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수정 기자] 현대제철의 순차입금 규모가 증가세로 돌아섰다. 코로나 이후로 보수적으로 현금을 지출해왔는데, 올 1분기에는 예상 보다 더 많은 고정비가 나가버린 탓이다. 

당초 올해 순차입금을 4000억~5000억원 축소하겠다고 가이던스를 제시했지만 탄소중립 로드맵에 따른 투자를 본격화하면서 하반기로 갈수록 순차입금 관리에 부침이 예상된다.

3일 현대제철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순차입금 규모는 7조7644억원으로, 전년 말(7조1330억원)보다 약 6300억원 증가했다. 이는 그간의 재무 지표와 대조적인 모습이다.

작년 1분기에는 3개월 만에 순차입금을 5000억원 이상 줄였다. 순이익에 비현금성 지출인 감가상각비를 더한 현금 유입을 늘린 반면, 설비투자와 운영자금을 축소하는 등 현금 지출을 억제한 결과다. 

이 같은 기조는 코로나 이후 내내 포착됐다. 지난 2020년 현대제철의 경영 방침은 '수익성'에 초점이 맞춰졌다. 일례로 2020년 박판열연공장, 컬러강판설비 등 저수익 사업부문을 철수하는 등 구조 개편을 실시했다. 사업구조 효율화 속 보수적인 차입금 관리는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연초에 2022년 실적을 발표하는 컨퍼런스 콜에서도 "올해 순차입금을 4000억~5000억 축소하겠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공개된 1분기 지표는 경영 계획과 반대로 움직였다. 총차입금 규모는 작년 말 9조9776억원에서 올들어 9조9048억원으로 소폭 줄었다.

문제는 운전자본 관리에 있다. 사실 일회성 비용 이슈 등으로 연초 현금 유출의 증가는 어느정도 예견됐던 부분이다. 작년 파업으로 일시적으로 멈췄던 조업을 정상화하면서 고정비 증가가 불가피하고, 성과급 등이 이월됐기 때문이다. 더 줄일 수 있지만, 4000억~5000억원으로 순차입금 감액 목표를 제시했던 것도 비용 지출을 감안한 것이었다.

그런데도 1분기 순차입금을 줄이지 못한 것은 예상 보다 현금 유출이 컸기 때문이다. 1분기 운영자금 등으로 지출한 현금은 1조2528억원에 달했다. 작년 말 기준 3조1443억원이었던 현금성자산은 3개월 만에 2조3512억원으로 감소했다.  

현대제철 측은 "생산·판매 정상화로 운영 자금이 늘었고, 전년 말 투자비 이월 지급으로 순차입금이 증가했다"라고 설명했다. 

연말로 갈수록 현금 유출은 막기 어려워질 전망이다.

최근 현대제철은 중장기 '탄소중립 전략'을 발표했다. 안동일 사장은 직접 자사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탄소중립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신성장 동력 확보와 지속가능한 친환경 철강사로 나아가기 위해 현대제철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라고 말했다.

철을 만드는 과정에서 탄소를 줄이기 위한 설비 투자를 올해부터 본격화한다. 전기로와 고로 방식을 혼합해서 사용하는 중기 프로세스를 구축하기 위한 1단계 투자를 당장 연말부터 실행한다. 회사는 1단계 투자시 약 1500억원의 사업비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순차입금 규모를 줄이겠다는 경영 목표는 여전히 유효하다"면서도 "투자를 진행하다 보면 재무 비율은 유동적으로 줄었다 늘었다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