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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서 혹독한 담금질, 최고의 K-전기차 탄생"
캘리포니아시티=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2024.01.15 08:45:13
현대차·기아 모하비주행시험장, 배터리 내구성 시험 등 '모빌리티 개발 전초기지'
이 기사는 2024년 01월 15일 08시 31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차·기아의 캘리포니아 주행시험장(모하비 시험장)에서 성능 검사가 진행 중이다. (제공=현대차그룹)

[캘리포니아시티=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미국 라스베이거스 중심가에서 남서쪽으로 15번 고속도로를 타고 2시간, 다시 58번 고속도로를 통해 서쪽으로 1시간. 척박한 모하비 사막을 총 3시간 달려 도착한 곳은 현대자동차(현대차)·기아 캘리포니아 주행시험장(California Proving Ground, 모하비 시험장)이었다


1770만㎡ 규모의 모하비 시험장은 현대차·기아가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강자로 부상할 수 있던 비결로 꼽힌다. 압도적인 품질과 경쟁력을 갖춘 전기차를 만들기 위해 극한의 주행 테스트가 끝없이 반복된 결과인 것이다.


11일(현지시간) 찾은 모하비 시험장은 강렬한 햇빛이 내리쬐는 것과 달리 살을 에는 차가운 바람이 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사막을 상징하는 '조슈아 나무'가 드문드문 보일 뿐 황량했다.


실제 모하비 시험장 북쪽에 위치한 '죽음의 계곡', '천혜의 환경 시험실'이라고 불리는 '데스 밸리'는 세계 완성차 업체들이 혹서의 자연환경에서 차량 내구성능을 시험하기 위해 모여드는 곳으로 유명하다. 모하비 시험장의 이 같은 환경은 근무자에겐 불행일 수 있으나, 철저한 성능 점검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은 오히려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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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연기관서 친환경·SUV 중심으로…"그 어떤 운전환경도 이겨낸다"


현대차·기아 모하비 시험장은 여의도의 약 2배 면적 규모로 한 눈에 다 담기지 않는 위용을 자랑했다. (사진=딜사이트)

모하비 시험장에서는 연간 300여대의 시험 차량이 테스트를 받는다. 차량별로 내구, 성능 시험을 포함 평균 12만5000마일(약 20만km)을 시험장과 미국 각지를 주행하며 테스트한다. 모하비 시험장은 고객이 맞닥뜨릴 그 어떤 운전환경에서도 안전한 이동성을 제공해야 한다는 현대차·기아의 집념이 만들어 낸 결과물인 셈이다.


특히 모하비 시험장은 뜨거운 사막 환경에서 기존 내연기관차 위주의 테스트에 그치지 않고 친환경 차량에 요구되는 뛰어난 주행성능과 내구 수준을 검증하는 테스트를 대폭 강화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고객들이 원하는 뛰어난 험로 주행성능을 갖추기 위해 더욱 혹독한 오프로드 시험도 도입했다.


눈길을 끄는 점은 글로벌 고객의 니즈와 시장환경에 맞춰 더욱 가혹한 테스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지속 진화하고 있다.


강희진 모하비주행시험장 HATCI차량시험개발실 책임연구원은 "모하비 시험장은 설립 이후 다양한 시험들이 대거 추가됐다"며 "내연기관 위주의 혹서 내구 테스트가 주된 프로그램이었던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전기차를 비롯한 친환경차의 주행 및 내구 테스트, SUV의 가혹한 오프로드 테스트가 확대됐다"고 강조했다.


◆ 여의도 2배 면적…'최대 경사 12도' 장등판시험로 韓 없어


현대차·기아 모하비 시험장에만 있는 장등판시험로에서는 전기차의 가속 성능을 테스트한다. (제공=현대차그룹)

먼저 모하비 시험장 곳곳을 둘러봤다. 2005년 완공된 모하비 시험장은 거대한 위용을 뽐냈다. 한국의 전남 영암 F1 서킷 면적의 9.5배, 여의도 면적의 2배에 달하는 광활한 규모를 갖춘 모하비 시험장은 시험로만 61km 구간에 달한다. 인공위성에서도 식별할 수 있는 '사막 위의 거대한 인공 구조물'인 만큼 한 눈에 담기 벅찼다.


곧이어 광활한 도로가 펼쳐졌다. 5.3km의 길이의 곧게 뻗은 장등판시험로는 최소 2%에서 최대 12%의 오르막과 2~8%의 내리막으로 설정돼 있다. 예컨대 12%의 경사도는 100m를 주행하는 동안 12m의 경사가 있다는 의미로, 전기차의 높은 토크를 시험하는데 최적화된 조건을 갖추고 있다.


현대차·기아 모하비 시험장이 '말발굽로'에서 경사진 비포장도로를 탈출하는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제공=현대차그룹)

전기차는 고밀도 배터리 탑재로 내연기관보다 300kg 이상 더 무겁다. 서스펜션과 타이어, 차체 등에 가해지는 하중을 단단하게 버틸 수 있는 지가 중요 평가 요소일 수밖에 없다. 현대차 연구개발 핵심기지인 남양연구소에도 없는 장등판시험로에서는 차량을 멈추고 출발하기를 반복하며 전기차의 가속 성능을 테스트한다. 또 고속도로 주행 보조(HDA) 작동시 설정해둔 속도로 일정하게 오르내리는지 시험할 수 있다.


모하비 시험장 한쪽에는 수많은 부품이 뜨거운 태양빛 아래 진열돼 있었다. 태양광과 태양열에 얼마나 내구성을 갖췄는지 검증하는 재료환경내구시설이다. 범퍼와 헤드램프, 페인트 시편 등 외장부품은 물론 크래쉬패드 등 다양한 내장부품까지 수많은 부품들이 줄지어 태양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다.


현대차·기아 모하비 시험장의 재료환경내구시험은 모하비 사막의 태양광과 자외선에 의한 자율주행 센서의 노화 및 차량 범퍼, 헤드램프, 대시보드, 시트 등을 오랜 시간 노출했을 때 색상과 재질의 변질을 보는 시험이다. (제공=현대차그룹)

윤영준 현대차·기아 HATCI내구시험팀 책임연구원은 "부품들이 진열된 판넬이 태양의 위치에 따라 움직이며 낮 시간 동안 계속 태양을 정면으로 바라본다"며 "다른 지역에서의 변형 시험보다 최고 30배 빠르게 내구도를 검증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 총 16개 전기차 특화 시험…"악명 높은 테스트, 글로벌 위상 강화로"


현대차·기아 모하비 주행장에서 규모가 가장 큰 고속주회로는 미국의 고속도로를 모사한 점이 특징이다. (제공=현대차그룹)

모하비 시험장에는 전기차 하부에 가해지는 충격에 대한 내구성을 평가할 수 있는 노면이 여럿 설치돼 있다. 다양한 외부 도로 환경조건을 고려해 고정악로, 오프로드 등 총 16개 종류의 노면 시험이 진행된다. 


전기차 성능 테스트에는 '고속주회로'를 빼놓을 수 없다. 10.3km의 타원형 3차로 트랙으로 구성된 고속주회로는 모하비 시험장에서 가장 규모가 큰 시험로로, 미국의 고속도로를 모사한 길게 뻗은 도로를 최고 시속 200km까지 주행하며 가혹하게 테스트할 수 있다. 규모가 큰 만큼 최고속도로 한 바퀴를 도는데 걸리는 시간은 3분에 달한다. 


현대차·기아는 고속주회로에서 전기차의 고속 주행 안정성과 동력성능, 풍절음, 노면마찰음 등을 평가해 전기차의 성능과 내구성을 극한까지 끌어올린다. 고속주회로 테스트는 차량 1대 당 약 3만마일(4만8280km), 무려 4000바퀴 이상을 이상 없이 달려야 통과할 수 있다. 


현대차·기아 모하비 주행장의 핸들링시험로는 급격한 핸들링과 엔진, 변속기 등 파워트레인 성능을 집중 시험한다. (제공=현대차그룹)

내구시험로 평가는 1만마일(1만6093km) 정도만 주행해도 10만마일(16만934km)을 주행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내는 터라 전 세계에서 가장 가혹하다는 '악명이 붙었다. 이 같은 평가는 현대차·기아 전기차의 내구 성능을 한층 높이는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내구시험로 내 비틀림 노면은 실제 배터리와 차량 내구성에 큰 영향을 끼치는 상황을 실제보다 더욱 가혹하게 구현해 놓은 구간이다. 현대차·기아는 해당 구간을 차량 당 약 500여번의 주행으로 강건성을 확보한다. 또 불안정하고 불규칙한 도로 노면을 달려 서스펜션에 가해지는 충격을 확인하거나 차량의 내부식성을 시험하는 염수 부식시험로 등도 있다.


전기차는 고전압 전류가 흐르는 배터리와 분당 1만회 이상 회전하는 모터 등에서 발생하는 열을 효과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모바히 시험장은 평균 온도가 39℃, 7~8월에는 지표면 온도가 54℃까지 올라가는 혹독한 환경에 위치한 만큼 전기차 특성을 테스트하기에 최적화된 곳이다. 이에 현대차·기아는 45℃ 이상의 기온과 제곱미터당 1000W 이상의 일사량을 보이는 혹독한 날을 골라 전기차 열관리·냉각 성능 테스트 집중적으로 진행 중이다.


현대차 아이오닉 5N은 수차례의 시험을 반복하며 가혹한 주행 환경에서도 배터리 온도가 60℃를 넘지 않도록 조절하는 동시에 주행 성능을 극대화하는데 성공했다. (제공=현대차그룹)

열관리·냉각 성능 테스트는 기존 내연기관 차량에서도 진행되던 시험이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출시되는 전기차가 대폭 늘어나면서 이전보다 테스트 강도를 한층 강화했다. 예컨대 아이오닉 5N의 경우 가혹한 주행 환경에서도 배터리 온도가 60℃를 넘지 않도록 조절하는 것이 개발 과정의 큰 숙제였다. 모하비 시험장에서는 아이오닉 5N을 대상으로 고속 충전과 주행을 수없이 반복한 끝에 효율적인 에너지 관리와 주행 성능 극대화에 성공했다.


이승엽 미국기술연구소 부소장(상무)은 "전기차 개발은 기존의 내연기관차보다 무겁기 때문에 모하비 시험장에서는 승차감과 조종 안전성 등 기존에 개발한 성능을 위주로 테스트한다"며 "전기차 충방전과 주행거리 시험, 열관리 시험을 중점적으로 하고 있다. 기존의 내연기관 대비 신기술을 검증한다"고 강조했다.


◆ 극한의 핸들링 시험, R&H·승차감 '최적점 찾을 때까지'


현대차·기아 모하비 주행장의 핸들링시험로에서 시승 중이다. 해당 시험로는 총 4.4km의 급커브 구간과 8%의 경사 언덕 등으로 구성돼 있다. (제공=현대차그룹)

일부 시험로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었다. GV70을 타고 4.4km의 급커브 구간과 8%의 경사 언덕 등으로 구성된 핸들링시험로에 진입했다. 핸들링시험로는 차량의 조종 안전성과 브레이크 성능 등을 시험하는 구간이었다. 고속으로 곡선구간에 진입한 뒤 다시 고속으로 빠져나가는 시험이 집중적으로 실시된다.


선탑차량을 따라 매우 빠른 속도로 시험로에 진입했다. 직선 구간에서 속도를 올리자마자 급격하게 꺾인 코너 구간이 나왔다. 혹시라도 차량이 뒤집어지거나 코스 밖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우려에 속도를 줄였지만, 선탑차는 아랑곳 하지 않고 코너를 탈출했다. 한 바퀴 가량을 도는 동안 불안감이 다소 해소되자 차량을 믿어보기로 했다. 코너링 구간에서 과감하게 속도를 유지하며 스티어링 휠을 꺾었고, 시승차는 비교적 수월하게 구간을 탈출했다.


이 곳에서의 시험평가는 국토가 좁고, 높고 낮은 산악지형이 많은 국내 도로에서 안정적인 주행성능을 확보하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된다. 특히 핸들링시험로에서의 평가는 서로 반비례 관계에 있는 'Ride and Handling'(R&H)과 승차감 두 가지 성능이 조화를 이루는지 찾는 것이 핵심인 만큼 하중이 큰 전기차는 이 두 성능을 모두 만족하는 최적점을 찾을 때까지 테스트를 진행한다.


현대차·기아 모하비 주행장 오프로드 코스에서 기아 대형 SUV 텔루라이드가 구덩이를 지나고 있다. (제공=현대차그룹)

이어 차량을 교체해 오프로드 코스를 체험했다. 현대차·기아는 발상을 전환해 사막 한 가운데 주행시험장을 건설했고, 사막의 더위와 모래를 오프로드 시험에 유용하게 활용 중이다. 펠리세이드를 타고 흙먼지가 날리는 울퉁불퉁한 비포장 도로를 달려보았다. 군데군데 큰 웅덩이와 가파른 내리막길, 모래로 이뤄진 둔덕 등 다양한 노면 상태에서 차량 성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초기 모하비주행시험장의 오프로드 시험로는 단 1개 코스에 불과했지만, 현재 7개 코스로 늘어났다. 추가로 건설 중인 시험로도 있다.


견인력을 확인할 수 있도록 약 2200kg의 트레일러가 달린 EV9과 싼타크루즈(미국 현지 판매)을 각각 운전하며 성능을 비교하는 기회도 있었다.


◆ 美 현지화 R&D 체계, 글로벌 톱3 완성차 발판


현대차·기아 모하비 주행장 오프로드 코스는 노면의 경사·표면·모양 등을 고려해 7개의 오프로드 노면에서 성능을 개발하고 있다. (제공=현대차그룹)

모하비 시험장이 완공된 이후 현대차·기아가 미국에 판매하는 모든 신차는 미국 지형에 최적화된 다양한 시험을 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제품 기획부터 디자인, 설계, 시험에 이르기까지 현지에서 진행하는 현지화 연구개발(R&D) 체계를 구축했다. 이 같은 R&D 체계는 국내의 종합 R&D 컨트롤 타워인 남양연구소와의 긴밀한 교류를 통한 시너지를 넘어 독일 뉘르부르크링 시험센터, 유럽 월드랠리 스포츠법인 설립 등으로까지 이어졌다.


현대차·기아의 노력은 미국시장에서의 두드러진 성장세로 결실을 맺고 있다. 양사는 2020년대 들어 10% 내외의 미국 신차 판매 점유율을 기록 중이고, 제네시스는 미국에서 2년 연속 최다 판매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실제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미국에서 전년 대비 12.1% 증가한 165만2821대를 판매했는데, 이는 미국 진출 후 역대 최다 판매 기록이다.


미국에서의 성장은 곧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장으로 이어졌다. 현대차·기아는 2010년 글로벌 톱 5를 기록한 이후 12년 만인 2022년 세계 판매 3위에 올랐으며, 지난해 역시 3위 자리를 지킬 것으로 확실시된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앞으로도 고객의 니즈와 시장변화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테스트를 통해 글로벌 고객들에게 믿음과 신뢰를 줄 수 있는 모빌리티 개발의 전초기지 역할을 수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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