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창 부장] 최근 한 외신은 증권사 자료를 인용해 미국 상장기업의 20%가 '좀비 기업'에 해당한다고 보도했다. 좀비 기업은 이자조차 내지 못하고 부채로 연명하는 기업을 일컫는다.
미국뿐만 아니고 각국이 코로나19에 따른 기업의 연쇄 도산을 막고자 저금리와 재정 지원을 아끼지 않으면서 이러한 좀비 기업이 양산되고 있다. 좀비 기업이 일시적인 지원으로 고비를 넘기고 다시 성장 모멘텀을 찾으면 다행이겠지만, 이미 도태됐어야 할 기업이라면 산업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오랜시간 부담으로 작용한다.
명동 기업자금시장 참가자들은 국내에도 이러한 좀비 기업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성장 모멘텀을 찾을 수 없는데도 계속 경영을 이어가는 기업이 많다는 설명이다. 일부 기업의 경우 경영진의 모럴헤저드도 엿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런 기업이 언론 등을 통해 지원이 부족하다는 불만을 가장 많이 토로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또, 규제 산업이 아님에도 정부 규제를 핑계 삼고 있고 언론은 이를 그대로 '받아쓰기'하고 있다는 일부 참가자의 의견도 들린다.
명동 기업자금시장에서는 한계 기업을 구분할 명확한 기준이 있다. 기업자금시장 정보를 제공하는 중앙인터빌의 한 관계자는 "명동 시장이 '감'으로 움직인다는 잘못된 인식이 있다"며 "시장 참가자들은 신용등급, 매출액, 어음할인문의 빈도 등 다양한 사항을 고려해 할인여부와 금리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기업이라도 위험이 감지되면 무조건 거절되는 게 시장의 원리라는 기본에 충실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현실에도 시중 자금은 계속 위험 투자처로 몰리고 있다. 한계 기업이 '돈 놀이'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한계 기업이 대놓고 자금을 유치할 수 없다면 P2P나 펀드를 통해 자금을 공급받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는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낮은 연체율을 자랑하는 P2P 업체가 일종의 '돌려막기' 형태로 연체율을 낮추는 것으로 전해졌다. 낮은 연체율을 보고 자금을 투입하는 투자자들은 큰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셈이다.
주식시장도 마찬가지다. 이른바 '동학개미운동'으로 재미를 본 투자자나 기업이 동시에 망가지는 상황도 벌어질 수 있다는 게 명동시장의 우려다.
명동시장의 한 참가자는 "중소기업의 상업어음이 아닌 융통어음이 P2P 시장으로 흘러가는 것을 보면서, 넘쳐나는 유동성의 위험성을 알 수 있다"며 "금융시장의 충격은 좀비 기업 증가에 후행하는데 최근 시장이 정확히 이런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참가자는 "SK바이오팜 공모 흥행은 두 가지를 의미한다"며 "우량물 투자처를 찾기 힘들다는 뜻이고, 우량기업도 거품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는 것"이라고 분석헀다. 그는 "여기서 튕긴 자금이 제대로 된 분석도 없이 위험 투자처로 향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는 시중자금이 올바른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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