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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이노텍, FC-BGA 선두주자 '큰 벽'…원가 경쟁력 관건
이세연 기자
2025.04.07 07:00:31
글로벌 빅테크…삼성전기, 이비덴, 신코덴키, 유니마이크론 등과 이미 협력
이 기사는 2025년 04월 07일 06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이노텍 FC-BGA 핵심 생산 거점인 구미 사업장 전경. (제공=LG이노텍)

[딜사이트 이세연 기자] LG이노텍이 지난 4년간 야심차게 추진해온 플립칩(FC)-볼그리드어레이(BGA) 사업이 공급 과잉 문제로 일감 확보 속도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최근 글로벌 빅테크 두 곳에 양산을 시작했으나 물량이 적어 관련 매출도 회사 목표치에 한참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술 난도가 낮은 PC용에서 수익성이 높은 서버용으로 사업을 확장해야 하지만, 트랙레코드를 확보하기 어려워 양산 안정성을 높이기 쉽지 않은 상태다.


업계에 따르면 FC-BGA는 LG이노텍이 4년 전 신사업으로 낙점한 고부가가치 반도체 기판이다. 이는 기존 반도체 칩을 메인 기판과 연결하는 인쇄회로기판(PCB)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형태로 칩셋, CPU, ASIC 등 20mm가 넘어가는 크기의 패키지기판에 채용된다. 지난 2021년 LG이노텍의 PCB 사업부가 '향후 성장성이 보이는 PCB는 FC-BGA 밖에 없다'고 예상해, 이듬해 1조4000억원을 투자한 것을 시작으로 본격화했다. 최근에는 FC-BGA의 주요 생산 거점인 구미 공장에 6000억원을 추가로 투입하는 등 사업을 가속화하고 있다.


LG이노텍은 FC-BGA 사업 후발주자로서 기술력과 고객사 확보 속도가 다소 더디다는 평가다. FC-BGA는 기술 난도에 따라 크게 PC용과 서버용으로 나눌 수 있는데, LG이노텍은 우선 상대적으로 낮은 난이도의 PC용부터 시작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LG이노텍의 FC-BGA는 현재 PC용 중에서도 쉬운 칩셋에 집중하고 있다. 조만간 여기서 조금 더 기술 수준이 높은 중앙처리장치(CPU)로 확장하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PC용 FC-BGA를 글로벌 빅테크 두 곳에 양산을 개시했다. 고객사에 관한 구체적인 정보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인텔을 비롯해 퀄컴, 브로드컴과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명단에 포함돼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오랜 협력 관계를 유지해온 애플과는 오히려 거래를 시작하지 못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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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LG이노텍은 애플에 FC-BGA와 제조 공정이 유사한 무선주파수 패키지 시스템(RF-SiP)용 기판과 5세대(5G) 이동통신 밀리미터파 안테나 패키지(AiP)용 기판만 납품하고 있다. AMD와의 거래도 현재까지 이뤄지지 않았다. 앞서 빅테크 두 곳에서 확보한 물량이 예상보다 적어, 올해 관련 매출은 1000억원을 약간 밑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원래 회사 측의 목표치는 5000억원 내외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고객사를 확보하기 어려운 이유는 공급 과잉이 심각한 상황에서 비롯된다. 그간 FC-BGA는 일본 이비덴과 신코덴키, 대만 유니마이크론, 삼성전기가 주도해왔고, LG이노텍은 이 시장의 성장성만 보고 뒤늦게 진입해 부침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FC-BGA가 쇼티지(공급부족) 현상을 겪었던 2021~2022년 당시 LG이노텍과 대덕전자 등 국내 여러 업체들이 높은 수익을 기대하며 설비 투자를 급격히 늘렸으나, 이내 공급과잉이 발생해 이들 업체 모두 감가상각비를 맞고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며 "아직도 업황이 공급 업체들에게 유리한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특히 FC-BGA는 고객 주문형 사업이라 '다다익선'보다는 소수의 고객사와 장기적으로 거래를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고객사 한 곳을 위해 생산한 제품을 다른 곳에 판매할 수 없다는 특성 때문에 서로 호환성이 없어 재고를 다른 곳으로 전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술적 단계를 한 번에 '점프업'하거나 생산능력을 급격히 확장할 수 없는 상황에서, 주요 빅테크들은 이미 선두권 업체들과 거래를 하고 있어 경쟁이 쉽지 않다.


이 가운데 서버용 FC-BGA에서 성과를 내려면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서버용은 PC용에 비해 송수신해야 하는 데이터량이 훨씬 많아 높은 내구성이 요구되며, 층수도 두 배 이상 차이를 보인다. 무엇보다 동일한 면적에 회로를 더 정밀하게 그려넣어야 하는 기술적 과제가 뒤따른다. 당장 내년에는 회로선폭이 4~7㎛(마이크로미터)로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는 가운데, 선발주자들과 근접한 기술력을 확보하지 않으면 고객사들의 벤더 다변화 욕구를 끌어내기 어렵다. LG이노텍보다 5년 앞서 FC-BGA 시장에 진출한 삼성전기도 아직 매출 대부분이 PC용 CPU에서 발생하고 있다.


LG이노텍은 기판 업력이 존재하는 만큼 새로운 기술력을 확보하는 것 자체보다는 트랙레코드를 쌓아 양산 안정성을 높이는 것이 더 시급한 과제다. 앞선 관계자는 "LG이노텍이 기술적 결함을 보완할 수 있는 특정 퍼즐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다만 수주 물량을 충분히 확보해 실패 경험을 쌓고 이를 바탕으로 기술을 개선하는 과정을 반복해야 하는데, 물량이 부족해 이러한 터닝포인트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LG이노텍이 당장 서버용 FC-BGA 수주를 우선적으로 확보하고자 하는 업체로는 인텔이 거론되고 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LG이노텍이 최근 PC용 제품을 양산하기로 한 기업 중 하나는 인텔"이라며 "이 제품의 평가가 긍정적일 경우, 서버용 제품 수주도 가장 먼저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FC-BGA 시장의 종착역이 AI라면, 거래 규모는 애플→AMD→인텔·엔비디아 순으로 크다"며 "LG이노텍 입장에서는 인텔과 서버용 거래를 트는 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결과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비덴과 신코덴키, 유니마이크론 모두 인텔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LG이노텍이 고객사에 가격을 공격적으로 제시해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회사가 현재 FC-BGA의 핵심 소재인 아지노모토빌드업필름(ABF)을 개발하고 있는 것도 원가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목적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LG화학이 개발한 ABF를 LG이노텍이 공급받아 내재화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내재화에 성공하더라도 고객사의 승인이 없으면 대체가 불가능하다. 앞선 관계자는 "ABF는 현재 일본 아지노모토가 독점하고 있는데, LG이노텍이 이를 내재화하는 데 성공하면 원가 절감 측면에서 큰 이점이 될 것"이라며 "다만 이것도 고객사의 승인을 받아야 가능한 일이다. 아지노모토의 ABF 성능이 월등하다 보니 고객사들이 이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이유로 현재 LG이노텍 외에 다른 FC-BGA 업체들도 현재 ABF 개발을 시도하고 있으나, 완전히 대체하려는 목표로 진지하게 임하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LG이노텍이 신규 사업을 추진하는 것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업계 관계자들 대부분이 현재 FC-BGA 사업 성과가 유의미하다고 평가하지는 않는다. 실적이 가시화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며 "최근 LG이노텍이 서버용 제품으로 진행 중이라고 언급한 '인증'도 양산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으며, 고객사가 LG이노텍의 기술 수준과 협력 가능성 등을 평가하는 초기 단계에 그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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