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만 해도 해마다 순이익을 늘리며 금융지주의 숨은 효자로 불렸던 캐피탈사들이 올해 혹한기를 견뎌내야 한다. 적어도 상반기까지는 기준금리 인하가 없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조달비용 부담을 줄이고 동시에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 대비 등 리스크관리에도 신경을 쏟아야 한다. 딜사이트가 효자 타이틀을 지키기 위한 금융지주 계열 캐피탈사의 과제와 경영전략을 들여다봤다.
[딜사이트 차화영 기자] 신한캐피탈이 지난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대규모 충당금 적립에도 순이익을 소폭 늘리면서 실적 관리에 선방했다. 미리부터 기업금융과 투자금융에 집중하며 우량자산을 늘려왔던 점이 실적 증가에 보탬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정운진 신한캐피탈 대표이사 사장은 올해도 투자금융에 주력, 실적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캐피탈은 2021년 정 사장 취임 뒤 실적 증가세를 이어가며 카드, 증권, 보험 등 계열사와 더불어 신한금융그룹의 비은행 강화에 톡톡한 보탬이 되고 있는데 올해도 성과를 낸다면 정 사장의 그룹 내 입지도 한층 탄탄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캐피탈은 지난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 계열 캐피탈사 가운데 유일하게 순이익이 증가했다. 신한캐피탈의 지난해 순이익은 3040억원으로 전년보다 0.2% 늘었다.
부동산 PF 부실 등에 대비해 대규모 충당금을 쌓았던 점을 고려하면 실적 관리에 선방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신한캐피탈은 충당금으로 2022년보다 무려 689% 증가한 1776억원을 적립했다.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계열 캐피탈사에 유독 엄격하게 리스크관리를 요구해 온 데다 지난해 부동산 PF 관련 충당금 적립 압박도 거셌던 탓이다.
대규모 충당금 적립에도 순이익을 늘릴 수 있던 배경으로 투자금융 중심의 포트폴리오가 꼽힌다. 특히 신한캐피탈은 투자 대상 기업을 선별할 때 높은 기준을 적용하고 우량기업에 주로 투자했는데 이런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정운진 사장의 투자금융 역량도 보탬이 됐을 가능성이 크다. 정 사장은 신한금융그룹에서만 30년 넘게 근무했는데 그룹 내에서 투자금융 분야 전문가로 평가된다. 2019년 신한금융그룹 글로벌 투자금융(GIB)사업부문장으로 일하며 이 부문 성장을 이끈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캐피탈은 지난해 투자금융, 특히 유가증권 수익 증자 덕분에 실적을 개선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신한캐피탈의 유가증권 평가이익은 5630억원으로 1년 전보다 52.3% 증가했다. 이에 힘입어 비이자수익도 2022년 4359억원에서 2023년 6141억원으로 40.9% 증가했다. 이자수익은 같은 기간 4866억원에서 5909억원으로 21.4% 늘었다.
신한금융지주는 2023년 실적발표 자료에서 "신한캐피탈은 영업 활성화에 따라 영업이익은 증가했으나 부동산 PF 및 대체투자 관련 평가손실을 4분기 중 인식하며 전년 수준의 순이익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신한캐피탈은 미리부터 소매금융 자산을 줄이고 기업금융과 투자금융에 집중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2020년 신한금융그룹은 그룹 사업을 재편하면서 신한캐피탈이 들고 있던 1조 원 규모의 자동차 및 소매금융자산을 신한카드에 넘기도록 하고 신한캐피탈은 투자 및 기업금융 부문에 역량을 집중하게 했다.
신한캐피탈 전체 영업자산에서 투자금융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말 20%에서 2023년 9월 말 36%까지 높아졌다.
신한캐피탈이 올해 어떤 성과를 내느냐는 정 사장의 입지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정 사장은 올해로 4년째 신한캐피탈을 이끌고 있는 만큼 올해 성과에 따라 향후 거취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신한은행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급작스레 자리에서 물러났을 때 후임 후보에 정 사장도 거론됐다.
정 사장은 올해 리스크관리에도 남다른 신경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캐피탈은 다른 금융지주 캐피탈사와 비교해 영업자산에서 부동산 PF 관련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24% 정도로 높은 편이다. 하나캐피탈의 경우 부동산 PF 관련 대출 비중은 10%가 안 된다.
신한캐피탈은 순이익 증가세를 유지하면서 그룹 실적에도 안정적으로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신한금융그룹 지난해 순이익에서 신한캐피탈이 차지하는 비중은 6.9%로 2022년 6.5%와 비교해 소폭 높아졌다.
신한캐피탈은 2016년 이후로 꾸준히 순이익을 늘리며 해마다 최대 실적기록을 다시 쓰고 있다. 순이익 규모는 2016년 339억원, 2017년 876억원, 2018년 1034억원, 2019년 1260억원, 2020년 1605억원, 2021년 2748억원, 2022년 3032억원, 2023년 3040억원으로 증가했다.
신한금융그룹에서 순이익 순위는 지난해 기준 4위로 전년보다 한 단계 높아졌다. 신한투자증권이 지난해 부진한 실적을 낸 영향이 컸지만 신한은행, 신한카드, 신한라이프에 이어 4번째로 많은 순이익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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