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쉴더스이익잉여금 2800%↑…재무 부담 여전

[딜사이트 전한울 기자] 최대주주 지원을 등에 업은 SK쉴더스가 유상증자를 통한 부채 상환과 사업 성장세를 타고 순이익을 큰 폭으로 개선하면서 재무체력 쌓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새로운 최대주주가 들어선 뒤 적극적인 M&A 움직임을 보이는 만큼 재무 건전성을 한층 강화해 외연 확장에 본격 나설 것이란 전망이다.
다만 최근 SK쉴더스 부채 상환이 모기업의 차입금 부담으로 단순 전환되는 '리파이낸싱(Refinancing)'인 점을 고려하면 향후 최대주주의 투자금 회수 전략 등에 따라 오히려 재무 부담이 크게 불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SK쉴더스는 유동성자산을 꾸준히 늘려 재무체력을 쌓고 1조원대로 불어난 이익잉여금 활용 방안도 적극 강구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SK쉴더스는 지난해 3분기 국내외 물리·정보보안 매출 호재에 영업활동현금흐름이 315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2.7% 급증했지만 현금성자산은 1315억원으로 40.6% 감소했다. 1830억원대의 금융자산을 취득하고 기존 사채 등을 대거 상환한 점이 주효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31.4%로 전년 동기 대비 2.4% 포인트 하락했고 유동비율은 146.9%로 24.5% 포인트나 상승했다.
최대주주 변동 직전인 2023년 상반기 부채비율만 700%대에 달했던 점을 고려하면 재무 개선이 빠르게 이뤄진 셈이다. SK쉴더스는 2023년 7월 스웨덴 발렌베리그룹 계열인 EQT파트너스가 새 최대주주로 올라선 시점을 기점으로 재무부담 털기에 본격 착수했다. 당시 SK쉴더스는 경영권 매각 종료를 앞두고 2조원대의 유상증자를 단행했고 완전 모회사인 코리아시큐리티홀딩스(KSH)가 유상증자 대금을 모두 납부했다.
코리아시큐리티홀딩스의 최대주주가 현 EQT파트너스(68%)로 변경되기 직전 SK쉴더스 재무 부담을 모회사 차입으로 전환시키는 일종의 리파이낸싱 전략이다. SK쉴더스는 해당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 중 약 1조8000억원을 부채 상환에 투입했다. 그 결과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이자비용이 416억원이 감소하는 등 다각적인 재무 개선이 이뤄졌다.
다만 모회사가 떠안은 차입 부담이 이어지는 한 실질적인 재무개선 효과는 미미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코리아시큐리티홀딩스는 SK쉴더스 지분 매각을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회사(SPC)로 사실상 SK쉴더스 실적 및 배당에 기댈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시장에선 SK쉴더스가 최근 늘어난 현금흐름과 재무체력을 바탕으로 대대적인 외연 확장에 나설 것이란 관측을 제기 중이다. 향후 모회사의 막대한 차입 및 이자 부담을 고려하면 중장기인 수익성이 확보돼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SK쉴더스는 지난달 AI 기반 보안관제 솔루션 기업인 시큐레이어를 인수하며 본격적인 사업·기술 확장 의지를 내비쳤다. 최대주주가 EQT파트너스로 바뀐 뒤 이뤄진 첫 M&A로 거래 규모는 수백억원대로 추산된다.
시장 관계자는 "사업과 규모가 제한된 국내시장 위주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공감 하에 EQT파트너스가 해외 진출을 적극 주문한다는 이야기도 있다"며 "앞서 일본, 싱가폴 등에 진출한 해외 서비스가 여러 군데서 한계를 보였던 만큼 앞으로 사업, 기술적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투자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시장에선 최대주주가 단기적으로 투자금을 회수할 것이란 우려보단 장기적인 신사업을 향한 기대감이 더 높은 만큼 SK쉴더스로선 새 최대주주 지원을 등에 업고 AI, 클라우드 보안 시장에서 빠르게 자리매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앞선 유상증자 당시 이전 최대주주인 SK스퀘어 주가가 잠시 급락하기도 했으나 자금부족 문제가 아닌 리파이낸싱 일환이란 점이 부각되면서 금세 회복세를 나타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SK쉴더스가 최근 2800% 치솟은 이익잉여금을 향후 배당 확대 및 신사업 투자 부문에 대거 투입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SK쉴더스는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이 891억원 증가한 반면 영업비용은 92억원 증가하는 데 그쳐 영업이익이 약 5배로 대폭 늘었고, 차입금 상환에 따른 금융비용 감소 효과가 더해지면서 순이익은 큰 폭으로 흑자 전환했다. 특히 앞선 유상증자가 이익잉여금으로 대거 전입되면서 지난해 3분기 기준 이익잉여금은 1조252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06.7%나 치솟았다.
또 다른 시장 관계자는 "최대주주가 수익률을 중시하는 사모펀드 운용사인 점을 고려하면 투자금 회수 전략을 언제, 어떻게 변경하고 가동할 지 불투명해 향후 사업, 재무 리스크는 상존할 것"이라며 "EQT파트너스의 경우 포트폴리오를 장기 보유하는 걸 선호하는 걸로 알려져 있어 SK쉴더스 사업 성장과 배당 확대 등으로 투자금을 회수해나가는 구조를 점쳐볼 순 있다"고 말했다.
SK쉴더스는 모회사가 자체적인 리스크 대응 역량을 보유 중인 만큼 유동성자산을 꾸준히 늘리며 재무체력을 쌓아가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1조원대로 치솟은 이익잉여금에 대한 활용 방안도 적극 강구해 나갈 계획이다.
SK쉴더스 관계자는 "최근 현금성자산은 줄었지만 전체 유동성자산은 전년 말 대비 452억원 증가했고 이를 증권사 MMF 등 단기금융상품에 재투자 중"이라며 "법인세차감전순이익 역시 2023년 발생한 일회성 비용의 기저효과를 비롯해 차입금 상환에 따른 금융비용 감소와 주요사업 매출 성장세가 더해지면서 831억원으로 흑자전환하는 등 재무 건전성엔 문제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모회사인 코리아시큐리티홀딩스는 자체적으로 이자부담을 관리할 수 있는 재무구조를 유지 중이며 실질적인 이자 부담을 위한 방안도 마련해 실행 중"이라며 "이익잉여금은 적절하고 적법한 절차 하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해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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