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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2-3세들의 교두보…사교계의 풍운아
김규희 기자
2026.02.24 07:40:17
① 1975년생·SKY·중국 키워드에 집중된 황금 인맥…카카오·한진 주무른 실세
이 기사는 2026년 02월 23일 06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창배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

[딜사이트 김규희 기자] 2024년 자본시장은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으로 떠들썩했다. 지난해 이 사건은 형사 소송으로 비화했고 여론은 검찰이 시세조종 혐의로 기소한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에게 쏠렸다. 하지만 여의도 증권가와 투자은행(IB) 관계자들 사이에선 김범수 보다 생경한 이가 적잖게 회자됐다. 


세간의 이목이 카카오 창업주의 아우라에 집중된 사이 그 배경에서 실질적으로 1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동원해 사건의 판을 뒤흔든 인물이 있고, 그가 바로 사모펀드(PEF) 운용사 원아시아파트너스의 대표 지창배였다는 전언이었다.  


실제 거래에 직간접 발을 들여놓았던 관계자들은 지창배 대표가 사안의 단순한 조력자가 아니라 오히려 실세였다고 전했다.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을 비롯해 국내 내로라하는 재계 2·3세들과 깊은 인맥을 바탕으로 수천억원대 자금을 움직인 자본시장의 거물이자 딜메이커(Dealmaker)였다는 설명이다. 


이런 소문을 증명이라도 하듯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부장판사 양환승)는 지난해 10월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지창배 대표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시세조종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지만 펀드 자금 횡령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라고 판단했다. 시세조종과 별개로 그가 운영한 펀드와 관련 영향력을 일정 부분 사실로 지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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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의 판결은 다시 항소심을 향하게 됐다. 그러나 1심을 통해서도 드러난 몇 가지 사실을 통해 지창배 대표는 스스로 자본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치와 자신이 구축한 방대한 네트워크의 실체를 감출 수가 없게 됐다. 제조업체 2세 경영자 출신인 그가 어떻게 단기간에 굴지의 기업 오너들을 우군으로 끌어들여 금융계 큰 손이 됐는지, 그 실체는 어떤 수준인지 등이다. 


일단 드러난 배경에서는 세 가지 키워드가 확인된다. 그가 재계 2~3세 가운데서 1975년생 모임을 주도했고, 고려대 출신으로 유학파나 서울대, 연세대, 경기초·청운중·경복고 등 엘리트 학벌을 주로 규합했으며, 부친의 대를 이어 한중 네트워크 인맥을 활용했다는 사실이다. 


지창배 대표는 이전까지 재계나 금융계에서 보기 드문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먼저 그의 부친은 자유민주연합(자민련) 소속으로 제15대 국회의원을 지낸 지대섭 전 회장이다. 지대섭 전 회장은 국내 1호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제조사인 청호컴넷(현 센트럴인사이트)을 일궈 상당한 부를 쌓았고 이를 바탕으로 정계에 진출한 인물이다. 


지창배 대표는 이런 국회의원 아버지라는 든든한 배경 덕분에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정·재계 유력 인사들과 친분을 쌓을 수 있던 것으로 보인다. 대학을 졸업한 직후 부친의 회사를 물려받아 부회장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이런 맥락에서 제조업 CEO이지만 금융계 주변인들과도 인맥이 상당한 두터운 인물로 평가된다. 


지창배 회장을 아는 지인은 그에 대해 "성격이 시원시원하고 노는 것을 좋아하며, 사교성이 매우 뛰어난 인물"이라며 "특유의 친화력으로 재계 오너들은 물론이고 그들을 통해 소개받은 금융계 인사들과 격없이 어울리면서 인맥을 끊임없이 넓히는 모습을 보였다"고 기억했다. 경제계에서 활약한 70년대생들과는 대부분 형·동생 하는 사이로 발전했고, 그의 마당발 기질은 사모펀드라는 금융 기구를 통해 거액의 자금을 끌어모으는 결정적인 자산이 됐다는 설명이다. 


다른 관계자들은 지창배 네트워크의 결정적인 한 축으로 2021년 설립된 사단법인 한중신시대우호협회를 꼽는다. 그 뿌리를 살펴보면 결국 다시 지 대표의 부친인 지대섭 회장이 등장한다. 지대섭 회장이 10년 넘게 이사장을 맡으며 중국 정재계와 깊은 관계를 맺어온 한중친선협회다. 지창배 대표는 경영수업 과정에서 한중친선협회의 수석부회장직을 수행하며 아버지의 인맥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것으로 확인된다. 


실제 2012년 3월 중국 산둥성 정부 초청으로 방중한 지창배 대표는 허준홍 삼양통상 사장(전 GS건설 부사장), 장선우 극동유화 대표, 윤관 블루런벤처스 대표(고 구본무 회장 사위), 김신한 대성산업 사장 등 1975년생 라인을 주축으로 이른바 '청년 경영인 대표단'을 직접 꾸려 동행하기도 했다. 이 모임의 관계자는 "당시 출장에 동행하진 않았지만 해당 모임에는 김남호 DB그룹 명예회장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이인옥 조선내화 회장 등도 멤버로 활동했다"고 귀띔했다. 


이후 2021년 출범한 한중신시대우호협회는 바로 이 청년 경영인 대표단의 후신으로 볼 수 있다. 갑자기 생겨난 조직이 아니라 아버지가 만든 전세대 경제인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10년 넘게 다져온 사모임을 지창배 대표가 법인화된 결과물이라는 설명이다.


사단법인 한중신시대우호협회(한중친선협회) 한국대기업 2세 대표단이 2012년 3월 중국 산동성 정부 초청으로 방중했던 당시 사진. 지창배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앞줄 가운데) 외에도 허준홍 삼양통상 사장(뒷줄 왼쪽에서 세 번째), 장선우 극동유화 대표(앞줄 왼쪽 두 번째), 윤관 블루런벤처스 대표(앞줄 왼쪽 네 번째), 김신한 대성산업 사장(앞줄 오른쪽 네 번째) 등이 참석했다. (사진=한중신시대우호협회)

최근 원아시아파트너스가 결성한 펀드 포트폴리오를 뜯어보면 이 사모임이 어떻게 자본동맹으로 진화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지창배 대표는 훗날 코리아그로쓰1호라는 사모펀드를 필두로 아비트리지1호, 저스티스1호, 탠저린1호, 하바나1호, 바이올렛1호, 그레이1호, 망고스틴1호 등 독특한 이름의 펀드들을 연이어 론칭했다. 


그런데 이 펀드들의 핵심 투자자(LP)는 고려아연이었다. 고려아연은 코리아그로쓰1호(지분율 94.6%), 그레이1호(99.6%), 바이올렛1호(87.3%) 등 주요 펀드에 약 5600억원을 출자해 사실상 원아시아파트너스의 최대 투자자 역할을 했다. 이 외에도 내화물(제철·시멘트 등 중화학공업 필수 소재) 제조업체 조선내화, 철강 소재 기업 동일산업 등이 펀드에 자금을 댔는데 그 전신이나 네크워크의 기반을 두고 한중신시대우호협회를 지목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지창배 대표는 실제 연기금 등 기관투자가보다는 사적 네트워크로 조성한 5000억원 이상의 자금으로 다양한 분야에 발을 들였다. 연기금이 출자자라면 외부 견제를 의식하면서 투자 목적이나 사전 설립된 정관에 맞게 자금을 집행했겠지만 사적 네트워크로 돈을 모았기 때문에 재량권을 최대한으로 활용해 투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먼저 약 1000억원 규모의 코리아그로쓰1호는 드라마 제작사 ㈜아크미디어를 비롯해 ㈜포커스이엔지, 라이브이엔지㈜, Zinc Oxide Corporation(고려아연 해외 계열사) 등에 투자하며 미디어와 소재 산업을 넘나들었다. 연예기획사와 해외 금속 제조업을 하나의 펀드로 투자한 것은 상당히 이색적이라는 평가다. 


저스티스1호를 통해서는 정석기업에 투자한 것이 주목된다. 이 투자를 통해 경영권 분쟁을 겪던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상속세 납부가 가능해졌는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입장에서 천군만마였다. 거래 관계자는 "저스티스 펀드에 자금을 댄 최윤범 회장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기초등학교 동창 인맥이 투자에 적잖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사실 지창배 대표는 이들의 관계를 고리로 한진가의 상속세 재원 마련과 지배구조 이슈를 해결해 주는 백기사 역할을 결과적으로 수행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밖에 탠저린1호는 여행플랫폼인 타이드스퀘어와 고려아연의 미국 자회사, 페달포인트에 투자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지창배 회장은 사실상 고려아연이라는 든든한 자본 배경을 기반으로 사모펀드를 활용해 재계 2~3세들의 문제를 풀어주던 해결사였다고 추측해볼 수도 있다. 


하지만 그의 활약은 하바나1호에서 전에 없던 장애물을 맞는다. 하바나1호로 과감히 SM엔터테인먼트에 대한 투자를 감행했는데 이 결정이 시세조종 혐의로 번지면서 수면 아래에서 실세 역할을 하던 그의 존재를 세상에 드러낸 것이다. 지창배 회장은 하바나1호 등을 통해 SM엔터테인먼트 지분 인수를 결정했는데 이것이 당시 카카오를 지원한 것이라는 혐의를 받았다. 


당시 카카오는 하이브와 SM엔터를 두고 지분 경쟁을 벌였는데 그의 참전이 하이브의 공세를 저지하고 카카오를 돕는 효과를 내면서 이것이 시세조종이라는 혐의로 이어진 것이다. 이 혐의는 1심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지만 그와는 별개로 지창배 회장이 얼마나 승부사 기질이 있는 지는 도리어 확인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예민한 시기, 치열했던 사안에 대해 과감히 투자 결정을 내리면서 기회를 도모한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지창배 대표는 단순히 돈을 굴리는 펀드매니저가 아니라 재계 오너들 사이의 헤게모니를 읽고 그를 지렛대 삼아 자본 거래를 설계하던 딜메이커"라며 "그의 행보는 한국 자본시장에서 정재계 인맥이라는 무형자산이 얼마나 강력한 실탄이 될 수 있는 지를 보여주는 실사례"라고 말했다.


사단법인 한중신시대우호협회(한중친선협회)가 2017년 7월 주한중국대사관 경제상무처 곡금생 공사 초청으로 주한중국대사관을 방문했다. 허준홍 삼양통상 사장(왼쪽 첫 번째), 지창배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왼쪽 세 번째), 곡금생 공사(가운데), 김남호 DB그룹 명예회장(오른쪽 두 번째) 등이 참석했다. (사진=한중신시대우호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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