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조아라 기자] 급물살을 타던 암호화폐 법제화에 또 다시 제동이 걸렸다.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한 ‘특정금융정보의 보고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특금법) 개정안을 심사해야 할 법제사법위원회 일정이 미뤄지면서다. 여야가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법안을 둘러싸고 연일 강공전을 벌이면서 법사위는 물론이고 본회의까지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정부는 당초 올해 7월 특금법을 통과시킬 계획이었다. 글로벌 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내년 6월까지 암호화폐(가상자산) 사업자(VASP)에게 자금세탁방지의무를 부과하라고 권고했기 때문이다. FATF 이행평가 기준은 ‘법률안 통과’가 아닌 ‘법률안 시행’이다. 정부는 가상자산 사업자들이 규제에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주기 위해 시행 시기를 ‘공포 후 1년’으로 정했다. 특금법 통과가 7월을 넘겨 이미 FATF의 평가 기준을 충족하기 어렵게 됐단 얘기다.

이에 따라 정부는 특금법 연내 통과를 목표로 국회 설득에 나서고 있지만 여야 대립으로 국회가 공회전을 거듭하면서, 이달 본회의가 열릴 지조차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16일 자유한국당은 국회에서 집회를 열고 공직선거법, 공수처설치법, 검찰개혁법 반대를 요구했다. 이 가운데 문희상 국회의장이 이날 본회의를 열지 않겠다고 하면서 이후 국회 일정이 모두 차질을 빚게 됐다. 특금법은 물론이고 주요 처리 안건들이 줄줄이 계류된 것이다.

원래대로라면 지난달 25일 정무위를 통과한 특금법은 법안 검토 기간 5일이 경과한 12월 2일 이후 열리는 법사위 심사를 통과해야 했다. 그랬다면 지난 10일 열린 국회 본회의 안건에 상정될 수 있었다. 하지만 29일 이후 법사위는 열리지 않았다. 여야가 일정에 합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금법도 심사 시기를 놓쳤다.

법사위는 지난달 27일과 29일에 열렸다. 이때 법사위를 통과한 안건은 총 297개다. 이 중 지난 10일 본회의를 통과한 안건은 22건에 불과하다.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나머지 법안은 16일에 다룰 예정이었다. 

특금법이 올해 안에 통과하려면 여야 원내대표가 본회의 일정에 합의해야 한다. 본회의 일정이 정해져야 법사위가 열린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먼저 여야가 패스트트랙에 대해 합의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 국회 정무위 소속 김병욱 의원실 관계자는 “국회 파행이 이어지고 있어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특금법 통과 여부에 대해서는 “속단하기 어렵다”이라고 말했다.

만약 올해 본회의가 열리지 않거나 특금법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내년 2월에 임시국회를 기대해 볼 수 있지만 열릴 가능성은 희박하다. 국회 법사위 관계자는 "총선모드에서는 임시국회가 열리는 일이 매우 드물다. 법안 처리가 매우 시급한 경우에 한한다"며 "지난 2012년 19대 총선을 앞두고 테러방지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여야 합의 하에 2월에 임시국회가 열린 바 있다"고 설명했다. 

만약 2월 임시국회가 열리지 않고 총선이 열리면 특금법 개정안은 자동 폐기된다. 이 경우 자동적으로 FATF 권고 이행기한도 넘긴다. 이 경우도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 국회 법사위 관계자는 “주요 안건이 해를 넘기는 경우가 매우 이례적”이라면서도 “올해 국회 본회의 개의 여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