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승주 기자] 호텔신라 사업의 무게추가 면세에서 호텔로 옮겨지고 있다. 엔데믹 이후 면세산업이 여행 트렌드 변화, 중국인 단체관광객 감소 여파로 침체기에 빠진 반면, 호텔산업은 외국인 관광객 증가로 역대급 호황을 맞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호텔신라는 호텔&레저 부문의 외형 확장에 박차를 가한다. 이 과정에선 '3.5성급 호텔' 신라스테이의 역할이 부각될 예정이다.

호텔신라의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1조27억원으로 집계됐다. 호텔신라의 양대부문인 TR(면세)부문과 호텔&레저부문(이하 호텔부문)이 각각 8329억원, 1698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호텔신라의 면세부문은 전체 매출의 83%를 차지하며 핵심사업임을 공고히 했다.

하지만 수익성 측면에서는 정반대의 결과가 도출됐다. 호텔부문(206억원)이 면세부문(70억원)보다 3배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에 호텔신라 호텔·면세부문의 영업이익률도 각각 12.1%, 0.8%로 큰 차이를 보였다. 이 같은 기조는 지난해에도 반복됐다. 지난해 호텔과 면세부문의 영업이익은 각각 689억원, 139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엔데믹 이후 해외관광객 자체는 늘었지만 여행 트렌드가 완전히 변했기 때문이다. 현재 면세업계의 핵심 고객이었던 중국인 단체관광객(유커)과 보따리상(다이궁)의 발길은 거의 끊긴 상태다. 대신 그 자리는 MZ세대 중국인 개별관광객(싼커)와 자유여행객들이 채웠다. 이들은 쇼핑보다는 문화 체험을 중요시하게 여기며 면세점보다 올리브영이나 다이소를 방문하는 것이 특징이다. 결국 호텔산업과 면세산업의 명암이 갈리고 있는 셈이다.

호텔신라도 발빠르게 사업 전략을 수정했다. 면세산업은 내실 경영에 주력하고 호텔산업은 외형 확장을 통해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식이다. 실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경제 불확실성이 가중되는 가운데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수익성 확보가 무엇보다 필요하다"며 "수익성 개선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먼저 면세부문에서는 조직 축소와 인력재배치가 관측된다. 호텔신라는 지난해 TR부문 영업본부에서 해외사업을 담당하던 인터내셔널(International)사업부를 해체하고 인천공항점을 신설, 이커머스팀은 별도로 뺐다. 이는 내국인 관광객의 중요성이 높아짐에 따라 인천공항면세점과 인터넷면세점에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호텔부문에서는 적극적인 외형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호텔신라는 앞서 2020년 신라모노그램 다낭, 2021년 신라스테이 서부산, 2022년 신라스테이 여수를 잇따라 개관했다. 여기에 더해 올해 5월 신라스테이플러스 이호테우를 시작으로 내년 초까지 신라스테이 전주, 세종, 신라모노그램 강릉을 추가 출점할 계획이다. 엔데믹 이후 출점 속도를 대폭 늘린 셈이다.

이 과정에선 3.5성급 호텔 신라스테이의 역할이 부각될 예정이다. 현재 호텔신라는 신라스테이 사업을 '위탁 경영'으로 전개하고 있다. 이는 투자자에게 호텔 브랜드만 빌려주고 매출이나 순이익의 일정 부분을 수수료로 받는 방식이다. 호텔신라 입장에서는 토지 및 건물 매입 등 별도의 초기 투자금을 들이지 않고 수익성을 꾀할 수 있는 방법이다. 최근 관광업의 호조로 신라스테이 개관을 원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호텔신라 관계자는 "호텔부문은 브랜드의 역량을 살려서 국내외로 지속적인 확장에 노력하고 있다"고 짧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