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딜사이트 송한석, 이우찬 기자] 현대제철이 연간 수백억원의 이익을 내는 알짜 자회사 현대IFC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사업재편 일환으로 미국 현지 제철소 건설을 위한 실탄 마련이 목적으로 분석된다. 인수 대상 후보로는 동국제강이 거론된다. 동국제강의 경우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사 체제 전환 이후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현대IFC의 단조사업은 동국제강에 없는 사업 영역이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현대IFC 매각을 타진하고 있다. 2020년 4월 현대제철에서 물적 분할로 설립된 현대IFC는 조선용 단조 제품과 단강 등을 제조하고 있다. 단조, 단강은 철스크랩을 원자재로 제강을 거쳐 생산되는 제품이다. 조선 이외에 자동차, 기계, 플랜트 등 산업 전반에 쓰인다.
현대제철의 또 다른 자회사 현대스틸파이프도 잠재적 매물로 평가된다. 앞서 현대제철은 지난해 삼일PwC에 사업 경쟁력 강화 진단을 맡겼다. 당시 현대스틸파이프 등 주요 자회사도 매각 검토 대상으로 분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현대제철이 사업재편에 나선 것은 미국 제철소 건설 투자와 무관치 않다. 제철소 투자는 총 58억달러(8조 2000억원) 규모다.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 현지 투자자와 함께 29억달러를 마련하고 나머지 29억달러는 차입으로 조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차그룹 차원에서 미국 사업 확장을 위한 자금 마련 목적으로 추진하는 것이다.
특히 현대제철의 100% 종속기업인 현대IFC는 알짜 자회사로 평가되고 있다. 매년 외형 성장을 이루고 있고 수익성도 상승하고 있어서다. 회사의 매출은 4년 만에 2배로 불어났다. 2020년 2379억원에서 지난해 5274억원으로 급증했다.
영업이익의 경우 같은 시점 93억원에서 398억원으로 늘었다. 지난해 기준 영업이익률은 7.5%를 기록했다. 직전 4년(2020~2023) 평균 영업이익률( 3.2%)과 비교하면 수익성이 월등히 개선된 셈이다. 현대제철도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가장 좋은 시점으로 판단해 매각을 추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금창출 능력을 나타내는 에비타는 2020년 250억원에서 지난해 663억원으로 불어났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회사 차원에서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각적인 방안을 검토 중이나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사업재편과 함께 구조조정도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된 노사 임단협 협상은 7개월 만에 마무리됐다. 서강현 대표가 자회사, 공장 매각 이외에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 쪽으로 설비로 조정하는 데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현대제철 포항공장에서는 90여명의 직원이 희망퇴직이나 다른 사업장으로 전환 배치를 신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가운데 현대IFC의 인수 후보자로 동국제강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점이 눈에 띈다. 철강업계 3위인 동국제강은 2020년대 초반까지 선제적 구조조정에 이어 지주사 전환으로 신사업 확장을 위한 체력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어서다.
동국제강은 중국발 공급 과잉 속에 2010년대 중반부터 2020년 초반까지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을 정리했고 비핵심 자산을 처분했다. 2015년 페럼타워를 4200억원가량에 매각한 것이 대표적이다. 후판 2공장의 가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2023년 지주사 체제를 구축하며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사전 작업도 마무리했다. 동국홀딩스가 CVC 설립으로 초기 기업 투자를 이끌고 두 사업회사는 각 영역 경쟁력 강화를 도모하는 그림이다.
동국홀딩스의 자회사로 동국제강과 동국씨엠 등 사업회사 두 곳이 있다. 동국제강은 열연, 철강 등의 사업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 동국씨엠은 컬러강판, 냉연, 도금강판 사업을 한다. 현대IFC가 영위하는 단조 사업은 열연 쪽으로 인수대상자로 동국제강이 입길에 오른 이유다. 동국씨엠의 경우 올해 1월 아주스틸을 인수하며 시너지를 노리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동국제강은 선제적 구조조정과 지주사 전환 등으로 신사업, 철강업 경쟁력 강화를 모색하는 것으로 안다"며 "안정적인 재무상태, 자금력으로 IB 시장에서 인수 후보 대상자로 올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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