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성민 기자] 뷰티 업계 큰형인 'LG생활건강'이 사면초가에 처했다. 한때 주가가 100만원을 웃돌아 '황제주'로 불렸지만, 지속된 실적부진 탓에 주가가 일년 만에 51% 급락하는 등 투자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았다. 지난해 이 회사의 연결기준 매출액은 6조8048억원, 영업이익은 4870억원으로 전년 대비 5.3%, 31.5% 각각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1635억원으로 36.7% 급감했다.
LG생활건강의 실적이 하락하고 있는 것은 한 때 해외매출의 50%를 차지했던 중국에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어서다. 사드(THAAD) 이슈와 코로나19 기간에 이 회사의 인기 브랜드 '후'의 자리를 현지제품들이 차지했기 때문이다. 앤데믹 이후에는 글로벌 경기악화에 따른 소비침체로 인디브랜드를 찾는 소비자가 늘어난 점도 동반됐다. 국내에서도 온라인 소비에 익숙해진 고객들에게 외면받고 있는 데다 중국 따이공(보따리상)들의 매출도 부진하며 면세채널의 사정도 좋지 못했다. 지난해 이 회사의 면세 및 중국 매출은 각각 두 자릿수 감소율을 기록했다.
다행히 LG생활건강은 중국 시장이 침체 되면서 재빨리 눈을 돌렸다. 국내·일본·북미 등 지역을 가리지 않고 인수·합병(M&A)으로 덩치를 키워나갔다. 특히 글로벌 1위 시장인 북미에서 6600억원을 상회하는 자금을 투자, 외형 성장을 이끌어 눈길을 끈다.
LG생활건강은 2019년 1476억원을 투자해 '더 에이본' 경영권(지분 100%)을 확보했다. 2020년에는 유럽 더마화장품 대표 브랜드인 '피지오겔'의 아시아·북미 사업권(1920억원), 2021년에는 패션 헤어케어 브랜드 '알틱 폭스'를 보유한 '보인카'의 지분 56%(1716억원)을 사들였다. 2022년에도 색조화장품을 보강하기 위해 '더크렘샵' 지분 65%(1525억원)를 매입했다.
이 덕분에 북미지역 매출은 2019년 2765억원에서 이듬해 5277억원으로 일년 만에 90.8%나 급증했다. 나아가 지난해에는 6007억원으로 전년 대비 10.9% 증가했다. 이러한 호조세 덕분에 전체 매출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은 5.4%포인트(3.6%→9%) 상승했다. 같은 기간 중국 비중이 2.2%포인트(13.2%→11%) 하락했던 점과 대비된다. 이 기간 두 지역의 매출액 차이도 7400억원 수준에서 1500억원으로 좁혀졌다.
여느 업계와 마찬가지로 M&A는 양날의 검이다. 매출만 놓고 보면 LG생활건강의 M&A가 성공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반대의견도 나온다. 외형성장 속도에 비해 내실 다지기에 실패하다 보니 순이익 면에선 뼈 아팠던 것. LG생활건강은 2022년 더 에이본 지분 100%를 보유한 미국 법인 'LG H&H USA'에 대해선 2264억원을, 보인카는 174억원의 손상차손을 인식했다. 지난해에도 더 에이본 610억원, 보인카 720억원의 손상차손을 반영했다.
아직 LG생활건강의 북미 법인들이 M&A 초기인 만큼 외형과 수익성 등의 실적으로 'M&A의 저주'인지, 반대로 '미운 오리'에서 '백조'로 거듭났는지 논하기는 이른 시점으로 판단된다. 다만 인수한 회사들이 성장 터널을 지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여기에 지난해 부임한 이정애 사장의 북미지역 고강도 체질개선도 막바지에 이르렀다. 이제 '중국 대체시장'라는 꼬리표를 뗄 수 있는 '백조'로 거듭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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