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진배 기자] 사모펀드(PEF) 운용사 크레센도에쿼티파트너스(크레센도)가 블록체인 개발사 '라인넥스트'에 1800억원을 투자한다. 일본 시장을 장악한 '라인'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크레센도는 그간 정보통신(IT) 기업을 대상으로 투자를 집행해 뛰어난 성과를 올려왔는데, 블록체인 영역에서도 성공사례를 이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루드윅홀딩스는 라인넥스트가 진행하는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1300억원을 투입한다. 루드윅홀딩스는 크레센도가 라인넥스트 투자를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다른 재무적투자자(FI)들도 크레센도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회사에 520억원을 추가로 투입한다. 이들이 라인넥스트에 투자하는 금액은 총 1820억원이다.
이번 유상증자로 발행되는 신주는 79만5401주다. 기존 발행 주식은 총 79만5400주다. 이번 투자로 크레센도 컨소시엄은 지분 50%+1주를 확보한다. 다만 기존 최대주주인 LY주식회사(구 라인 주식회사)도 재무적투자자로 참여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단일 최대주주 지위는 유지된 것으로 보인다. 크레센도는 지난 2021년 1조1000억원 규모로 조성한 3호 펀드를 활용해 내년 2월까지 자금 납입을 마칠 계획이다.
크레센토의 투자에도 경영진에 대한 교체는 이뤄지지 않을 예정이다. '블록체인 개발사'라는 특수한 경우기 때문에 시장을 잘 아는 경영진이 회사를 이끄는데 더 적합하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라인넥스트는 고영수 대표가 이끌고 있다. 고 대표는 라인에서 핀테크 업무를 담당해온 IT 전문가다.
크레센도는 라인넥스트 투자를 결정하며 라인의 글로벌 네트워크에 주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인이 활성화 된 일본 시장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까지 사업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라인넥스트는 이번 투자금을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 플랫폼 '도시(DOSI)'의 정식 서비스를 출시 및 사업 확장, 신규 서비스 개발 등에 활용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라인넥스트가 영위하는 블록체인 및 웹3 사업이 크레센도가 추구하는 방향성과 맞아떨어진다는 점도 투자를 결정하게 한 요인으로 보인다. 크레센도는 히든 챔피언을 발굴해 글로벌 챔피언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IT기업에 대한 투자를 지속해왔다. 총 22개 회사에 투자했는데 대부분이 IT 관련 회사다. 사실상 IT기업 투자 전문 PEF인 셈이다.
이는 크레센도가 설립된 배경과도 관계가 깊다. 크레센도는 페이팔 창업자인 피터 틸(Peter Thiel)과의 파트너십으로 탄생했다. 피터 틸은 최근까지도 블록체인 기업 및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크레센도를 이끄는 이기두 대표도 미국 MIT 재료공학박사 출신으로 IT에 대한 조예가 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일각에서는 크레센도의 이번 투자가 의외라는 시선도 있다. 국내 PEF가 블록체인 기업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는 사례가 많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블록체인 사업은 여전히 가상자산과 연관됐다는 인식이 강하다. 한때 국내 PEF 사이에서 블록체인 회사에 대한 투자가 금기시 됐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시장에서는 크레센도가 라인넥스트의 사업이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플랫폼 비즈니스라는 점에 주목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크레센도는 라인이 가진 글로벌 네트워크에 주목하고 그 자회사에 투자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지난해 NFT 등이 큰 관심을 받은 만큼 사업 확장도 무리가 아니라고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피터 틸이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관심이 많고 실제 투자도 진행하고 있어 의사결정이 수월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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