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봤더니]
"상법 개정안 통과, 행동주의 역할 줄어들 것"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자본시장 정상화 선행 작업"
이 기사는 2025년 04월 17일 06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제공=얼라인파트너스)


[딜사이트 서재원 기자]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행동주의펀드의 역할이 줄어들 것으로 보여요. 상법 개정안의 골자인 지배주주의 사익 추구 제한이 그간 기업 거버넌스 개혁을 외쳐온 행동주의펀드의 요구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죠. 법으로 이 부분을 보완한다면 국내 행동주의펀드도 해외처럼 기업의 사업과 방향 등에 제언하는 2세대 행동주의로 넘어가지 않을까 생각해요"


지난 15일 만난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상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국내 행동주의펀드도 전환점을 맞이할 것으로 전망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 중 하나인 지배주주의 사익추구, 기업 거버넌스 문제가 자연스레 해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이 대표는 국내 행동주의펀드들도 생존을 위해 기존과는 다른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상장 기업, M&A 거래와 비교해 주가 저평가"


얼라인파트너스는 지난 2021년 설립한 자산운용사다. 저평가된 우량 상장기업에 투자해 ▲거버넌스 ▲자본배치 ▲경영전략 개선 등을 통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행동주의 전략을 중점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얼라인을 설립한 이 대표는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출신으로 오비맥주 매각, LS오토모티브 인수 등 굵직한 딜을 담당한 인수합병(M&A) 전문가다.


이 대표는 국내 바이아웃 PEF의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프라이빗에쿼티(PE)보다는 행동주의 전략의 가능성을 내다봤다. 특히 국내 상장 기업들의 가치(주가)가 M&A가 이뤄질 때 거래되는 금액보다 상당히 저평가됐다는 점에 주목했다. 오랜 기간 M&A 시장에 몸을 담아온 만큼 상장 주식 투자에도 바이아웃 PEF의 관점을 활용한 셈이다.


이 대표는 "만약 이 기업을 PE가 산다면 얼마의 가치로 살지 생각하면서 투자 기업을 물색하는 편이다"며 "좋은 상장 기업들이 많이 있는데 그 가치는 M&A가 이뤄질 때보다 저평가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가 지배구조 개선 등을 통해 저평가 요인을 해결하면 그 괴리를 충분히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얼라인의 이름을 알린 건 지난 2022년 SM엔터테인먼트 투자다. 당시 얼라인은 이수만 전 SM엔터 총괄 프로듀서와 라이크기획 간의 불공정 계약, 이사회 독립성 등을 지적하며 캠페인을 벌였다. 결과적으로 SM엔터는 라이크기획과의 계약을 종료하고 주주환원정책을 강화했으며 이 대표는 SM엔터의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돼 이사회에 진입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 밖에 얼라인은 7대 금융지주, 두산밥캣, 코웨이 등에서도 행동주의 캠페인을 벌였다. 이 대표는 "저희가 공개적으로 관여했던 기업들 모두 원하는 방향으로 변화를 이끌었다"며 "SM엔터는 물론 금융지주 역시 주주환원율 50%, RWA 성장률 관리 등에 동의했으며 두산밥캣도 결과적으로 로보틱스와의 합병을 철회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캠페인을 진행한 코웨이의 경우 집중투표제 도입은 무산됐지만 주주환원율 향상(20→40%), 목표자본구조 도입 등의 성과를 거뒀다"며 "다만 코웨이의 근본적인 지배구조 문제는 아직 해소가 안 됐기 때문에 이사회 독립 등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당분간 캠페인을 지속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두산밥캣·로보틱스 합병, 상법 개정안 통과됐다면 애초부터 불가능"


이 대표는 최근 화두인 상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국내 행동주의펀드도 생존의 전환점을 맞이할 것으로 내다봤다.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대주주의 불합리한 의사결정이 줄어들고 기존 행동주의펀드가 설 자리도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상법 개정안은 ▲이사의 충실의무 강화 ▲대주주 이해관계 거래 제한 등을 핵심으로 한다.


이 대표는 "상법 개정안의 취지는 한마디로 대주주나 지배주주의 사익추구를 막자는 것이며 이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가장 큰 요인이다"며 "만약 법으로 이 부분을 보완한다면 거버넌스와 관련한 행동주의펀드의 요구도 줄어들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두산밥캣과 로보틱스의 합병 역시 상법 개정안이 통과됐다면 애초부터 불가능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상법 개정안 통과가 국내 자본시장 정상화의 선행 작업이라고 주장했다. 동시에 그는 상법 개정안이 통과한다면 설 자리를 잃은 국내 행동주의펀드도 생존을 위해 2세대로 진화할 것이라 전망했다. 이 대표가 전망한 2세대 행동주의는 기업의 사업 방향 등을 파고드는 전략적인 개입이다. 


그는 "행동주의가 발전한 미국의 경우 영업이익률 향상, 비주류 사업 매각 등 회사의 전략이나 방향에 대해 광범위하게 제언하는 수준이다"며 "상법 개정안이 통과할 경우 국내 행동주의펀드도 생존을 위해 이러한 방향으로 진화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이어 "기업 거버넌스 개선 위주의 전략을 구사하는 기존 행동주의펀드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덧붙었다.


실제 미국의 행동주의펀드는 기업 거버넌스 개선보다는 사업의 전략·방향 등 전문적인 요구가 주를 이루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3년 글로벌 행동주의펀드 트라인펀드 매니지먼트의 경우 펩시에 캠페인을 진행할 당시 음료 사업의 수익성 정체를 해결하기 위해 음료사업과 스낵사업을 나눠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근에는 미국 최대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글로벌 에너지기업 BP에 재생에너지 사업 철수, 저탄소 사업 자산 매각 등을 요구하기도 했다.


끝으로 이 대표는 얼라인의 장·단기적 목표에 대해서 밝혔다. 그는 "장기적인 목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해소되고 주식시장이 정상화하는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행동주의펀드가 요구할 게 없어져 문을 닫으면 행복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단기적으로는 코웨이를 비롯해 최근 공시한 스틱인베스트먼트 등 보유 포트폴리오에서 성과를 내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관련종목
관련기사
만나봤더니 487건의 기사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