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세연 기자] "중국 TCL TV를 직접 구매해서 써봤는데, 가격은 확실히 저렴하게 잘 나왔습니다. 하지만 TV는 패널과 이를 구성하는 SoC 칩, 그 위에 서비스를 탑재하는 오퍼레이터 시스템 세 가지 요소로 이루어져 있는데, 중국이 헤게모니를 쥔 것은 패널 부분에 그칩니다."
백선필 LG전자 TV상품기획담당(상무)는 11일 서울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에서 'LG 올레드·QNED TV 브리핑'을 개최한 후 취재진과의 질의응답에서 이같이 말했다. 최근 중국 가전 업체들이 막대한 정부 보조금을 등에 업고 추격해오고 있지만, 소프트웨어에서 여전히 격차가 커 우려가 적다는 설명이다.
'머슬'은 충분하지만, '브레인'은 부족하다보니 중국이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부분은 가격에만 국한된다는 것이다. 특히 오퍼레이터 시스템인 '웹OS'의 경우 중국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시스템이 없어, 한국에 수출되는 제품에는 안드로이드, 미국에 수출되는 제품에는 아마존 파이어TV를 사용하는 등 여러 가지 운영체제를 혼합해 사용하는 처지다.
이어 백 상무는 중국 업체들이 패널 외의 크고 작은 부분에서 '한국화'가 부족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일례로 TCL TV의 경우 UHD 수신기(튜너)가 들어있지 않아 지상파 4K(UHD) 방송을 시청할 수 없다는 문제점이 있다. UHD 안테나를 설치해도 방송을 수신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TV 내 무료 채널을 켜봐도, 유럽과 미국 등지의 채널을 몇 개 골라 섞어 놓은 형태라 우리나라 프로그램을 찾기 어렵다.
반면 LG전자는 자체 개발한 AI 프로세서 '알파11'을 브레인으로 사용하고 있어, 콘텐츠를 비롯한 비제조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알파11의 경우 전작보다 1.5배 이상 성능이 개선됐다. LCD 제품인 QNED 에보에는 '알파8'이 적용됐다. 자발광인 올레드와 달리 LCD는 백라이트에서 빛이 나는데, 이를 제어하는 디밍(Dimming) 콘트롤을 알파8이 담당한다.
이날 진행된 신제품 브리핑도 세부적인 AI 기능 소개가 주를 이뤘다. 타 업체들과의 차별점을 강조하기 위해 알파 프로세서를 기반으로 각 기능의 디테일을 강화한 모습이었다. 제품 시연은 허승현 AI서비스개발팀장의 직접 맡아 진행했다.
시연에서는 이용자의 불편함을 자동으로 수정할 수 있는 'AI 챗봇' 기능이 눈에 띄었다. 예컨대 실수로 '음성으로 메뉴 읽어주기' 기능을 활성화해 포인터가 사라졌을 경우를 가정해보자. 리모콘의 AI 버튼을 누르고 "도와줘"라고 말하자, 화면에 AI 챗봇이 구동되며 '포인터가 사라졌나요?'라는 버튼을 표시했다. AI가 상황을 스스로 인지하고, 예상되는 문제를 먼저 제시했다.
이 외에도 이용자가 밝기·음향 문제를 호소하면, AI가 예상되는 상황 10여 가지를 제시해 구체적인 항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허 팀장은 "AI 챗봇은 TV 사용 중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서비스 센터에 고객들이 갈 필요 없이 TV가 스스로 원인을 찾아 고칠 수 있는 기능"이라고 설명했다.
시연을 보니 이번 신제품의 AI 기능은 사용자 경험을 세분화해 빈틈을 채워가는 방식으로 발전한 것처럼 보였다. 편의성은 높아졌지만, 너무 세밀한 영역을 조각조각 발전시킨 탓에 전작 대비 어떤 점에서 큰 차이가 있는지 명확히 와닿지 않았다. 사용자가 시청하고 있는 영상과 비슷한 콘텐츠를 소개하거나, 관련 키워드를 제시하는 기능도 이미 잘 알려진 것들이라 독창성이 부족했다.
이에 LG전자는 개선된 선명도와 맞춤형 화면 등을 거듭 강조하며, 화질로 차별화를 꾀하려는 모습이었다. 백 상무는 "옛날 영상들도 자체 AI 기능을 통해 업스케일링할 수 있다. 오리지널 영상을 AI가 혼자 디텍팅하고, 영상을 수만 등분으로 세분화해 톤과 선명도를 개선한다"며 "영상이 진행되는 영점 몇 초 사이에 모든 기능을 구동해야 하는데, 이 기능을 알파 프로세서가 뒷받침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용자별 맞춤형 화면도 회사가 강조하는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였다. 허 팀장이 리모콘에 '화면을 더 선명하게 해줘'라고 말하자 'AI 추천 화면'이 2가지 뜨면서 고객이 원하는 화면을 고를 수 있게 했다. 더 디테일하게 조절하려면 '맞춤 화면 설정'으로 들어가, 썸네일→선명도→선호 색감→적온도 등 가이드에 따라 선호하는 화면을 선택하면 된다.
한편 LG전자는 이번 두 신제품을 '듀얼 트랙' 전략으로 판매할 예정이다. 백 상무는 "전체 물량 판매 추이를 보면, 올레드와 QNED TV의 판매량이 거의 비슷하다. 두 제품의 소비층 규모가 유사하고, 65인치 올레드 TV를 살 만한 예산을 지닌 고객이 85인치 QNED TV를 구매하는 등 '트레이드오프(trade-off) 존'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가격은 올레드의 경우 1500달러(한화 218만원) 이상, QNED의 경우 그 이하로 제공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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