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공도윤 기자] 핀테크의 핵심기술 중 하나로 ‘블록체인’이 주목받고 있지만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한 성공적인 핀테크 사례는 아직 찾아보기 힘들다. 블록체인 기술 연구가 초기 단계로 중앙화된 시스템을 교체할 만큼 사업성과 범용성을 갖춘 프로젝트가 등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핀테크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규제 샌드박스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여전히 블록체인 시장이 과도기 단계이다보니, 규제 당국으로부터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다. 블록체인과 함께 암호화폐 거래 등 제도적으로 풀어야할 제약 요건이 많은 탓이다. 혁신금융서비스 지원 신청을 받고 있는 금융위원회 역시 ‘블록체인’에 대해서는 모호한 입장이다. 공식적으로 블록체인 기술이 ‘혁신금융기술’의 정의에 해당된다면 신청은 자유로워나 암호화폐 부분은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 금융권에서도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은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국내 은행 15개사가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한 공인인증서 ‘뱅크사인’를 만들어 출시했지만,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데는 실패했다.

블록체인 특성인 분산저장으로 보안을 강화했지만 기존 공인인증서를 대체할 차별성을 갖추는데 부족했다. 모바일 앱을 설치하면 쉽게 사용가능 하지만 발급 절차 단계를 줄이지 못했다. 유효기간을 1년에서 3년으로 늘렸지만, 결정적으로 범용성에 한계를 보였다. 기존 공인인증서는 증권, 보험, 카드, 정부기관 등에서 동일하게 사용할 수 있지만 뱅크사인은 은행에서만 사용가능하다. 결국 은행연합회는 뱅크사인 이용 활성화를 위해 1월말까지 현금제공 이벤트를 실시했다.

당장 수익은 안되지만 은행, 금융투자, 보험, 코스콤, 한국거래소, 한국예탁결제원 등 금융권은 4차산업을 주도하는 혁신기술에 대한 선제적 대응 차원에서 금융서비스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는 시도를 지속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블록체인 기반 공인 인증서 ‘체인아이디(ID)’를 출시했다. 체인 아이디는 한 번의 인증절차를 통해 다른 금융기관에서도 바로 금융거래가 가능한 온라인 주식거래와 자금 이체 등을 지원한다. 체인아이디 역시 사용처가 많지 않아 이용률이 낮다는 지적에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 적용하고, 은행, 보험, 카드 등 타 금융권과의 연계를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또 인증서 기능 외에 고객의 성명, 연락처, 주소, 주민번호 등 개인 정보를 함께 저장해 회원가입이나 전자상거래 과정에 일일이 정보를 입력할 필요 없이 즉시 인증이 가능한 버전 2.0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은 혁신기술위원회를 출범하고 전자투표업무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는 개념검증(PoC·Proof of Concept) 개발을 완료했다. 이 기술을 바탕으로 예탁결제원은 블록체인 기반 전자투표 시범서비스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한국예탁결제원은 전자투표 플랫폼(유료) 시장의 독점적 위치를 누려왔다. 하지만 최근 미래에셋대우가 무료 전자투표 시스템을 공개하며 유료 전자투표 플랫폼 시장의 대변동이 예고된 상태다.

코스콤은 증권사 주식담보대출 업무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 증권사와 투자자가 담보로 맡긴 주식 시세 변동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개시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코스콤은 코스콤5.0을 선언하고 금융데이터 구축 및 제공, 빅데이터·AI, 오픈API플랫폼 등 축적된 콘텐츠와 기술을 활용해 코스콤을 데이터 플랫폼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바 있다.

한국거래소 역시 유가증권시장 2019년 주요 사업계획 발표를 통해 블록체인 등 미래성장 신기술 도입방안 검토 등을 통해 한국증시의 미래성장 동력을 육성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