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권일운 기자] 신성이엔지가 보유중이던 자기주식을 대량 매각했다. 올 들어서만 세 번째다. 최근 '그린 뉴딜' 테마로 편입돼 주가가 오르면서 자기주식 매각으로 거머쥐게 될 현금의 규모도 적지 않다.
신성이엔지는 30일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1000만주의 자기주식을 처분했다. 주관은 한국투자증권이 맡았다. 매각가는 전일 종가(3140원)에서 7%의 할인율을 적용한 2920원이다. 신성이엔지는 이번 거래를 통해 292억원의 현금을 확보하게 됐다.
신성이엔지는 지난 8월에도 두 차례에 걸쳐 자기주식을 매각했다. 같은달 17일에는 1000만주를 주당 1095원에 처분했고, 28일에는 500만주를 주당 1576원에 처분했다. 18일에는 상대적으로 높은 8%의 할인율을 적용했고, 28일에는 4.5%의 할인율을 적용했다. 주관은 한국투자증권으로 동일했다.
세 차례의 자기주식 매각을 통해 신성이엔지에 유입된 현금은 480억원에 달한다. 올 상반기 말 기준 신성이엔지가 보유한 현금 228억원의 두 배를 넘는 금액이다.
신성이엔지는 거래전 2728만주에 달하는 자기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전체 발행주식의 14.9%에 달하는 규모다. 신성이엔지의 최대주주인 이완근 회장 일가의 지분이 24%로 높다고는 보기 어려운 수준임에도 자기주식이 일종의 경영권 안정 장치로 여겨져 왔다.
신성이엔지가 많은 자기주식을 보유하게 된 계기는 2016년 이뤄진 지배구조 개편 작업 덕분이다.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신성솔라에너지가 자회사인 신성이엔지와 신성에프에이를 합병, 단일 법인을 출범시키면서 두 자회사 지분을 신성솔라에너지 주식으로 교환받았다. 신성솔라에너지는 이듬해 사명을 신성이엔지로 변경하고 지금의 체제를 갖추게 됐다.
3사간 합병이 완료된 뒤 신성이엔지가 보유하게 된 자기주식은 5559만주에 달했다. 두 자회사(구 신성이엔지·신성에프에이)를 합병한 대가로 교부받은 신주와 자회사들이 보유한 기존의 신성이엔지 주식만 4000만주가 넘었다. 여기에 합병에 반대하는 소액주주들로부터 사들인 주식도 1400만주에 육박했다.
대량의 자기주식을 보유하게 된 신성이엔지는 기회가 날 때마다 자기주식을 매각해 왔다. 초기에는 교환사채(EB)를 발행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 암호화폐 수혜주로 몸값이 급등한 관계사 우리기술투자 지분을 매입하는 대가로 자기주식을 제공하기도 했다. 이완근 회장 일가가 개인 자격으로 보유한 우리기술투자 지분을 신성이엔지 자기주식으로 맞바꾸는 거래였다. 이를 통해 이 회장 일가는 신성이엔지에 대한 직접적인 지배력을 강화하는 효과를 얻기도 했다.
대규모 자기주식을 기반으로 자금을 조달해 온 신성이엔지 입장에서는 그린 뉴딜 바람과 맞물린 최근의 주가 급등이 호재로 다가왔다. EB를 발행했을 경우, 교환가액 조정(리픽싱)처럼 불리한 조건을 감수해가면서까지 자기주식을 매각해야 했지만 금융비용이 사실상 '제로(0)'와 다름없는 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도 자기주식을 처분할 수 있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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