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약가인하는 어떻게 바라봐야하나
제약사 수익성 외면하는 무분별한 가격인하 결정 지양해야
이 기사는 2022년 10월 26일 08시 28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딜사이트 최홍기 기자] 소비자물가가 무섭도록 올라가는 요즘이다. 원가부담이 커진 만큼 안타깝게도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겠다.


다만 우리는 의약품, 소위 약값에 대해서는 여타 다른 품목과 달리 별다른 부담을 갖지 않고 있다. 오히려 최고의 의료시스템과 더불어 진료비, 약값은 상대적으로 저렴하단 평가다. 이는 외국인들마저 부러워할 정도다.


왜 이런 현상이 나오는 것일까. 단순 제약사와 소비자간 이뤄지는 자유시장 논리 대신 정부가 개입해 보험급여 등 약값을 조정토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예상보다 약이 많이 팔리거나 전년 대비 일정 수준 이상 증가한 약에서는 협상을 통해 약값을 인하할 수 있게 하는 '사용량-약가 연동제'까지 도입돼 있다. 쉽게 말해 처방이 많이 되는 약은 가격을 강제로 인하하게 된단 얘기다.


소비자나 환자들에게는 당장 가격부담이 적어지니 두팔 벌려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제약사 입장에서는 다소 떨떠름할 수 밖에 없다. 환율문제와 원가 부담은 다른 산업군처럼 제약사들도 마찬가지로 크기 때문이다. 정부의 지원이 있더라도 약가 인하결정이 내려지면 그만큼 회사 수익성도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이는 심지어 제약사의 잠재적 캐시카우인 신약 개발에도 동력을 상실하는 등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근 코로나19 엔데믹에 따른 감기약 수요증가가 이뤄졌고, 정부가 제약사들에게 감기약 제조를 대폭 늘리라고 요청하는 동시에 감기약에 대한 가격인하를 추진하자 제약사들의 불만이 컸던 것도 연장선상에 있다.


이 와중에 건강보험공단은 '중기 재정 건전화 계획'을 자체적으로 마련해 올해부터 2026년까지 5년간 실행하기로 했다. 보험료 수입을 확충하면서 지출 효율화로 재정낭비를 줄이겠다는 데 방점이 찍혔다. 특히 약제 관리 효율화로 5년간 총 2조4338억원의 재정지출을 줄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자기들 재정이 불안하다는 이유에서다.


내용을 살펴보면 고가 약의 치료 성과를 평가해서 효과가 없으면 제약사가 보험 약품비를 건보공단에 도로 돌려주는 새로운 유형의 위험분담제도(성과기반 환급제)를 도입하는 등 위험분담제 확대로 건보재정 부담을 줄일 방침이다. 신약 등의 보험 약값 부담을 건보당국과 제약사가 나눈다는 얘기다.


제약사들의 불안은 더 커진 상황이다. 앞서 정부가 2012년 국내 제네릭(복제약)제품 가격이 비싸다는 점을 주목하며 건강보험공단 재정을 위해 일괄적인 약가인하를 단행했을 당시도 마찬가지였다. 가격은 내려갔으나 제약사들을 위한 보전은 없었고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았다.


제약사들의 입장과 수익성이 외면받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당장 올해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이 복지부에 환율과 물가가 안정되는 시기까지 사용량-약가 연동제를 한시적으로 유예할 수 있는지 질의했으나,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사실상 거부 입장을 보인 점도 마찬가지로 해석된다.


당장 약값을 올려서 제약사들의 수익성을 확보해야한단 얘기는 아니다. 정부가 제약사들과의 협상을 통해 현실적인 방안을 도출했으면 좋겠다. 시장논리와 어긋난 단순한 약가인하결정만큼은 이제 그만해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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