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권준상 기자] 현대·기아차의 자율주행 합작법인(JV) 설립과 지분투자가 신용도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국신용평가(한신평)는 25일 현대·기아차의 자율주행 JV설립과 지분투자에 대해 미래기술 관련 대규모 투자부담이 지속될 가능성과 가시적인 투자성과를 이룰 시기 등의 불확실성이 신용도 측면에서 부담요인이라고 짚었다. 

김호섭 한신평 수석애널리스트는 "현대차는 연초 미래사업투자 관련 2023년까지 연간 2조5000억원 내외의 추가 투자를 골자로 한 중장기 투자 확대 계획을 밝혔다"며 "비용부담 증가로 수익창출력이 약화된 상황에서 이러한 투자부담이 증가할 경우 현금흐름상 자금부족이 지속되면서 재무구조가 점진적으로 저하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레벨 4·5의 완전자율주행시장의 개화와 상용화시기에 변동성이 높고, 가시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투자성과시점의 예상규모 산출 등에 있어 불확실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 분야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미국 앱티브(APTIV)사와 공동으로 미국 현지에 합작법인(JV) 설립 계획을 밝혔다. 현대차그룹에서는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가 공동투자자로 참여한다. 합작법인에 원화 기준으로 현대차 약 1조2000억원, 기아차 약 7000억원, 현대모비스는 약 5000억원을 출자할 계획이다. 출자금액 중 약 5000억원은 자동차 엔지니어링 서비스, 연구개발 역량, 지적재산권 공유 등으로 현물 출자할 예정이다. 

다만, 김 애널리스트는 재무구조에 즉각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짚었다. 그는 "현물출자금액을 제외하면 실제 현금유출금액은 현대차는 1조원 미만, 기아차는 7000억원 미만 수준”이라며 “이는 현대기아차의 재무안정성과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규모”라고 말했다. 올해 6월말 기준 현금·금융상품규모는 현대차(차량부문)가 21조3000억원, 기아차(연결)는 7조9000억원이다. 김 애널리스트는 “상용화 이후 안정적인 수익창출시점까지는 합작법인의 손실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보유지분율만큼 양사의 지분법 손실로 반영될 것이나, 현대기아차의 당기순이익과 총자본규모를 감안할 때 즉각적으로 재무구조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전망”이라고 부연했다.

미래기술 대응력 제고 차원에서 투자의 타당성도 충분하다고 봤다. 김 애널리스트는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 가운데 자율주행은 높은 수준의 고도화된 IT기술의 집합체이므로, 기존 완성차업체가 자체적인 역량을 확보하는데 한계가 가장 큰 분야”라며 “현대기아차는 자율주행 분야에서 높은 기술력을 갖춘 APTIV와 JV형태의 강한 협력관계를 통해 레벨 4·5 자율주행 관련 소프트웨어 역량을 강화해 선두권업체와의 기술격차를 좁힐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연구거점 등 연구개발 인프라 공유를 통해 자율주행 기술개발 효율성을 제고하고, 솔루션 개발과 판매, 로보택시서비스 런칭 등 자율주행 상용화시점을 단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한신평은 현대차와 기아차의 신용등급을 각각 'AAA/부정적', 'AA+/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