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민규 기자] 지난 22일 폭설로 인한 결항 위기를 뚫고 도착한 전남 광양 소재 포스코퓨처엠 양극재 공장 단지에서는 을씨년스러운 추위에도 철골 공사가 한창이었다. 뼈대만 봐도 막대한 규모를 짐작할 수 있는 건물이 여기저기 지어지고 있는 가운데, 아찔한 높이의 철골 위를 오가는 인부들을 보고 있자니 저절로 손바닥에 땀이 배어 나왔다.
부지만 약 5만평(16만5203㎡)으로 축구장 23개 크기다. 단일 규모로는 세계 최대 양극재 생산 기지인 만큼 직원 수도 적잖을진대 그 규모가 워낙 크다보니 썰렁한 분위기마저 느껴졌다. 이곳에는 총 연산 9만톤 규모의 양극재 공장 2곳 뿐만 아니라 리튬을 양산하는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 재활용을 담당하는 포스코HY클린메탈의 생산 공장도 자리해 있다. 양극재 원료부터 리사이클링까지 수직 계열화한 것으로, 포스코퓨처엠은 '밸류체인의 집약체'라고 표현한다. 회사는 광양 거점을 중심으로 양극재 생산 능력 뿐 아니라 밸류 체인을 확대하기 위한 증설을 가열차게 진행 중이다. 2030년까지 100만톤 생산 체제를 구축해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는 것 외에도 '풀' 밸류체인 구축을 통한 완전 내재화가 핵심 전략이기 때문이다.
이날 찾은 곳은 양극재 2공장이다. 양극재는 전기차 등의 배터리로 쓰이는 이차전지의 핵심 소재로, 원가의 약 40%를 차지한다. 해당 공장에서는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NCM, NCA 등 다양한 양극재 제품을 양산하고 있다. 지난해 3월부터는 높은 에너지 밀도와 안정성을 갖춘 NCMA 하이니켈 단입자(단결정) 양극재를 국내 최초로 양산하기 시작했다. 이곳이 포스코퓨처엠 '100조원 수주 신화'의 핵심 동력으로 불리는 이유다.
각종 안전 장비를 착용하고 에어 샤워를 거쳐 들어간 내부에는 기계음만 요란했다. 대부분의 공정이 자동화됐다 보니, 실제로 교대 정비 작업을 수행하는 2~3명 외에는 인력이 투입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국가 핵심 기술이 적용되는 생산 현장인만큼 지금까지는 사진으로도 보기 힘들던 제조 공정이 눈앞에 펼쳐졌다. 입구 바로 옆에서부터 은빛의 사각 통로 형상을 띈 컨베이어 벨트가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소성 공정으로, 전구체(양극재 전물질)가 양극 활물질로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양극재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먼저 니켈과 망간, 코발트 등 원재료를 혼합한 뒤 합성·탈수·건조 등 공정을 통해 전구체를 만들어야 한다. 이후 전구체에 리튬을 섞어 고온을 가하는 소성 과정을 거친 뒤 기타 열처리까지 완료하면 비로소 '검은 황금'으로 불리는 양극재가 탄생한다. 소성 공정을 거친 활물질은 네모 반듯한 덩어리로 굳어져 고객사들이 요구하는 사이즈로 코팅된다.
김대완 포스코퓨처엠 광양 양극재 공장 부공장장은 "3단 4열 격자 모양으로 고온 처리 하고 있다"며 "중간에 일부러 공간을 뒀는데, 산소와의 반응도를 높이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라인 하단에는 제습 시설을 배치해 습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양극재의 경우 주로 가루 형태로 다뤄지고 있는 만큼 습기에 취약하고, 이물질 유입을 차단하는 게 관건이다. 실제 소성 공정 전체가 '제습 공기'로 움직인다.
이곳에서는 전구체 투입부터 소성 등 공정 뿐만 아니라 공정용 내화 용기를 분류, 교체하는 과정까지 일체 자동적으로 이뤄진다. 제빵 과정에 비유한다면 반죽을 투입하고 크림을 넣고 빵을 포장하고 제빵용 용기를 수거하는 과정까지 일사불란하도록 연결된 셈이다.
두어 개 방을 지나 도착한 창고는 10개 층은 될 법한 높이임에도 원료부터 완제품까지 각종 물품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최대 보관 용량이 1만2000톤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포스코퓨처엠은 공장 내 물류도 자동화했다. 물품을 분류하는 것부터 주문 받아 이송하는 것까지 전부 자동이다. 각 시설에서 원재료나 반제품, 완제품을 요청하면 관제실로부터 명령을 받은 크레인이 물품을 빼내어 컨베이어 벨트 위 무인 운반차에 전달하는 식이다. 운반 뿐 아니라 선입선출 물류 체계도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게 포스코퓨처엠 측의 설명이다.
포스코퓨처엠은 품질 분석에서도 자동화율을 높여 나가고 있다. 인력을 절감하는 한편 사람 손때에 의한 변수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품질분석실에는 원료부터 완성된 제품에 이르기까지 단계별로 수시 채취한 샘플이 하루 300~500개씩 오간다. 샘플이라 하더라도 인력으로 분류·계량 등 작업을 수행하는 건 결코 쉽지 않다. 반복되는 노동으로 근로자들의 관절을 상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포스코퓨처엠은 거대한 인형 뽑기 기계를 연상시키는 박스형 시설을 도입했다. 해당 시설 속에서 수백 개의 샘플을 정해진 용량대로 담아 무게를 측정하고 다음 공정으로 이동시키는 작업이 단 2개의 로봇팔로 수행된다.
안기현 양극재품질분석실 품질섹션리더는 "자동 품질 분석 시설을 통해 인력과 시간을 크게 절약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계량의 정확도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퓨처엠은 로봇팔을 도입하면서 22여 명의 인력을 감축하는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추산한다.
이곳에도 자동화 물류 시스템이 적용됐다. 원료나 완제품, 반제품 등을 담은 캡슐을 투입하면 파이프를 통해 목적지로 자동 배달된다. 1분이면 공장 내 어디로든 샘플을 보낼 수 있다. 현재 어느 구간을 지나고 있는지 실시간 추적해 확인하는 것도 가능하다.
한편 포스코퓨처엠은 광양 콤플렉스에서 연 5만2500톤 규모의 하이니켈(High-nickel) NCA 양극재 전용 공장에도 착공했다. 내년 상반기 준공 예정으로, 가동을 개시하면 광양 공장의 양극재 생산 능력은 총 14만2500t으로 확대된다. 이는 60킬로와트시(kWh) 전기 자동차 58만대분의 배터리를 만들 수 있는 양이며, 생산 제품은 전량 삼성SDI에 공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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