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성희 기자] JB금융그룹이 토스뱅크에 이어 카카오뱅크까지 인터넷전문은행과 협업으로 지방은행의 위기 극복에 나서고 있다. 인수합병(M&A) 보다 핀테크업체나 인터넷전문은행과 제휴를 통해 신성장동력을 찾는다는 김기홍 회장의 전략이 구체적인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토스뱅크에 이어 카카오뱅크까지 지방은행과의 협업에 나서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의 새로운 역할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자금조달에 유리한 인터넷전문은행의 장점을 바탕으로 지방은행과의 상생을 도모하고, 고객들도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경험하게 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북은행은 카카오뱅크와의 협업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광주은행이 토스뱅크와 함께 선보인 공동대출 방식으로 혁신금융서비스 신청을 준비 중인 단계로 알려졌다.
금융권에서는 JB금융이 국내 1, 2위 인터넷전문은행과 협업을 통해 지방은행의 한계와 위기를 돌파하려는 의도로 받아들이고 있다. 지역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와 더불어 시중은행이 지방에서도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면서 지방은행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위기론까지 대두되고 있다.
특히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이 지방은행의 위기를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가뜩이나 금융서비스 접근성이 떨어지는데 은행들이 비용 관리 측면에서 지점 통폐합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보니 접근성이 뛰어난 인터넷전문은행으로의 개인고객 이탈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이러한 위기론은 이미 실적으로 반영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지방은행의 순이익을 살펴보면 부산은행 2514억원, 경남은행 2043억원, 광주은행 1611억원, 전북은행 1127억원, 제주은행 62억원 등이다.
반면 같은 기간 카카오뱅크과 토스뱅크는 각각 2314억원, 245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토스뱅크의 경우 지난해까지 적자를 기록하다 올해 흑자기조로 전환, 점차 이익 규모를 늘려가는 입장이다. 반면 카카오뱅크는 이미 지방은행 1위인 부산은행의 턱밑까지 쫓아온 모양새다.
가계대출에서 상당 부분 고객층을 빼앗기고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가계대출의 경우 5개 지방은행은 48조4138억원이지만 인터넷전문은행 3사는 66조48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미 인터넷전문은행의 가계대출 규모가 지방은행을 뛰어넘은 셈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지방은행 중에서는 기업고객 비중이 높은 경남권 지방은행보다 개인고객 위주의 호남권 지방은행이 조금 더 힘든 싸움을 펼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추후 제4인터넷전문은행까지 설립되면 상황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JB금융은 이러한 호남권 지방은행의 위기를 인수합병(M&A)보다 핀테크업체나 인터넷전문은행과의 제휴를 통해 극복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JB금융 관계자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뿐더러 자본비율 등에도 영향을 미치는 M&A보다 핀테크 업체 등과의 제휴와 투자를 통해 성장동력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광주은행은 최근 토스뱅크와 손잡고 공동대출 상품인 '함께대출'을 선보였다. 공동대출은 지난해 7월 금융당국에서 은행권 경쟁 활성화를 위해 발표한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방안'에 포함된 내용이다. '함께대출'은 최저 연 4%대 금리를 바탕으로 인기를 끌며 출시 1개월 만에 대출액 700억원을 돌파했다. 광주은행으로서는 토스뱅크와 협업을 통해 고객 저변을 넓히는 효과를 얻고 있다.
전북은행이 카카오뱅크와 손잡은 것도 이러한 효과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미 전북은행은 지난 7월 카카오페이와 헬스케어 적금인 '걷기 적금'을 출시하는 등 카카오 계열사와의 협력 상품을 내놓은 바 있다. JB금융은 이들 인터넷전문은행과의 협업 외에도 지난해 대출 중개·관리 업체인 '핀다'와 전략적 투자 계획을 맺었으며 외국인 해외송금 플랫폼인 '한패스', B2B 핀테크 솔루션 기업 '웹캐시그룹', 베트남 중고 오토바이 거래 플랫폼 'OKXE' 등 다양한 핀테크 업체와 투자 계약을 맺고 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지방은행의 위기 속에 인터넷전문은행이 상생의 관점에서 새로운 역할을 맡는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고객 접근성이 좋은 인터넷전문은행의 플랫폼 경쟁력이 지방은행의 경쟁력 제고와 자금조달에도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객 입장에서도 다양한 금융상품을 접할 수 있게 됨으로써 조금 더 합리적인 금융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는 장점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협업을 논의 중인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며 "전북은행과의 협업을 통해 지방은행의 경쟁력을 높이고 소비자 입장에서는 편익을 높이는 '상생의 모델'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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