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민승기 기자] SK케미칼이 최근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PE)와 제약사업부 양도 거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선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작년까지만 해도 SK케미칼이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신약개발' 등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관련 딜을 모르고 있었던 내부 직원들도 적잖이 당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작 투자업계 내부에선 이번 매각 논의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외부에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SK케미칼은 이미 수년 전부터 제약사업부 매각을 추진해왔다는 것이다. 해당 기업에 정통한 복수의 관계자들 역시 "조건 등이 맞지 않아 구체적인 논의까진 이뤄지지 않았지만 제약사업부 매각 시도는 수 차례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SK케미칼은 제약사업부의 매각이 계속 불발되자 보유 중인 파이프라인 일부만 매각하는 방안까지 추진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SK케미칼은 1987년 삼신제약을 인수하면서 제약사업에 본격 뛰어들었다. 이듬해 생명과학연구소를 설립하더니 1999년 대한민국 1호 신약인 선플라주(항암제)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천연물 신약 1호 개발 타이틀도 SK케미칼이 보유 중이다.
다만 2010년 이후 백신 사업 등에 주력하면서 새 합성신약 파이프라인 개발에 대한 우선순위가 뒤로 밀리기 시작했다. 이는 SK케미칼의 핵심 연구인력들이 이탈되는 계기가 됐다.
현재 SK케미칼 제약사업부를 대표하는 품목은 천연물 관절염 치료제 조인스와 혈액순환 개선제 기넥신에프, 패취형 관절염 치료제 트라스트 등이다. 조인스는 국내 첫 생약 성분 관절염 치료제로 서울대병원 등 5개 종합병원에서 시행한 임상시험에서 기존 소염진통제와 동등한 소염, 진통 효과와 낮은 부작용을 입증한 약물이다. 2002년 출시 이후 2023년 2분기까지 누적 매출액 5642억원을 돌파한 SK케미칼의 대표적인 제품으로 꼽힌다.
혈액순환개선 및 인지기능개선제 기넥신에프 역시 은행잎 시장 점유율 1위를 지속 유지하며, 2023년 2분기까지 누적으로 5197억원을 달성했다. 그러나 해당 제품들은 모두 개발된지 오래돼 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되기엔 부족하다는 것이 업계의 솔직한 평가다.
실제 SK케미칼의 제약사업 부문 매출은 상품매출 비중 증가에 따라 일부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계속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제약사업부의 올해 2분기 매출은 863억원, 영업이익은 50억원이다.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11.8%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약가 인하와 비용 증가로 35.7% 감소했다.
익명을 요구한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SK케미칼이 지금은 분사가 된 SK바이오사이언스의 주력사업인 세포배양 독감백신 개발에 주력하면서부터 합성신약, 천연물신약 파이프라인이 줄어들기 시작했다"며 "미래 먹거리가 사라졌기 때문에 회사 측도 매각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 아니겠느냐"고 예상했다. 이어 "(제약사업부 매각 배경에는)SK케미칼 계열을 이끄는 최창원 회장의 작은 아버지인 최종현 회장이 남긴 유지라는 점도 작용했을 수 있다"며 "잘해도 그분의 성과가 될 것이고 못하면 욕을 먹는 그런 상황이 불편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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