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이세정 기자] 르노코리아가 국산차 시장 3위 자리를 당당히 차지했다. 수입차 브랜드를 모두 포함하더라도 안방에서 다섯 번째로 많이 팔렸다. 르노코리아 흥행 주역은 지난해 출시한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그랑 콜레오스'다. 르노코리아가 4년 만에 선보인 신차답게 프랑스 르노그룹 차원의 기술력이 집약됐을 뿐 아니라 기존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전략을 구사하며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모습이다.
◆ 국산차 3위 안착 배경엔 '그랑 콜레오스'…전체 판매량의 83%
15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르노코리아는 올 들어 3월까지 내수 시장에서 총 1만3598대를 판매했다. 지난해 1분기(5491대)보다 147.6% 증가한 숫자다. 물론 국내 완성차 시장을 양분 중인 현대자동차(16만6360대)나 기아(13만4412대)에 비하면 아직 10분의 1 수준이다. 하지만 중견 완성차 3사 중에서는 단연 두드러지는 실적이다. 같은 기간 KG모빌리티(KGM)는 33% 위축된 8184대의 판매 실적을 올렸으며, GM 한국사업장은 40.6% 감소한 4108대를 팔았다.
주목할 부분은 르노코리아가 올 1분기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판매되는 약 30개의 브랜드(수입차 포함) 가운데 '톱 5'에 올랐다는 점이다. 수입차 쌍두마차로 꼽히는 BMW코리아와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각각 1만8612대, 1만5215대를 판매했다. 특히 벤츠코리아와 르노코리아의 판매대수 격차는 고작 1617대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르노코리아가 판매 회복을 이룬 배경에는 회사가 사활을 걸고 탄생시킨 그랑 콜레오스(프로젝트명 오로라1)가 자리 잡고 있다. 르노코리아의 실적 개선이 본격화된 시점도 그랑 콜레오스의 고객 인도가 시작된 지난해 9월부터다. 그 결과 르노코리아는 지난해 전년 대비 80.6% 불어난 3만9816대를 판매하며, KGM(4만7046대)에 이어 국산차 4위에 올랐다. 특히 전체 판매량에서 그랑 콜레오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83.4%로 나타났다.
◆ 2020년 XM3 이후 신차 부재, 내수 판매 36% '뚝'…오로라 개발 몰두
르노코리아의 전신은 1995년 출범한 삼성그룹의 삼성자동차다. 삼성차는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회장의 야심작이었지만, 2년 만인 1997년 외환위기(IMF)가 발발하면서 프랑스 르노그룹으로 팔리게 된다.
르노코리아는 2000년만 해도 내수 연간 판매량이 1만대를 간신히 넘기는 수준이었지만, 르노그룹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2002년부터 연평균 11만대 수준의 판매 실적을 쌓았다. 특히 2010년에는 이른바 'SM 시리즈'가 대흥행하면서 16만대에 육박하는 판매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후 르노코리아의 내수 판매량은 오르내리락을 반복했다. 실제로 이 회사의 실적은 2012년 기준으로 6만대를 밑돌았으나, 2016년에는 11만대 이상을 팔아치웠다.

문제는 르노코리아가 지난 4년간 판매 반등을 견인할 번듯한 신차를 내놓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랑 콜레오스 출시 전 마지막으로 내놓은 신차는 2020년 3월 'XM3(아르카나)'였다. 판매 라인업도 단종이나 수입 중단 등의 영향으로 대폭 축소됐다. 르노코리아는 2020년 9만5939대의 내수 판매를 기록한 이후 ▲2021년 6만1096대 ▲2022년 5만2621대 ▲2023년 2만2048대로 연평균 36%씩 줄었다.
르노코리아는 오로라1 프로젝트가 마무리될 때까지 버티기에 돌입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내연기관에서 벗어나 새로운 전동화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시작한 하이브리드 신차 개발로, 르노그룹과 중국 지리차가 합작해 친환경차를 생산한다는 게 골자다. 특히 프로젝트 데드라인을 2024년으로 못 박은 만큼 분위기 전환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에도 나섰다. 지난해 4월 사명을 기존 르노코리아자동차에서 자동차를 뺀 르노코리아로 사명을 변경했으며, '태풍의 눈' 로고를 버리는 대신 르노그룹의 공식 앰블럼 다이아몬드 형상 '로장주'를 채택했다.
◆ 전기차 아닌 하이브리드 한몫…후속 오로라 프로젝트에 쏠리는 눈
오로라 프로젝트 진행 당시 일각에서는 전기차를 개발하는 글로벌 완성차와 달리, 르노코리아는 하이브리드차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경쟁에서 도태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전기차 캐즘(대중화 전 일시적 수요 현상)이 예상보다 장기화되면서 하이브리드차에 대한 소비자 니즈가 급증했다. 결과적으로 그랑 콜레오스가 하이브리드 엔진을 탑재했다는 점이 소비자 구매를 이끌어내는 결정적 한방이 된 것이다. 실제로 그랑 콜레오스 출시 이후 지난달까지 누적 내수 판매는 3만3375대인데, 약 95%가 하이브리드 모델이다.
그랑 콜레오스 E-Tech 하이브리드는 동급 최고 수준인 245마력의 시스템 출력을 발휘한다. 100kW 구동 전기 모터와 60kW 고전압 시동 모터로 이루어진 듀얼 모터 시스템은 동급 최대 용량의 1.64kWh 배터리와 결합됐는데, 도심 구간의 경우 전체 주행거리의 최대 75%까지 전기 모드로 주행할 수 있다. 또 다목적 SUV인 만큼 고속 주행 구간에서도 15.8km/l(테크노 트림 기준)로 연비 효율을 확보했다. 가성비도 강점이다. 하이브리드 모델은 세제 혜택 기준 3777만원부터 구매할 수 있는데, 경쟁 차종보다 10만원에서 1000만원 가량 저렴하다.
이제 업계의 관심은 르노코리아가 늦어도 내년 상반기께 출시하는 '오로라2'로 쏠리고 있다. 오로라2는 그랑 콜레오스의 신차 효과를 이어받을 후속작으로, 하이브리드 엔진을 장착한 쿠페형 SUV다. 이와 함께 2027년에는 순수 전기차 SUV인 '오로라3'의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