 ▲삼표시멘트 ▲에스피네이처 ▲에스피엔에이 등으로부터 토목 및 일반 자재, 건축자재 등을 매입했다. 구체적인 거래 금액은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이들 회사들은 현대건설의 주요 매입처로 이름을 올렸다.


이에 대해 현대건설 관계자는 "그룹간 거래 자체는 문제가 없다"며 "다만 삼표그룹과의 구체적인 원자재 매입량과 비용 등의 조건은 공개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양재사옥 전경. (제공=현대차그룹)

나아가 삼표그룹은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비즈니스센터(GBC) 건립으로 상당한 수혜를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은 GBC 인허가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이르면 내년 하반기께 GBC 개발에 착수한다는 구상이다. GBC 시공을 현대차그룹 소속인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맡고 있는 만큼 삼표그룹 계열사와의 원자재 납품 거래 역시 대폭 늘어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현대차그룹 소프트웨어(SW) 계열사인 현대오토에버는 정도원 회장의 둘째 사위가 운영하는 에스피케이인크에 외주를 주고 있다. 정도원 회장 차녀인 정지윤 씨는 에스피케이인크 3대주주이자 사내이사로 활동 중이다.


◆ 삼표, 현대제철 슬래그 독점 공급…통행세 의혹도


두 그룹이 과거부터 수차례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 휘말렸던 점도 집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대표적으로 2010년대의 현대제철 슬래그 사례를 꼽을 수 있다. 슬래그는 철광석을 제련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로, 시멘트와 섞으면 강도가 높아진다는 특징을 가진다. 문제는 현대제철이 삼표그룹 측에 슬래그를 독점 공급했고, 삼표 측이 해당 슬래그의 일부만 소화하고 나머지는 마진을 붙여 재판매하면서 '통행세'를 걷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삼표그룹이 지난해 현대차그룹과 무관하게 대기업집단에 신규 지정됐다는 점에 주목한다. 두 그룹이 각각 독립적인 기업집단으로 완전히 분리된 만큼 일감 몰아주기 논란 가능성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삼표그룹은 현대차그룹과의 일감 거래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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