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홍기 기자] 파나진의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소액주주연합'의 승리로 점철됐지만, 향후 후폭풍을 배제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소액주주연합이 최대주주로 올라섰음에도 현 지배력이 공고하다고 보기 어려운 데다 실적 개선을 통한 경영정상화가 당분간은 요원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서다. 종전까지 최대주주였던 김성기 전 대표의 바통을 이은 김명철 대표는 우선 기존 사업 경쟁력 제고에 나설 계획이다.

파나진은 최근 이사회를 통해 김성기 전 대표를 해임하고 김명철 신임 대표이사를 선임했다. 김 신임 대표는 1956년생으로 소액주주연합 소속 소액주주(1.87%)다. 반도체 전자기기 개발 및 제조 등의 사업을 영위하는 비상장업체 윈탑의 대표도 맡고 있다.

이번 김 대표의 선임에 따라 지난해 11월 경영권에 영향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파나진 지분 14.9%를 취득한 소액주주연합이 김성기 전 대표와 벌인 경영권 분쟁은 일단락됐다. 소액주주연합측은 지난달 열린 정기 주총에서 사내이사 1명(김명철), 사외이사 2명(이규섭·김헌주), 감사 1명(기철) 등 선임 안건을 모두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이사회 역시 7명 중 4명이 소액주주연합 인사로 채워졌다.

소액주주연합은 우선 김 대표가 기존 핵심 사업을 앞세워 파나진의 실적 개선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이 회사는 인공 유전자인 PNA를 주축으로 하는 소재 사업과 PNA 소재를 응용한 분자진단 사업 및 진단 자동화 사업을 주력으로 삼고 있다. PNA 소재는 유전물질과의 높은 결합력과 염기서열을 정확히 구별하는 능력으로 인해 분자진단이나 신약개발에 적합한 소재로 알려져 있는데 이를 전세계에 독점공급하고 있단 게 사측의 설명이다. 현재 전세계 50개국가, 700개 기관에 PNA 소재를 공급하며 국내 시장점유율만 80~90%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시장에선 현 경영진이 PNA 소재 사업 전문가로 알려진 김 전 대표만큼 사업에 밝지 않은 만큼 사업을 영위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수요 감소로 영업경쟁력이 후퇴한 상황이니 만큼 실적 개선 역시 쉽잖을 것으로 전망 중이다. 실제 파나진의 지난해 개별기준 매출액은 142억원으로 전년 대비 9.2%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16억원으로 62.1%나 줄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액주주연합이 김성기 전 대표와 협업을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단 목소리도 일각서 나오고 있다.

파나진 내부 관계자는 "김성기 전 대표가 경영에서 물러났더라도 파나진의 창업주이자 사업 현안이 밝은 전문가인만큼 현 경영진이 회사정상화를 위해선 영입할 필요성이 있다"며 "감정의 문제가 남아있겠지만 김 전 대표에게 고문 역할 부여 등 회사의 미래를 위한 건설적인 대화를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소액주주연합이 파나진을 점령하긴 했지만 안심할 순 없는 상황이다. 현재 14.9%의 지분율로 최대주주로 올라섰지만, 그간 각을 세웠던 김성기 전 대표(12.7%)는 물론 전임이었던 박준곤 전 대표(9.25%)까지 주주간 큰 차이가 없는 만큼 경우에 따라 지분 싸움을 벌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운 까닭이다.

이에 대해 소액주주연합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지분에 따른 지배력 문제는 아직 언급할게 없다"며 "주가 상승 등 회사 정상화를 위해 경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