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모두투어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속도전에 돌입한 모습이다. 모두투어 창업주인 우종웅 회장이 장남 우준열 부사장(사진)을 사장으로 승진시키며 후계자 입지를 한층 강화했기 때문이다. 모두투어는 그동안 2세로의 지배력 이양 작업에 신중을 기해왔지만, 최근 외부 세력의 위협이 현실화되면서 본격적인 행동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여행업계 등에 따르면 모두투어는 내달 1일자를 기점으로 우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킨다. 창업주 장남인 우 신임 사장 내정자는 1977년생으로, 20대 중반이던 2002년 모두투어 자회사이자 글로벌 크루즈 선사의 한국 총판인 크루즈인터내셔널 대리로 입사하며 경영 수업을 시작했다.
2010년 모두투어로 자리를 옮긴 우 신임 사장은 동남아사업부 팀장 등을 맡아 여행업 실무 경험을 쌓았다. 또 경영지원본부장, 총괄본부장 등을 역임하며 경영 전반을 총괄하기도 했다. 그는 입사 20년 만인 2023년 3월에서야 사내이사로 선임되며 경영과 관련된 주요 의사결정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우 신임 사장은 적통 후계자로 꼽히지만, 경영 승계 작업은 더디게 진행됐다. 우 회장이 아직 건재할 뿐더러, 오너 2세의 경영 능력을 객관적이고 철저하게 검증할 필요성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우 신임 사장의 승진 타이밍이 절묘하다는 점이다. 야놀자가 5% 이상 지분 보유 공시를 낸 이후라는 점에서 일종의 '맞불'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야놀자는 2023년 하반기부터 모두투어 주식을 장내매수하며 주주명부에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으며, 지난해 4월 기준 약 4.5% 가량을 확보했다. 야놀자는 이달 18일부터 21일까지 5만6000주를 매수하며 지분율을 5.26%까지 끌어올렸다.
야놀자는 모두투어 주식 보유 목적에 대해 '단순 투자'라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경영권 분쟁 불씨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야놀자가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 여행) 사업 강화를 추진 중인 데다, 실제로 우 회장과 경영권 인수를 두고 협상 테이블에 앉았던 전례가 있어서다. 이수진 야놀자 총괄대표는 2023년 우 회장에게 경영권 매각을 제의했으나, 우 회장이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 회장 일가의 지분율이 취약하다는 점은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지난해 말 기준 모두투어 최대주주인 우 회장의 지분율은 10.92%이며, 우 신임 사장은 0.2%를 들고 있다. 우 회장 차남인 우준상 크루즈인터내셔널 대표는 0.16%를 보유하고 있을 뿐이다. 오너 3인(11.28%)에 더해 주요 임원들의 지분율을 모두 합치더라도 12%를 밑돈다.
야놀자가 모두투어 최대주주 지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약 120억원(24일 종가 1만130원) 어치의 주식을 사들이면 되는 셈이다. 야놀자의 별도 현금성자산(기타금융자산 포함)이 약 3000억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자금 여력은 충분한 것으로 보여 진다.
일각에서는 야놀자가 쉽사리 모두투어 경영권을 탐내지 못할 것이라는 시각을 견지 중이다. 여행업 특성상 인적자원이 중요한데, '점령군'이라는 인식이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1989년 국일여행사로 설립된 모두투어는 국내 1세대 여행사다. 특히 모두투어는 타 여행사와 달리 우 회장과 함께 회사를 키워온 중역들이 여전히 회사에 몸담고 있고, 우 회장에 대한 충성심도 남다른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적대적 인수합병(M&A)이 발생하면 대규모 인력 이탈에 따른 경쟁력 상실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여행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우 신임 사장은 오랜 기간 부친의 곁에서 착실하게 경영수업을 받으며 대내외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며 "야놀자의 경우 경영권 장악보다는 협력 관계를 강화하는 쪽이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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