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실손보험에 휘청이는 보험업계
과잉진료 수법 나날이 발전…국회는 보험사만 혼낼 기세
이 기사는 2023년 10월 25일 15시 42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출처=pixabay)


[딜사이트 박안나 기자] 국내 실손보험 손해율이 지난해 133%까지 치솟았다. 매년 조 단위로 쌓이는 실손보험 적자 탓에 보험사들이 줄줄이 파산할 수 있다는 부정적 전망까지 나온다.


실손보험 적자의 주된 원인으로는 비급여 과잉진료가 꼽힌다. 비급여 항목의 경우 진료비 등을 의료기관이 임의로 결정할 수 있고 시술과 관련한 세부 기준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비급여 의료비는 대부분 실손보험을 통해 돌려받을 수 있어 가격 저항이 크지 않다. 이에 불필요한 시술이 행해지고 보험금 누수로 이어진다. 브로커 등이 개입돼 조직적으로 허위진단서 발급, 영수증 쪼개기 등 수법을 활용해 보험금을 청구하는 사례도 적발된다.


이에 보험업계는 비급여 과잉진료에 따른 보험금 누수를 줄이기 위해 심사 강화, 세부 기준 마련, 당국과 합동 대응 등에 나서고 있다. 일부 성과를 거둔 사례가 있지만 제도적 허점을 노리고 나날이 발전하는 수법을 따라가기엔 역부족이다.


최근에는 아동 발달지연 치료가 급증하면서 보험금 누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상위 5곳 주요 손보사(삼성화재, DB손보, 현대해상, 메리츠화재, KB손보)가 지급한 아동 발달지연 치료 관련 실손보험금은 2018년 약 200억원 수준이었지만 지난 해에는 1185억원으로 증가했다. 4년여 만에 5배 넘게 늘었다. 올해 상반기에는 700억원이 넘는 보험금이 지급됐다.


2020년 300억원대에 그쳤던 발달지연 관련 보험금 지급액이 2021년에 800억원대로 치솟았다. 2020년까지는 발달지연 진단 및 치료가 0건이었던 기관을 통해 관련 보험금 청구가 2021년에는 대거 쏟아졌다.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마스크착용, 사회적 거리두기 등 영향으로 아동 발달지연 사례가 증가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과잉치료가 의심된다는 지적이다.


특히 조직적으로 브로커까지 개입해 발달장애 센터를 설립하고 과잉진단 및 치료를 부추긴 사례가 드러나 더욱 논란이 되고 있다. 실제로 병원 사무장과 의사가 합심해 발달지연 진료 및 치료를 명목으로 거액의 보험금을 챙긴 사실이 경찰 수사를 통해 적발됐었다. 


과거에는 발달지연 관련 보험금 지급 사례가 많지 않았던 탓에 제도가 촘촘하게 마련되지 않았고, 그 빈틈 악용하는 사례 증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보험사가 이와 같은 상황을 방치한다면 손해율 상승에 따른 보험료 인상 혹은 신규 상품의 보장범위 축소 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선량한 다수의 보험소비자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꼴이다.


이에 어린이보험을 주력 상품으로 판매해온 한 손보사는 의료시설이 아닌 사설 센터에서 진행된 발달지연 아동 치료비를 보험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실손보험은 피보험자가 병원 치료시 부담한 의료비의 일정 금액을 보장하는 상품이어서 비 의료행위는 보험금 지급 대상이 아니라는 논리다. 이 외에도 첨부 서류 요건을 강화하는 등 보험금 지급 문턱을 높이기로 했다. 


하지만 어린이보험 점유율 1위 보험사의 이 같은 결정은 보험소비자들의 반발을 불러왔다.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조건을 강화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나온다. 급기야 해당 손보사 대표가 발달지연 보험금 지급 심사 강화와 관련해 국정감사 증인으로 소환되기도 했다. '호통 국감'을 생각하면 해당 보험사 대표는 국회의원들이 내지르는 호통의 희생양이 될 전망이다. 보험사들은 나날이 발전하고 교묘해지는 실손보험 부당청구 수법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정치권의 포퓰리즘이 찬 물을 끼얹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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