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지웅 기자] SK텔레콤은 한풀 꺾인 메타버스 열기를 되살리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지난 2021년 7월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를 출시한 이후 꾸준한 업데이트를 통해 이용자 접점을 늘려왔다. 아직 공들인 만큼의 성과를 거두진 못했으나 메타버스를 향한 SK텔레콤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SK텔레콤은 조만간 '메타노믹스' 시대를 앞당길 경제 시스템을 이프랜드에 구축할 예정이다. 가상 공간에서 밋업(모임)을 열며 소통 창구로 활용됐던 이프랜드가 가상 거래 활성화로 이용자 관심을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이프랜드 '경제 시스템' 도입 임박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자사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에 인앱 결제 기반 경제 시스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김진원 SK텔레콤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이프랜드는 9월 말 인앱결제 기반 경제 시스템을 도입할 준비를 차질 없이 진행해나가고 있다"고 언급해 신빙성을 더한다. 다만 도입 시기는 당초 계획보다 다소 늦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아직 정확한 업데이트 일정이 나오지 않았다"며 "내부적으로 경제 시스템 도입은 확정된 사안이기에 일정이 크게 지연되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프랜드는 SK텔레콤의 메타버스 관련 기술과 콘텐츠, 서비스 경험 등이 녹아든 결집체다. SK텔레콤은 5G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2013년부터 AR, VR 등 다양한 킬러 콘텐츠 발굴에 주력해 왔다. 이 같은 기술 개발과 서비스 경험이 이프랜드와 같은 메타버스 플랫폼을 완성하는 토대로 작용했다.

안재욱 SK텔레콤 메타버스 사업개발팀 팀장은 "이프랜드는 3D로 새롭게 즐기는 소셜 메타버스 서비스로 정의할 수 있다"며 "이 안에는 아바타가 자연스럽게 움직이도록 하는 프레임워크 기술, 실시간으로 싱크를 맞추는 텔레프레즌스 기술 등이 SK텔레콤이 보유한 기술력과 서비스 노하우가 축적된 종합물"이라고 설명했다. 

◆ 경제 시스템 도입 서두르는 이유는

이프랜드는 최근 메타버스 거품론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때아닌 위기를 맞고 있다. 아이지에이웍스의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8월 이프랜드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약 27만명으로 추정된다. 한때 53만명에 달했던 이프랜드 MAU가 절반 가까이 축소된 셈이다. 

이에 SK텔레콤은 이프랜드 활성화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 5월 이프랜드에 이용자가 공간을 꾸미고 일상을 기록할 수 있는 '이프홈' 서비스를 도입해 호응을 얻었다.

해외 진출을 통한 새로운 돌파구도 모색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1월 이프랜드를 북미·유럽·중동·아시아 등 총 49개국에 동시 출시했다. 각 국가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독일 도이치텔레콤, 미국 티모바일US, 동남아 11개국 사업자 악시아타 등 주요 글로벌 통신사들과 협약을 맺었다.

하지만 이 같은 시도는 반짝 효과에 그쳤을 뿐이다. 해외 진출 이후 이프랜드 MAU는 지난해 말 기준 51만명까지 치솟았다가 금세 하향 곡선을 탔다. 일각에서는 이프랜드가 이용자 수를 꾸준히 늘릴 수 있는 확실한 대비책을 세워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한다. 최근 SK텔레콤이 이프랜드에 경제 시스템 도입을 서두르는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다.

◆ 이용자 수익 창출로 기대감 조성

경제 시스템은 메타버스 성패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로 꼽힌다. 이용자들에게 참여와 보상이라는 분명한 동기부여로 콘텐츠 이용 시간을 늘리고 리텐션(재방문율)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로블록스, 제페토 등 대표적인 메타버스 플랫폼의 인기 비결도 제대로 구축한 경제 시스템이다.

향후 이프랜드에 도입될 경제 시스템은 이용자들의 수익 창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용자간 아이템 거래는 물론 이용자가 직접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며 의상, 소품 등을 제작·판매해 수익을 창출하는 형태로 발전할 전망이다. 

안 팀장은 "나만의 공간인 이프홈을 소유함에 따라 이를 특별하게 꾸미고, 자랑하고 싶은 니즈가 발생할 것"이라며 "차별화되고 희소성 있는 아이템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지출의사도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프렌드 경제 시스템의 기본 구조는 기존에 제공하던 수천 가지의 기본 아이템을 그대로 가져가면서 ▲출석, 미션 등으로 얻는 무료 재화 아이템 ▲인앱결제로 구입 가능한 유료 재화 아이템 ▲희소성 높은 NFT 아이템 등을 구매하고 보유할 수 있는 형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