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송한석 기자] 현대제철이 제소한 열연강판 반덤핑 조사 과정이 시작도 전에 주춤하고 있다. 열연강판을 구매해 제품을 만드는 국내 제강사들과 별도의 합의도 이뤄지지 않았고, 일본 철강연맹 회장이 기자회견을 열어 수입산 강재에 대한 규제를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제철의 열연강판 반덤핑 제소가 나온 지 6일 만에 입장이 나온 만큼 보복관세일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에 현대제철은 산업부가 사전에 제강사와 조율을 시도한 데다, 일본의 규제가 열연강판 반덤핑의 영향이라는 근거가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이 제소한 열연강판 반덤핑에 대해 제강사와 별도의 합의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현대제철은 지난해 12월 19일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에 중국·일본산 열연강판 대상 반덤핑 조사를 신청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제강사 입장에서는 수익성 문제와 직결될 수 있어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중견 제강사들은 포스코와 현대제철 및 수입산 열연강판을 구매하고 후공정을 통해 컬러강판 등의 제품을 생산한다. 반덤핑으로 수입 열연강판 가격이 높아지면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는 구조다.
열연강판 반덤핑 제소가 제강사의 동의가 필요한 사항은 아니다. 다만 국내 철강사의 합의가 있었던 후판 반덤핑과 달리 열연강판 반덤핑에 대한 반대가 극심하다면 조사 과정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 실제 포스코가 지난해 초 해당 반덤핑을 시도했지만, 제강사 및 중견 철강사의 반대에 부딪혀 철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포스코가 연초에 열연강판 같은 기초 소재에 반덤핑을 걸려 했다"며 "많은 중소기업 및 중견 업체들이 생태계를 파괴하는 행위하고 반대했고 포스코도 결국 철회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출 중심 국가에서 원료 수입을 통제한다는 건 리튬, 흑연 등 산업 핵심 원자재 수입을 안 하겠다는 것과 같은 이치"라며 "수요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하공정에 대한 원료 공급 독점권을 가지게 된다면 건설, 자동차, 가전 등 핵심 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12월 25일 이마이 타다시 일본 철강연맹 회장이 강재 수입량이 증가하고 있는 문제를 언급하며 수입 강재에 대한 통상 정책의 방향성을 연초에 내놓을 것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이마이 타다시 회장은 "일본 철강연맹은 현재 수입강재 대책을 검토하는 한편 경제산업성 등 정부기관에도 상담하고 있다"며 "시간이 걸리는 반덤핑, 긴급수입제한조치 이외에 공급망이 훼손되지 않은 조치를 빠르게 취하고 싶다"고 전했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이마이 타다시 회장이 현대제철이 열연강판 반덤핑을 제소한다고 밝힌 지 6일 만에 기자회견을 열었다는 점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열연강판 반덤핑을 겨냥한 기자회견이라는 관측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열연강판 반덤핑 조사가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마이 타다시 회장의 발언이 보복관세로 비취는 만큼 제소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국내외 정세를 고려해 산업부가 조사 개시 전에 포스코 등 철강업체에 질의서를 보낼 수 있다. 답변이 빈 종이더라도 합의가 되지만, 답변을 보내지 않으면 부동의로 처리된다. 포스코 등에서 제소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는 셈이다. 이럴 경우 후판과 달리 열연강판 반덤핑 조사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한편 현대제철 관계자는 "합의를 한 건 아니지만 산업부에서 사전에 조율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일본에서 규제를 검토하는 게 열연강판 반덤핑의 영향이라는 점은 근거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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